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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방에서 연예인의 외도와 성생활까지 봐야하죠?

[막장의 세계 ③] 막장과 만난 예능, 시청률 쫓아 금기 없이 달리다

21.01.27 07:49최종업데이트21.01.2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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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폭력, 복수, 욕망 등을 총망라한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부른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펜트하우스> 시즌1이 증명하듯 이미 막장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 들어선 예능에까지 막장적 요소가 곁들여지고 있다. '막장의 세계'에선 불과 몇 년 사이 우리 삶에 훅 들어온 '막장'의 요모조모를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막장'은 본래 '드라마'와 한쌍이었다.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를 일컬어 '막장 드라마(규범 표기는 끝장 드라마)'라고 불러 왔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 외도나 불륜 그리고 출생의 비밀 등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 마라맛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매번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의 트로이카(troika)라 불리는 문영남, 임성한, 김순옥은 계속 제기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끝내 막장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켰다. 최근 시즌1이 마무리된 SBS <펜트하우스>의 성공(최고 시청률 28.8%, 닐슨코리아 기준)은 막장 드라마가 발을 딛고 설 땅이 매우 넓다는 걸 보여준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막장을 뒤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막장과 결탁한 예능의 폭주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의 한 장면 ⓒ JTBC

 
그런데 비단 드라마뿐일까. 막장과 결탁한 예능의 폭주도 드라마에 못지않다. 특히 부부를 대상으로 한 관찰 예능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비록 과거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외도와 불륜, 도박 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낯뜨거운 부부의 성관계도 고민 상담의 소재로 오른다. 더 나아가 이혼한 부부들의 재회 여행까지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드라마는 가상이라는 전제가 깔리지만, 실제 부부들이 출연하는 관찰 예능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제 사람들은 결혼한 연예인 부부가 보여주는 내밀한 일상과 갈등을, 이혼한 부부가 관계 회복을 위해 만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본다. 그들의 다툼과 화해는 말 그대로 진짜이고, 예능은 그 어느 때보다 막장에 닿아있다. 

기존에 방영되던 부부 예능들, 그러니까 SBS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과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만 해도 가급적 적정선을 유지한 채 부부의 이야기를 전달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JTBC < 1호가 될 순 없어 >, 채널A·skyTV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등은 부부 예능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참 뭐든지 성실해. 바람피는 것도 성실하고, 도박도 성실하고, 성실의 왕자!" (임미숙)

코미디언 부부가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면서 코미디언 부부 중 '이혼 1호'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탐구하는 <1호가 될 순 없어>에선 김학래-임미숙 부부가 출연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임미숙은 신혼 초부터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하며 그 이유가 김학래의 외도와 도박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은 김학래의 과거사가 가벼운 개그 소재로 소비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예능을 통해 쏟아져 나온 거침없는 '19금'
 

채널A·skyTV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의 한 장면 ⓒ 채널A

 
"저를 성(性)에 눈뜨게 해 준 남자예요. 전기가 폭발하는데 미칠 것 같았어요." (최영환)

현대판 '사랑과 전쟁'이라 불리는 <애로부부>는 아예 청소년 관람불가를 선언했다. 박혜민은 남편 조지환이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한다며 고민을 토로했고, 최영완-손남목 부부는 왕성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섹스리스'가 됐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거침없는 19금 이야기에 시청률은 3.592%까지 치솟았다. 물론 부부의 내밀한 성 생활까지 들어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자기도 내가 여자로 보이나? 이런 기대감이 있잖아." (선우은숙)

과거처럼 이혼이 금기어로 여겨지진 않아도 여전히 입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운 시대에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이 출현할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연예인 부부를 섭외하는 파격을 강행했다. 방송은 그들의 멋쩍은 재회부터 관계 회복의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다. 존재부터 충격 그 자체였던 이 예능은 막장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이혼 후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다가도 어느새 출연자들의 상처를 과도하게 전시하며 막장극을 연출한다.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굳이 언급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외도에 대한 언급도 등장한다. 전처의 남자친구를 캐묻고, 결혼 전 상견례에서 빚어진 갈등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기존의 막장 드라마에서 봤던, 아니 그보다 심한 막장의 세계일까. 

이젠 전략이 된 '욕하면서 본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 TV조선

 
이처럼 예능에도 막장의 기운이 넘쳐난다. 파격적인 포맷과 자극적인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서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지금의 수위를 낮출 리는 만무하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분명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이 예능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한때 비아냥으로 여겨졌던 그 말이 이젠 전략이 됐다. 

안방극장의 중심이 중장년층으로 옮겨가면서 앞으로 부부 예능은 더욱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다보면 선을 넘기가 좀더 수월하기 마련이다. 막장과 손을 잡은 드라마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막장과 손을 잡은 예능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스스로를 '리얼 타임 드라마'라 부르고 있지 않은가.

이제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는 상당히 허물어졌고, 그 매개체는 '막장'인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1호가 될 순 없어 애로부부 우리 이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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