21.01.18 10:08최종 업데이트 21.01.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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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수업>(인터뷰·글 마르쿠스 베른센, 기획·편역 오연호)을 읽은 독자들이 '행복한 배움', '행복한 우리'를 만들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글은 독후감 대회 가작 수상작입니다.[편집자말]
<삶을 위한 수업>은 덴마크의 교육 방식에 관한 교사들의 이야기를 마치 일기처럼 잔잔하게 풀어가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내가 체험한 우리나라 교육과 비교가 됐고, 우리 교육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우리나라 교육이 꿈꿔오고, 겉치레로만 해오던 이상적인 교육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삶을 위한 수업 표치 ⓒ 오마이북

 
무려 12년간 교육 과정을 거쳐오면서, 나는 무언가를 배우며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은 매우 흐릿하다. 늘 등 떠밀려 공부했고, 지식은 떠먹여졌다. 내가 할 일은 그저 교육과정을 삼키기만 하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적을 받지 못할 때마다, '교육의 실패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느낌이 점수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드러날 때마다, 나는 매번 '다른 나라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면, 난 어땠을까? 더 잘했을까?'라는 소득 없는 망상을 하곤 했다.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그 망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떠올랐다.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아실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교육이 단지 망상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되자, 때늦은 허망함과 무기력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나는 왜 원하던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원하던 교육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훨씬 능동적이고 원하던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내 생각엔,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관은 자유경쟁을 통한 우수 재원을 선별하겠다는 미명 하에, 학생들을 사회 발전의 도구이자 수단으로만 보는 정치인들의 욕망이, 일말의 자성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듯하다. 학생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창의적 교육을 외치지만 여전히 관심 있는 건 서열화를 통한 줄 세우기일 뿐이다.

교육현장, 교육정책, 교육내용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의 요구 사항은 배제된 채, '어떻게 하면 수많은 학생들을 성적으로 구분 지어, 서열화된 대학과 학과에 배치할 수 있을까?'라는 궁리만 하는 듯하다. 백년대계라고 하면서도, 교육정책은 정권에 따라 뒤집히기를 반복한다. 교육개혁이라고 해도, 종국에는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조정할 뿐, 혁신은 없다. 이 나라에서 학생이었던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운 일이다.

책을 통해서 본 덴마크의 교육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학생을 주인으로 하며, 교육을 통해서 공동체에 걸맞은 사회 구성원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등수와 점수는 전혀 중요치 않다. 개인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체에 어우러질 수 있는 전인적인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자, 핵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거시적인 가치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서열식 교육으로 인한 폐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그대로 드러난다.

단적인 예로, 최근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하여 정부와 의사단체가 한 치 양보 없는 대립을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대치국면에 승자는 없다. 공공의료부문에 종사할 인력의 만성적 부재로 국민들은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의대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스스로 배척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악수가 되어 스스로의 뒤통수를 때렸다.

우리 사회가 교육 제도 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사람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한 특권이, 횡포가 되어 국민에게 되돌아왔다. 서로 간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 배려나 타협은 일절 없었다. 같은 시기에 독일에서는 의사 증원에 의사들이 적극 찬성한다는 소식은,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마찰과 대립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이슈만 바뀐 채 앞으로도 갈등은 이어질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게 교육의 문제라 생각한다. 능력 만능주의에 빠져 타인을 그저 경쟁자로만 보게 만들고, 좋은 대학이 인생을 결정짓도록 제도를 설계해 수많은 학생들을 공허한 영혼으로 길러낸 교육 정책 결정자, 선생님들, 학부모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들을 양성해 내기 위해선 이제라도 우리 사회에 맞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샤'로 일컬어지는 서울대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아닌, 사람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Pixabay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과 등수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능력에 따라 기회를 배분하는 것은 공정해 보일 뿐더러,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원에 비해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이만큼 효율적인 제도가 없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일부 우수한 인재가 공동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그리고 어떤 교육 제도에서도 모든 학생들을 우월하게 교육하는 건 불가능하며, 점수로 학생들을 걸러 그에 따른 기회를 배분하는 건 공정한 방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공정해지려면 성적이나 '엄빠' 찬스, 부에 가로막혀 꿈이 좌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환경 속에서,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획일화된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면, 다양성을 꽃피울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학생들을 양성하려는 덴마크의 노력은, 구성원들의 조화로운 다양성이 사회를 풍성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배에 비유하자면, 모두가 선장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선원이 되어야 하며, 또 누군가는 관광객처럼 배에서 즐길 수도 있다. 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은 다양하기에, 단순히 수능 성적으로 구분 짓고 결정하는 구태적 발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샤'로 일컬어지는 서울대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아닌, 사람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선택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는 책 속 덴마크 교사의 말이 인상 깊었다. 서른이라는 나이에도 아직 방황을 하며,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몰라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나처럼 방황하지 않았으면 한다.

장장 12년의 긴 주입식 교육과정을 마치고서도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고, 세탁기도 돌릴 줄 모르고,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어리숙한 어른이 되지 않길 바란다. 교육 과정을 통해 어릴 때부터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것,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성인이 되었을 때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쟁취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꿈꾸는 변화가 우리의 교육현장에 반영되기까지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덴마크와 같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고 변화와 사회적 합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교육의 모습과 역할은 무엇이며, 어른들과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의 교육과 어른들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학문을 전수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각자가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공교육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시간보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시간이 더욱 길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놓고,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무엇이 최선인지 우리 사회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육이라는 제도 속에서 소외되거나 열외 되어 방치되는 아이들이 없이, 각자의 행복을 교육을 통해 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12년의 공교육 끝에는, 덴마크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처럼, 교육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와 행복한 감정을 가지고 스스로 하고픈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성인이 되었으면 하는 게 이 어리숙한 어른의 진심 어린 바람이다.


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 오연호 (편역), 오마이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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