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08:39최종 업데이트 20.10.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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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와인에 빠지고 한동안 레드 와인 위주로만 마셨다. 하지만 와인을 음식과 곁들일 때의 즐거움을 깨닫고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졌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다양한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심지어 독일의 대표적 화이트 와인인 리슬링의 경우 간이 센 한식과의 궁합도 괜찮다. 쌈장에 마늘을 품은 상추쌈을 우걱우걱 씹어먹은 후 마셔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화이트 와인에 손이 자주 가다 보니 와인 셀러에는 레드 와인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누가 보면 레드 와인만 좋아해서 그것만 쟁여둔 것으로 착각하겠다 싶다.
 
얼마 전 집 근처 롯데마트 금천점에서 장을 보던 때의 일이다. 롯데마트 금천점은 와인 할인행사도 잘 없고 구비된 와인의 종류도 적지만, 마침 화이트 와인이 떨어져서 간만에 한 병 구입하려고 와인 코너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와인이 이놈이다.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Patriarche Père & Fils Chablis) 2018.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Patriarche Pere & Fils Chablis) 2018 ⓒ 고정미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 2018 샤도네이 포도 품종으로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북부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다. ⓒ 임승수

   
'이 와인, 적당한 가격일까?' 싶을 때

샤도네이 포도 품종으로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 북부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다.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Patriarche Père & Fils)는 제조사명, 샤블리(Chablis)는 포도가 재배된 마을 이름이다. 사과로 치자면 '청송'이라고 재배지를 크게 내세운 셈이겠다. 샤블리 마을의 샤도네이 와인이 꽤 유명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정보인 가격을 확인하니 3만9900원이다. 할인 가격이라고 하는데 과연 진짜 싼 건지, 할인을 가장한 눈탱이 밤탱이 가격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이전 글에서 한 번 다뤘듯이 와인 애호가들의 구세주인 와인 서쳐(Wine-Searcher) 앱을 이용한다. [관련 기사: 9만원짜리 와인이 한국에선 최저가 18만원... 당하지 않는 법]
 
당시 글에서는 와인 서쳐 앱으로 해외 평균 거래가를 확인하는 방법만 간략하게 다뤘다. 하지만 어느덧 연재도 30회를 넘어갔으니 좀 더 심화된 사용 방법을 다루겠다.
 
앱에서 이 와인을 검색하니 아래의 갈무리 화면에 나오듯 세금 미포함 해외 평균 거래가가 4만8300원(2020년 10월 6일 기준)이다. 그런데 롯데마트에서는 세금 포함 3만9900원이니 저렴하다고 덜컥 구입하면 될까? 아직은 판단이 이르다.
 
와인 서쳐의 평균 가격 계산에 산입되는 판매처가 하필 한국이나 중국 등 와인 값이 비싼 매장 위주이면 앱에서 보여주는 평균 거래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앱에 나오는 판매처의 가격 정보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와인 서쳐 갈무리 화면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 세금 미포함 해외 평균 거래가가 48,300원(2020년 10월 6일 기준)이다. ⓒ 임승수

 
갈무리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와인의 경우 한국 매장의 병당 8만 원 하는 높은 가격이 통계에 포함되었다. 심지어 34만 원이 넘는 1947 빈티지까지 등장해 평균 가격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4만8300원이라는 세금 미포함 해외 평균 거래가를 그대로 판단 기준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나는 와인 서쳐 앱에 나오는 매장을 나라별로 살펴본다. 아무래도 프랑스 와인이니 유럽 매장 가격이 대체로 저렴한데, 그렇다고 롯데마트 판매 가격을 원산지인 유럽의 와인 가격과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 매장의 판매가를 참고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프랑스 와인은 물 건너온 수입품이니 가격 비교에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 서쳐 갈무리 화면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의 미국 와인 매장 판매 가격이 나온다. 세금 미포함 23,000원 정도에 파는 곳도 있고, 32,000원에 파는 곳, 어떤 곳은 5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 임승수

 
갈무리 화면에서 보이듯 미국의 매장에서는 세금 미포함 2만3000원 정도에 파는 곳도 있고, 3만2000원에 파는 곳, 어떤 곳은 5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 가격에 한국의 세금을 합산해서 롯데마트 금천점의 할인 판매가와 비교하는 것이다.

한-EU FTA로 인해 프랑스 와인의 관세는 면제이니, 주세, 교육세, 부가세를 합산하면 한국에서는 대략 46% 정도가 세금으로 붙는다. 계산하기 편하게 50%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고 하자. 그러면 미국 와인 매장의 세금 미포함 가격에 1.5배를 곱해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예컨대 갈무리 화면에서 보면 한 미국 매장에서 세금 미포함 3만2000원 정도에 판매하니 거기에 1.5를 곱하면 4만8000원이 나온다. 그에 비하면 롯데마트의 3만9900원은 꽤 저렴하다. 하지만 세금 미포함 2만3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으니 여기에 1.5를 곱하면 3만4500원이고 롯데마트보다 저렴하다. 어쨌든 그동안의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미국 매장과 비교해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구매했다.

해산물과 찰떡궁합인 샤블리
 
이제 와인이 맛있기만 하면 되는데, 역시 샤블리라면 해산물과 곁들이는 게 좋겠다 싶어 조개찜을 배달시켰다. 샤블리 지역의 와인은 미네랄 풍미가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예전에 와인의 미네랄 느낌이라는 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몰라서 와인을 잘 아는 지인에게 문의했다.

마실 때 짭조름함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게 미네랄 풍미라는 답을 들었다. 그 조언을 토대로 이런저런 와인을 접하면서 나는 와인의 미네랄을 '짭조름한 바다 내음' 비슷하게 이해했다. 특히 샤블리 마을의 와인이 그러한 풍미가 강한데, 알고 보니 샤블리 지역이 아주 오래전에 바다였다는 것 아닌가.
 

파트리아슈 페르 에 피스 샤블리 2018에 곁들인 안주 샤블리를 조개찜과 랍스터에 곁들여 마시니, 역시 와인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과 곁들였을 때 최고의 역량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 임승수


샤블리를 조개찜에 곁들여 마시니, 역시 와인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과 곁들였을 때 최고의 역량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음식에 와인이라는 소스를 입혀 간을 완벽하게 맞추는 느낌이라고 할까. 안주 없이 그냥 마셨다면 이만큼의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프랑스 와인의 경우 단독으로 마시면 좀 심심하지만, 음식과 곁들였을 때 잠재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와인 자체가 음식과 만나 훌륭한 소스 역할을 하니, 나는 웬만하면 간이 세지 않고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음식을 안주로 준비한다. 조개찜처럼 말이다.
 
와인이 썩 맘에 들어 며칠 뒤에 또 구매해서 마셨다. 마침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9일이라 안주에도 좀 더 힘을 주었다. 거의 8만 원에 육박하는 특대형 랍스터를 구입한 것이다.

특대형이라고 해서 살집이 아주 많은 건 아니더라. 하지만 씹히는 질감의 차원이 달랐다. 전에 사 먹던 1만~2만 원대의 저렴이와 비교해 네 배 이상 쫀득쫀득 탱글탱글 하다고나 할까. 그렇다 보니 초등학생 두 딸의 랍스터 흡입 속도는 진공청소기가 먼지 빨아들이는 수준이었다. 물론 랍스터와 샤블리의 궁합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글을 쓰다 보니 샤블리 특유의 바다 내음을 품은 상큼한 신맛이 자꾸 연상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10월 중순은 마트와 와인 전문 매장에서 할인 행사가 열리는 시기이니, 레드 와인만 가득찬 셀러에 조만간 샤블리를 포함해 이런저런 화이트 와인을 좀 채워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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