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지난 7일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된 GS칼텍스 KIXX전에서 주장 이소영이 2세트 도중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검진결과 이소영은 발목인대파열 진단을 받으며 플레이오프 출전이 힘들어졌다. 7년 만에 봄 배구 진출이라는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정관장에게 큰 악재가 생긴 것이다. 이소영의 부상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배구팬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낙승'을 전망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관장을 꺾었지만 예상과 달리 크게 고전했다. 1차전에서 정호영의 무릎부상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가 생기면서 1-3으로 패했던 정관장은 24일 2차전에서 김세인이라는 히든카드를 투입해 안방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했다. 비록 3차전에서는 흥국생명에게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시즌을 마쳤지만 정관장 선수들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7년 만의 '봄 나들이'를 마감했다.

이제 2023-2024 시즌 V리그 여자부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2위 흥국생명의 챔피언 결정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규리그 1위로 12년 만에 챔프전에 직행한 현대건설이 체력적으로 앞서 있지만 흥국생명 역시 정규리그 4승 2패의 우위를 바탕으로 2018-2019 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의 최강을 가리는 챔프전 결과에 배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현대건설] 8년 만에 오른 챔프전 무대
 
 현대건설이 챔프전에서 패한다면 12년 만의 정규리그 1위도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현대건설이 챔프전에서 패한다면 12년 만의 정규리그 1위도 빛이 바랠 수 밖에 없다. ⓒ 한국배구연맹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은 다음 챔프전 진출까지 8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28승 3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2021-2022 시즌에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종료되면서 봄 배구가 취소됐다. 개막 15연승을 달렸던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의 부상 이후 후반기 믿을 수 없는 추락을 경험하며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V리그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을 영입하며 전력을 꾸린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중반까지 여유 있는 1위를 달렸다. 하지만 5라운드 4승2패, 6라운드 3승3패로 주춤하는 사이 흥국생명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며 치열한 순위경쟁을 했고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꺾으며 승점 1점 차이로 간신히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4라운드까지 24경기에서 19승5패로 확실한 선두를 달리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마지막 12경기에서 7승5패로 주춤했다.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가 어깨부상으로 4경기에 결장하면서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고예림이 무리해서 출전을 강행했고 토종 거포 정지윤도 34.09%의 성공률로 254득점을 기록하며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강성형 감독마저 시즌 막판 아웃사이드히터들의 아쉬운 활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을 정도.

챔프전에서 맞붙게 될 흥국생명에게 약한 것도 현대건설의 고민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4라운드까지 흥국생명을 상대로 상대전적 2승2패를 기록했지만 5라운드와 6라운드 맞대결에서 연속으로 세트스코어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무엇보다 홈구장인 수원체육관에서 흥국생명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3연패를 당했다는 점은 1,2차전을 수원에서 치러야 하는 현대건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15-2016 시즌 이후 8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은 현대건설은 주전 7명 중에서 양효진과 김연견 리베로 정도를 제외하면 V리그에서 우승은커녕 챔프전 무대를 밟았던 선수조차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최근 세 시즌 동안 V리그 103경기에서 78승25패(승률 .757)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팀이다. 모마라는 확실한 주공격수와 양효진, 이다현으로 구성된 강력한 미들블로커를 앞세운 현대건설은 이번 챔프전에서 8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흥국생명] '2전3기' 노리는 배구여제
 
 국내 복귀 후 두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연경은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국내 복귀 후 두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연경은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 한국배구연맹

 
정규리그에서 승점 1점이 부족해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직행이 좌절된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 상대가 이소영이 없는 정관장으로 결정되면서 챔프전 진출이 매우 수월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찍 시리즈를 마무리했어야 할 2차전에서 '이소영도 없고 정호영도 없는' 정관장에게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여제'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66득점(2위)과 함께 공격성공률(47.24%), 오픈공격(49.18%),퀵오픈(50%), 서브(세트당0.36개), 리시브(43.24%), 디그(세트당4.91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공수에서 격이 다른 활약으로 흥국생명을 챔프전으로 견인한 셈이다. 김연경의 존재는 이번 챔프전에서도 흥국생명 팬들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가장 '믿는 구석'이다.

흥국생명이 챔프전을 수월하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복을 보였던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과 아시아쿼터 레이나 토코쿠가 흥국생명이 자랑하는 '삼각편대'의 일원으로 믿음직한 활약을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레이나는 공격은 물론이고 서브리시브에서도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했던 25.49%의 리시브 효율로는 챔프전에서도 크게 고전할 수밖에 없다.

김다인이라는 확실한 주전세터가 포진한 현대건설에 비해 흥국생명은 주전 이원정 세터와 백업 김다솔 세터, 신예 박혜진 세터가 경기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번갈아 경기에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아본단자 감독이 활용했던 세 명의 세터가 플레이오프에서 안정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공격을 분배하는 세터가 흔들리면 아무리 강한 공격력을 갖춘 흥국생명이라 해도 그 위력이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지난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패하며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김연경은 국내 복귀 후 아직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해 우승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나머지 선수들도 지난 시즌에 당했던 '리버스 스윕'의 아픔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다. '챔프전 단골손님'이라고 해서 우승을 향한 흥국생명의 의지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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