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 14:08최종 업데이트 20.08.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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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 여인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 @PLOS Biology (2004) ⓒ PLOS Biology

 
"네안데르탈인들은 우리 현생인류에 비해 더 통증에 예민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7월 23일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스반테 패보(Svante Pääbo) 연구실의 유전체학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 논문이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가 "무엇이 네안데르탈인을 네안데르탈인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질문의 유전학적 대답은 어떤 유의미한 유전적 차이가 네안데르탈인을 현생인류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로부터 구별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유전자는 생물체의 모든 세포 속에 존재하는 DNA 생체정보다. 이 정보는 집의 설계도처럼 개체들이 발생해 발달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들의 총체 역할을 한다. DNA를 글자에 비유한다면, 염색체는 DNA가 모여 있는 책과 같다. 마치 길게 이어진 DNA를 뭉쳐놓은 것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수와 각각의 길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종(種)에 따라 다른데,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몇몇 증후군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사람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염색체상의 정보를 다루는 것을 특별히 '유전체학'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유전체의 총괄 비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테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서로 갈라져 나온 이후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각각 축적해온 유전적 돌연변이는 어떤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게 된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조상에 뿌리를 두고 50만 년 쯤 전에 갈라져나간 사람속(Homo)의 혈통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직계 조상들과 놀랄 만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의 뼈를 다듬어 목걸이로 사용했다거나, 동굴에 솜씨 좋게 벽화를 그린 것, 누군가 죽었을 때 따로 무덤을 만들어 꽃과 같은 것들을 함께 묻어준 것 등 수 만 년 전 우리의 직계 조상들이 살았을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유전체학적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들은 함께 자식을 갖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처음 발표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연구 이후 몇 년간의 연구들은 그 근거로 현재 살아 있는 유라시아인들의 유전체 상에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보이는 유전체의 일부가 2~4퍼센트 정도 존재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이 연구들에 대한 반대 논거들도 일부 있었지만, 2015년 현생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의 혼혈 자식으로부터 불과 몇 세대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유전체가 화석에서 채취되어 분석되고, 2018년엔 엄마가 네안데르탈인이고 아버지가 현생인류의 조상이었던 1세대 혼혈 자식의 유전체가 분석되어 발표되면서 반대 논거들을 잠재웠다.

네안데르탈인들은 어떤 존재였나

다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돌연변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돌연변이는 유전체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는 동안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DNA 상의 변화다. 이를 테면, 내 어머니에게 생겼던 돌연변이가 나를 통해 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처럼, 현생인류의 조상이 남긴 돌연변이는 그 후손들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조상이 남긴 돌연변이는 그들의 후손에게 남아 있게 된다.

가계도를 상상해보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할머니 계통에서부터 서로 갈라져나간 것이 대략 50만 년 전후이니, 그 만큼의 시간동안 각자의 혈통 안에서 누적해온 돌연변이가 존재할 것이다. '집단 유전학'이나 '비교 유전체학'은 이 같은 '혈통 특이적'으로 남아 있는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때 말하는 "네안데르탈인 특이적 돌연변이"는 모든 네안데르탈인이 가지고 있지만 현생인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던 유전적 변화를 말한다.

사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같은 유전적 변화는 (특히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몇 개 되지 않는다. 50만 년이라는 시간은 인간 개체가 느끼는 시간으로는 아주 길지만, 혈통과 혈통이 갈라져 나간 뒤에 특이적 유전 변이를 누적시키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논문에서는 이 같은 유전 변이 중 단백질 NaV1.7상에 존재하는 세 개의 네안데르탈인 특이적인 유전적 변이에 주목했다. 이것은 신경 말초에 분포해 척추와 뇌로 통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네안데르탈인들은 말초 신경을 통해 통증을 감지하는 예민함이나 통증 인지에 관여하는 어느 부분이 현생인류와 달랐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만큼 이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 대신 연구진은 현생인류를 이용해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생인류 집단의 유전체에서 감지된 네안데르탈인 특이적 변이를 퍼센티지에 따라 크기가 다른 붉은 동그라미로 표시한 지도.(Zeberg et al. 2020) ⓒ Current Biology

 
먼저, 발표되어 있는 2500여 개의 현생인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phase III 1000 Genomes dataset)를 사용해 네안데르탈인의 특이적인 3개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라시아인에서 아메리카인에 이르기까지, 비(非)아프리카인 인류 집단에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10만여 년쯤 전후로 있었던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간의 교배 이후 지금까지 현생인류에게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조각이다.

이어서, 이 유전형이 '발현된 단백질의 기능'에 해당하는 "표현형"(유전자의 변이로 단백질 기능이 변화하는 것)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 알기 위해, 연구진은 영국의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 바이오뱅크는 정부 지원 아래 자발적으로 참여한 50만 영국인들(신원 노출 없음)의 유전형과 표현형을 함께 등록해 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다. 서로 다른 유전형, 즉 서로 다른 DNA의 구성이 어떻게 "표현형"과 연관관계를 갖는지 연구하는데 유용한 자원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것은 특정 유전변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생리적, 행동적, 형태적, 병리적 영향이 있는지를 연관지어 이해하는 과정이다.

통증 관련 설문에 응답한 36만여 명 참여자들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그 중 0.4퍼센트에 해당하는 1300여 명이 네안데르탈인의 특이적인 세 개 유전변이를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6만여 명의 영국인들의 유전형을 비교해, 앞서 언급된 단백질 NaV1.7상의 세 개의 단백질 변이가 현생인류형인 사람들과 네안데르탈인형인 사람들을 나눠, 서로 "표현형"이 어떻게 다른지를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네안데르탈인형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많은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나

통증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통증은 우리가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반응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이에 더 민감하다는 것은 이 기능이 '적응'에 도움이 되는 특징이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생존과 후손을 남기는 데 유리한 특징들이 자연선택된다는 말의 진화론적 표현이다. 

다만, 현생인류에게 관찰되는 "표현형"과 네안데르탈인에게 나타났을 "표현형"이 혹시 다르지는 않았을까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변이가 정말 '적응'에 유리하게 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유전체상에서 자연선택의 흔적을 찾는 등의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연구의 지도교수인 스반테 패보 박사도, 추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더 분석해서 선택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래도록 우리 인간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골몰해 왔다. '생각하는 존재'라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라거나, 그간 다양한 답이 제시되어 왔다. 다만, 이 같은 질문이 인간만이 가진 특유의 성질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라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은 그렇지 않은가?'라는 질문도 고려하는 대답이어야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60년쯤 전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의 행동 관찰 연구를 수행하던 제인 구달이 연구 책임자였던 루이스 리키 박사에게 '침팬지들이 개미를 낚아 먹기 위해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보고했을 때, 리키 박사는 "이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정의를 바꾸든지, 침팬지를 인간에 포함시키든지 해야 될 테지"라고 말했다. 흔히 인간을 '도구를 사용하는 자'라고 지칭하던 당시의 무지를 꼬집은 말이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는 대신, 임의로 인간을 정의하는 방식으로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수십 년간, 행동 생물학이나 유전학 전반에서의 노력은 실제로 이 같은 비교 분석 방식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기여해왔다. 그를 바탕으로 이제는 이를 테면, 도구 사용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성질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들의 도구 사용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 유전적인 의미로 '인간에게만 발견되는 인간 특유의 단백질 변이'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유전자 폭스피투(FOXP2)가 인간의 언어활동이나 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인간을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한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구분짓는가 하는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네안데르탈인들은 어떤 존재였나"를 묻는 이번 연구는,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이론을 발판으로, 화석으로만 남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생리학적 특징들을 조금씩 더 이해해가는 과정이자, 궁극적으로는 현생인류를 더 섬세하게 이해해가는 바탕을 마련해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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