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이무진

이무진 ⓒ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신호등'으로 대중가요 신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이무진이 또 하나의 히트곡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달 9일에 발표한 신곡 '잠깐 시간 될까'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더니 한 달여 만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음원파워를 입증한 것. 

'잠깐 시간 될까'는 고백을 앞둔 남자의 진심을 담은 곡으로, 이무진이 직접 작사·작곡한 자작곡이다. '신호등'에서 느껴졌던 이무진표 노래 특유의 선명한 스토리텔링이 역시 이 곡에서도 돋보이며, '신호등'처럼 영어 하나 없는 순전한 한국어 가사로만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곡의 화자는 알고 지내온 여사친(여자인 친구지만 연인은 아닌)에게 고백하는 남자인데, 순수한 감성의 결정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이 곡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설렘을 노래한다. 그것도 막 시작하는 사랑이니, 얼마나 깨끗하고 풋풋한가.
 
잠깐 시간 될까/ 만날 수 있을까/
별일은 아니고 그냥 보고 싶어 그래/
웃지 말고 대답해줄래/ 그럼 나 괜히 설레/
장난치지 말고 내게 답해줄래/ 어떻게 생각해

많은 사랑 노래들 중에서 이 곡에서 특히 큰 설렘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좋아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 않은 가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래의 후반부에 좋아한다고 직접 말하는 대목이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좋아한다는 말보다 더 마음이 느껴지는 대체어들로 이 노래는 채워져 있다. 잠깐 시간 될까, 만날 수 있을까, 별일은 아니고 보고 싶어서 그래, 이런 말들 모두가 상대를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고 있어서 더 귀엽고 순수해 보인다. "좋아한다는 말의 다른 말은 보고 싶다는 말"이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둘러서 말하는 대체어들이 오히려 진심을 증폭시킨다.

이렇게 노래 전체에 걸쳐 밀도 있게 하나의 감성으로 몰아붙이는 가사는 오랜만인 듯싶다. 때문에 노래를 끝까지 듣고 나면 마치 첫사랑 관련 영화 한 편을 본 듯, 마음에 있던 사람에게 기다리던 고백을 받은 듯한 감정마저 든다.

또 하나 재밌는 건 화자의 화법이다. 백점짜리 화법이다. 말을 아주 예쁘게 한다. 다음의 가사를 보자.
 
혹시 근데 말이야/ 내 고백 말이야/
답 안 해줬잖아 너는 나 어떤 것 같애/
부담 안 가져도 돼/ 진짜야 나는 괜찮아/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게/ 내가 그리 갈게

너무 매달리는 인상을 주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진심은 충분히 표현하고, 게다가 부담가질까 봐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말에서 상대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예의가 모두 느껴진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오케이 받지 않을까?

거절당할까 봐 몸을 사리고 머리로 계산하는 비겁함도 없다. 아직 답 안 해줬으니 답을 달라고 저돌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내가 그리로 가겠다며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선 솔직하고 직선적인 태도가 느껴져 더욱 호감으로 다가온다.
 
시작하는 사랑의 설렘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여주는 이 노래는 '고백의 정석'처럼 보인다. 대사(가사) 하나하나에서 진심과 배려가 잔뜩 묻어나기에 고백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교과서가 되어줄 것 같다. 노래 속 화자의 화법과 멘트를 따라하면 고백 성공확률이 적어도 8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이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이무진 잠깐시간될까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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