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 07:59최종 업데이트 20.09.0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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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 135만 여명이 4차 등교를 재개한 8일 오전 강원 춘천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첫 교실 수업이 시작되고 있다. 2020.6.8 ⓒ 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전격 발표하면서 학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비대면 근무와 학교의 비대면 수업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단기적 실적으로 따졌을 때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교육 이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정부 차원의 가장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분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올해 모든 과정의 학생들은 앞 세대에 비해 전례 없는 교육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방역과 국민건강의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정부의 적절한 수준의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야기되는 교육에 대한 기본권 박탈 또는 제한은 별개의 문제다. 국가공인 정규교육에서는 피교육자들의 연령과 교육의 내용, 수준별 단계가 거의 절대적으로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를 다시 보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유치원부터 대학 사이 어떠한 과정에 있든 2020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세대는 사실상 1년의 피교육권을 빼앗긴 셈이 됐다.

교육의 목적을 상급 단계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가치관에서 보면 모든 동급생은 서로 글동무라기보다 경쟁자들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야기된 비정상적 교육환경이 그나마 이들에게 동등한 피해조건이라고 치부될 수 있을까? 교육 기본권의 근본적 침해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게임의 공정한 룰이 중요한 경쟁관계라면 피할 수 없는 교육의 질적 저하를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비정상적 교육현장의 현실은 ① 절대적 교육의 내용 부실 차원뿐만 아니라 ② 상대적 게임의 룰 차원에서도 더욱 심각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비정상적 교육으로 인해 야기되는 심각한 결과들은 학습의 직접적인 내용 차원뿐 아니라 전반적 인성, 사회성 개발 등 전인적 교육 전반에 나타날 수 있다.

대입시험 취소한 프랑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문을 닫은 파리제1대학. 2020.3.12 ⓒ 연합뉴스


서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으로 야기된 비정상적 교육의 실태와 그에 따라 예상되는 결과 등에 점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비비시>(BB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학생들의 90%에 해당하는 16억 명이 비대면 수업 등 비정상적(비일상적) 교육을 받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 지구의 모든 학생이 천부인권의 하나인 교육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서유럽 국가들은 9월과 함께 신학기 개학을 맞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로부터 시작된 개학은 시차를 두고 점차 중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으로 이어지게 된다. 학교를 처음 입학한 초등학교 1학년생을 제외하면 모든 학생들은 지난 2019~2020 학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강을 맞았다. 필요한 교육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단계 수업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학기에 이뤄질 교육이 예년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다.

프랑스의 대입시험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는 올해 6월 17일에서 24일 사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험 자체가 취소되고, 올해 대입 선발에 필요한 자료는 내신 성적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충격적인 조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의 교육 분위기에서는 면학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에 비해 시험을 치르지 못해 대입 사정(査定)에 차질을 빚는 현실은 사회적으로 덜 민감한 문제로 인식된다. 결국 이미 대부분의 고등학교 교육을 이수하고 내신 성적만으로 대입 전형(銓衡)이 결정된 올해 테르미날(한국의 고3) 학생들에겐 역설적으로 팬데믹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덜 엄중했다. 한국과의 큰 차이점일 수 있다.

프랑스 안에서 더 큰 문제는 올해 대입 수험생이 아닌 그 외 다른 모든 과정의 학생들이다. 학교 봉쇄기간 동안 얼마나 학업 성취도와 수준이 하락했는가 하는 문제가 더 시급한 것이다. 프랑스 교육의 특징이다.

지난 1일 프랑스의 <르몽드>는 프랑스 교육부가 이번 학기 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할 일반평가 시험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코로나19가 교육의 침해에 미친 영향을 비교적 단기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교육현장의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프랑스 교육부는 이러한 추가 업무를 기존의 교육자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추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가예산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국가 예산은 그런 일을 위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 아닌가? 예산의 운용 없이 현장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일 뿐 체계적 대응도, 장기적 계획도 아니다.

코로나 시대의 교육불평등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홍보하는 프랑스 파리 곰 인형 ⓒ 연합뉴스/AP

   
이처럼 학생들 전체가 똑같이 입을 수 있는 피해, 즉 절대적 교육의 내용에 대한 피해 대책은 큰 논란 없이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진행될 수 있다. 반면 상대적 게임의 룰에 대한 문제는 조금 복잡한 문제를 함의한다. 사회 계층에 따라 교육의 양과 질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일이다. 공공 영역으로서의 교육이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책임질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의 많은 부분이 가정교육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고, 따라서 가정 형편에 따른 교육의 질적, 양적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앞서 언급한 <비비시>는 과거 몇 차례 몇몇 학교가 문을 닫았을 경우 이것이 등교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대부분의 아동은 학교 수업 중 성취도가 향상되고 방학 등 가정에 있을 때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얼핏 당연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이것이 바로 비대면 수업 즉 화상수업을 포함한 미등교 수업이 미칠 수 있는 학업 성취도의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다.

교육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또는 영원히) 가정교육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회의 평등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수록 교육의 평등 원리 차원에서 공정한 교육이 보장된다. 집 밖에서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가정 안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언급한 <르몽드>는 같은 날 보도에서 사회학자 베르나르 라이르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유복한 환경 출신의 아동은 교육적 놀이, 부모의 언어 습관, 태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종합적 교육 안으로 빠져 들지만 열악한 환경 출신의 아동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당연히 맞춤형이 되기 때문에 배움의 속도 역시 중간 수준에 맞춰 진행되는 교실에서 이뤄지는 교육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보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의 경우 화상수업 자체가 불가능한 학생이 상당수라는 점도 치명적인 문제다. 우선 컴퓨터의 성능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의 책상에 개인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학생도 있는 반면, 집안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 컴퓨터가 있어도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경우의 학생,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화상 수업이 가능해도 집안의 다른 식구들과 같은 공간에 컴퓨터가 놓여 있다면, 또는 집 안에 둘 이상의 학생이 동시에 화상 수업을 해야 된다면.

간혹 외신 토픽을 통해 헌신적 교사들의 노력을 접하기도 한다. 멕시코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자비로 개조한 트럭을 이용, 이동 교실을 만들어 학생을 찾아다니며 수업을 한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런 선생님들의 헌신과 숭고한 정신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국가 정책을 숭고한 현장의 희생에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다름 아닌 "실상은 3단계, 대책은 2단계"의 다른 표현이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기업 활동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면서 희생된 것이 교육과 학생이다.

하지만 교육은 기업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국가 운명의 태반(胎盤)이다. 천부적 기본권 보장과 불평등 심화 억제라는 대명분이 구호로 끝나지 않는 국가백년대계의 교육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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