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8 09:05최종 업데이트 20.03.18 09:05
  • 본문듣기
■ 꿈틀비행기 15호는...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밀을 찾아 2020년 1월 13~18일 외드세레즈 애프터스콜레, 로스킬데 직업학교,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등을 방문했습니다. 2020년 7월 29일에는 꿈틀비행기 16호가 출발합니다. http://trip.ohmynews.com/[편집자말]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권우성

 
'빛의 달력'으로 하늘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공원, 작은 연못 위를 헤엄치는 오리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북유럽의 삭막한 겨울을 잊은 듯했다. 높이 18m짜리 통유리창 너머로 새들이 힘차게 날아갔다.

지난 1월 16일(현지시각) <오마이뉴스> 덴마크 교육탐방 프로그램 '꿈틀비행기' 15호 참가자 23명은 스웨덴 말뫼시를 방문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버스를 타고 외레순 해협을 가로질러 40분쯤 달렸을까. 국경 검문을 통과하자 멀리서 '터닝토르소'가 보였다. 한때 기반이었던 조선업이 쇠락한 뒤 말뫼시는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190m 초고층으로 말뫼 어디서나 눈에 띄는 터닝토르소는 그 노력의 상징이다.

도서관에서 도시를 만나다

이날의 목적지는 말뫼 시립도서관(Malmö Stadsbiblioteket).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은 덴마크처럼 행복지수가 높은 스웨덴 사회가 궁금했다. 교육, 문화, 공동체를 아우르는 지식공간 역할을 하는 말뫼 도서관이 귀띔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권우성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권우성

 
1905년 호텔에서 시작한 말뫼도서관이 현재 위치로 옮겨온 것은 1946년이다. 이때만 해도 도서관 건물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구관 '캐슬(Castle)'뿐이었다. 도서관이 지금처럼 세 곳으로 나뉜 것은 덴마크 건축가 헤닝 라슨(Henning Larsen)이 지은 새 건물이 들어선 1997년부터다.

거대한 통유리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신관의 이름은 '빛의 달력(Calendar of light)'이다. 이 건물 덕에 말뫼도서관은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2곳 중 하나로 꼽혔고, 스웨덴 내에서도 건축상을 수상했다.


구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중간 건물은 둥그런 외형 때문에 실린더(Cylinder)라고 불린다. 실린더 입구 회전문에는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로 인사말이 쓰여 있다.

신관 한가운데에는 붉은색 소파가 원형으로 배열돼 있다. 평소 시민들이 앉아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그런데 소파 주변 서가들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도서관 행사가 있는 날이면 1층 홀은 수백 명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1월 22일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유고슬라비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강연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카롤라 사서는 "1년에 20회 정도 저자 행사가 열리고, 매년 100만 명이 방문하며 이용자는 8만 9천 명 정도"라고 소개했다. 도서관은 약 50만 권에 달하는 장서량만 자랑하지 않고, 700개가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역 자체가 다문화권이라 장서도 50여 개 언어권에 걸쳐 구비됐다. 또 지난해에는 드렉퀸(여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남성 성소수자)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권우성

 

스웨덴 말뫼 시립도서관. ⓒ 권우성

   
지역 공동체와 이용자를 중심에 둔 말뫼 도서관의 철학은 공간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장소가 남달랐다.

어린이도서실(Kanini)은 0~2세, 3~5세, 6~8세로 구분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다닌다(어른들은 파란 부직포로 된 덧신을 착용). 도서실 한쪽에선 싱크대와 식탁, 의자 등을 이용해 아이에게 간식을 먹이는 부모들이 있었다. 또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나무모양 공간에 들어가 책을 읽게 만들거나 숨겨진 방을 찾으면 새로운 도서가 나오게 하는 등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연령별 도서실에 붙여진 이름도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한 것이었다. 카롤라 사서는 "청소년(9~13세)용 도서실의 경우 원래 다른 이름이었는데 아이들이 '발라간(Balagan)'이 좋겠다고 해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발라간은 '뒤죽박죽, 혼돈, 엉망진창'을 뜻하는 단어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게임과 드럼·피아노 연주, 그림 그리기도 할 수 있다.

"아이가 울어도 관대"... 사람 또 사람 중심

카롤라 사서는 "말뫼 도서관 프로그램에는 생후 6개월부터 참여할 수 있다"며 "이곳은 아이가 울더라도 관대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이 좋아서) 집에 가기 싫다며 우는 아이를 4층 식당에 데려가 달랜 적도 있다"며 "도서관에서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은 딱 하나(Quiet reading room, 구관 4층)"라고 설명했다.

신관 3층에 위치한 14~30세 전용공간(Krut)은 이제 미디어산업중심도시로 거듭난 말뫼의 오늘을 담고 있다. 이곳은 젊은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은 물론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상세한 일정 등은 말뫼도서관 홈페이지나 페이스북(@krutmalmo), 인스타그램(@krut_malmo)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