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 07:55최종 업데이트 20.10.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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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마이뉴스 해외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경험한 케이팝 현상을 소개합니다. 또한, 2020 케이팝 열풍의 명암을 조명합니다.[편집자말]
5년 전 만해도 독일에서 케이팝 소식을 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콘서트는 1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했고, 케이팝은 유별난 10대 소녀들의 하위 문화로 취급됐다. 종종 나오는 케이팝 관련 기사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케이팝 가수들의 범죄, 자살,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 자본주의 상품, 국가 주도의 후원과 같은 키워드가 이어졌다.

언젠가부터는 독일의 케이팝 소식을 모두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저변이 넓어졌다. 콘서트가 열리는 빈도도 높았고 도시 곳곳에서는 케이팝 파티와 관련 행사가 줄을 이었다. 반응도 계속 뜨거워졌다.

2년 전 베를린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이틀 전부터 노숙에 들어가 콘서트홀 측이 '노숙하지 마라'는 공지문을 띄우기도 했다. 베를린교통공사는 콘서트장 근처에 '이곳을 지날 때 비명이 들려도 놀라지 마라'는 익살스러운 광고 문구를 걸었다. 물론 독일의 언론 보도는 그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8년 BTS 베를린 콘서트 당시 언론보도. "한국 팝 밴드 방탄소년단을 향한 히스테리". 부정적인 단어 선택이 눈에 띈다. ⓒ rbb24

 
지난 3월 BTS가 드디어 독일 공식 음악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을 포함해 다른 해외 지역보다는 느린 편이었다. 그만큼 독일 음악 차트는 지역성과 장르성이 강하고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런 독일에서 아시아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음악계가 케이팝을 다시 볼 만하다. 

다시 조명 받는 케이팝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전문잡지 <뮤직익스프레스(Musikexpress)>는 지난 9월호에서 처음으로 케이팝 특집 기사를 다루며 그간 독일 사회가 케이팝을 바라본 시선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독일 대표적인 음악 잡지 중 하나인 <뮤직익스프레스> 9월호 ⓒ Musikexpress


<뮤직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독일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초현대적인 물결을 특이한 10대들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취급"했고 "적당한 취재와 잠재된 인종주의적 기사를 통해 무지와 우월감을 가지고 케이팝을 다루어왔다." 그러면서 케이팝에 대한 "비판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장르에 대해 그 배경과 그 역사를 알고자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서 케이팝은 이제 음악전문잡지에서 다룰 만큼 주목도가 커졌다. 청소년 잡지나 가십을 다루는 타블로이드지가 아니라 전문 영역이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1세대 케이팝 팬이 보는 독일의 케이팝  
 

독일의 10년 차 케이팝 팬 라우라 마이어 ⓒ 이유진

 
독일 케이팝의 과거와 현재를 가늠하기 위해 10년 차 케이팝 팬 라우라 마이어(Laura Meyer)와 인터뷰를 했다. 라이프치히 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라우라는 올해 31세. 전형적인 1세대 케이팝 팬이다. 해외에서 1세대 케이팝 팬들은 대부분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 우연히 케이팝을 접하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경우다. 독일 케이팝의 흐름을 초기부터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 케이팝, 언제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2011년이었어요.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어를 배웠고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를 발견(!)해 보게 됐죠. <넌 내게 반했어>라는 드라마였고 씨엔블루의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다 빅뱅을 발견하고는 빠져들었습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음악, 뮤직비디오, 리얼리티쇼 등등 다 찾아봤어요."

- 지금까지 케이팝을 계속 듣는 이유는 뭔가요?
"노래가 좋으니까요. 저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힙합, 알앤비, 미국팝, 독일팝 다양하게 모두 듣습니다. 음악만 좋다면요. 케이팝 안에서도 다양한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요. 아침에 일하러갈 때 기분 좋으려고 듣는 음악, 우울할 때나 차분할 때나 즐거울 때나 다 들을 수 있습니다."

- 케이팝 음반도 많이 사는 걸로 알고 있어요. 왜 구입하나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빅뱅, 갓세븐 앨범은 다 있습니다. 최근에는 DAY6(데이식스) 앨범을 구입했어요. 완전히 유명하지 않은 그룹의 앨범도 종종 사는데요, 독일에도 팬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구입합니다. 케이팝 앨범은 음악뿐 아니라 사진첩, 엽서, 포토 카드 등 팬을 위한 굿즈가 많아서 좋습니다." 

- 케이팝에 대한 접근성은 어떤가요?
"일단 모든 것이 온라인에 있으니 독일이라고 해서 접근성이 떨어지진 않습니다. 음악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듣는데요, 초기에는 케이팝이 많이 없었어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 음악이 있는데 일본어로만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한국어로 된 앨범도 대부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외 유튜브와 SNS에서 대부분 소식을 접합니다.

앨범 사는 게 조금 어렵긴 해요. 베를린에는 다행히 대형 전자상가인 자툰에 케이팝 매대가 있는데요, 그 외 지역에서 오프라인으로 구하긴 힘듭니다. 온라인 직구는 사실 배송비가 너무 비싸죠. 앨범은 30유로인데 배송료를 50유로를 내야하니... 저도 베를린 올 때마다 자툰에 들러서 앨범을 사는 편이에요. 독일에도 공식 온라인 팬샵이 있으면 좋겠어요." 
 

독일 대형 전자 미디어 매장 자툰(Saturn) 베를린 지점에 있는 케이팝 매대. 케이팝 코너는 음반 코너 중 가장 북적이는 곳으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 이유진


- 그래도 독일에서 케이팝이 점점 더 인기를 끄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지금은 훨씬 좋죠. 처음에는 외로웠어요. 케이팝을 듣는 사람이 저뿐이었거든요. 그때 살던 도시에서 페이스북 케이팝 그룹 멤버가 15명인가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팬들이 정말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BTS 옷을 입은 친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 케이팝을 다룬 독일 언론을 보면 대부분 부정적 시선이 많더라고요.
"일단 한국과 독일의 문화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일단 독일에서는 어떤 일이든 간에 16살 아이를 일하러 보내지 않습니다. 학교도 오후에 마치고 다 집으로 가는 곳이니까요. 반면 한국은 학교 마치고 학원 가고 새벽까지 공부하는데 여기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 혹독한 트레이닝 시스템도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여기도 스타 트레이닝이 있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더 여유로울 거예요. 

또 언론이라는 게 부정적인 걸 먼저 찾기 때문이 아닐까요. 독일 힙합계 관련 기사도 온통 범죄 기사뿐인걸요(웃음). 음악 평론이 아닌 이상 그런 자극적 기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 최근에는 케이팝 가수들의 자살 사망 사건도 많이 보도되었는데요.
"네, 맞아요. 너무 안타까운데 언론이 이를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과 연결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케이팝 스타들은 그 혹독한 시스템을 이겨낸 친구들이잖아요. 최근에는 SNS상에서 항상 노출되고 끊임없이 악플이나 메시지를 받는 게 더 큰 문제 같아요.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젊은 여성들의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통계를 봤습니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매일 혐오적인 메시지를 받게 되고요, 유명인이라면 더욱 심할 것 같아요. 

독일에서도 많은 스타, 정치인, 스포츠 선수들이 자살합니다. 심리적인 문제이고, 우울증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힘들다, 치료가 필요하다, 이렇게요."

- 케이팝 스타들의 일탈이나 범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특히 가장 좋아하던 빅뱅이 많은 문제에 연루되었잖아요.
"독일인으로서 사실 마약은 좀 다르게 봤어요. 물론 한국에서 마약이 불법이고 따라서 스캔들이 된 걸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독일에서도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니라 사생활로 봅니다. 갱스터랩에서는 마약 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누구도 '사과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적어도 타인을 해치는 행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승리의 성매매 건은 단호합니다. 빅뱅을 떠난다고 했을 때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사과하고 반성하고 잘못을 통해 배우기를 바랄 뿐입니다." 

- 케이팝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생활이 없는 거죠. 우리 모두 어른이고, 사생활이 있습니다. 특히 연애를 하는 부분은 전부 사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 같기도 한데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1등 하고, 좋은 학교에 가고 이런 기대가 아이돌한테도 똑같이 적용되잖아요. 늘 잘해야 하고, 친절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연애도 안 해야하고... 이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라우라의 케이팝 앨범과 굿즈 모음. 사진에 안 나온 것들이 한 박스 남아있다고 한다. ⓒ 라우라 제공

 
- 이제 BTS 이야기를 해볼까요. BTS 성공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면 2014년 즈음 케이팝 인기가 빠르게 올라간 것 같아요. 그때 실력 좋고, 음악 좋고, 메시지도 있는 그룹이 나타난 거죠. 정말 멋진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BTS죠. 거기다가 BTS는 인터넷을 통해 팬들과의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BTS 팬들을 보면 대부분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이 많은데요, 온라인 이용 시간이 저보다 훨씬 많습니다. 조회수 같은 게 중요하잖아요. 창을 수십 개 띄워놓고 조회수를 올리고, 트위터 해시태그를 달고 이런 온라인 활동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제 나이대 팬들은 불가능합니다(웃음). 저는 일하러 가야 하고, 그렇게 투자할 시간은 없거든요. 실력 좋은 가수와 열성적인 팬들이 딱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연쇄작용이 잘 일어난 거죠."

- BTS팬들은 다른 케이팝 팬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BTS가 유명해지면서 케이팝 장르가 아닌 BTS로 바로 '입덕'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케이팝 뭐 듣냐, 누구 좋아하냐고 하면 '저는 케이팝 안 들어요, BTS만 들어요'라는 답을 자주 들었어요. 이런 부분은 사실 좀 아쉽죠.

저처럼 평범한(?) 케이팝 팬은 소위 케이팝 여행을 합니다. 처음에 누구로 시작했다가 누구를 좋아했다가 또 누구를 좋아했다가... '최애'가 있지만 다른 그룹도 많이 좋아하고, 다양한 케이팝 노래를 듣습니다. BTS 팬 중에는 BTS로 시작해 BTS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이들도 BTS를 계기로 다양한 케이팝을 접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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