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괴물> 심나연 PD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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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야, 작은 실수'라는 대사가 저는 참 섬찟했다. 그 작은 실수가 모두를 괴물로 만들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도) 스스로 이기적인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은 우리에게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20년 전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고 덮어버렸던 경찰서장은 "실수일 뿐"이라고 무마하려 했지만 결국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그 사건 때문에 추락하고 만다. 진실을 숨기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이고, 또 괴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진실을 숨기기 위해 괴물이 된 이들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도 괴물과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이 드라마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얻은 JTBC 드라마 <괴물>은 10일 최종 방송분에서 최고 시청률 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5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심나연 PD를 만났다. 

<괴물>은 20년 만에 다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괴물이 되어 버린 두 남자를 그린 작품. 심나연 PD는 김수진 작가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반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출에겐 정말 흥미로운 대본이었다. 한 권의 소설을 읽듯이 그림이 그려졌고, 잘 연출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중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이지 않나. 처음에는 이동식(신하균 분)만 괴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동식이 점점 괴물이 될 수밖에 없도록 주위의 괴물들이 20년 동안 어떻게 일을 망가트려왔는지 잘 쓰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JTBC 드라마 <괴물> 스틸 컷

JTBC 드라마 <괴물> 스틸 컷 ⓒ JTBC

 
서울청 외사과 출신의 엘리트 경찰 한주원(여진구 분)은 극 초반부엔 조금 도드라져 보이는 인물이기도 했다. 20년 전 벌어진 이유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친오빠 이동식(신하균 분)을 의심하는 그는 사사건건 만양 사람들과 부딪혔다. 때때로 증거도 없이 "네가 죽였지"라며 이동식을 몰아세우는 장면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심 PD는 "저와 작가님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여진구씨랑도 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저희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한주원이) 그렇게 잘못 짚었지만 마지막에는 잘못됐던 걸 스스로 바로 세우면서 정의를 향해 가는,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을 때 사실 저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여)진구씨가 그 부분을 더 확실하게 집착하고 보여줘야 뒷부분에서 한주원의 달라진 모습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나중엔 보시는 분들이 한주원을 이해해주실 거라고, 진구씨가 더 그런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16부까지 끝마치고 나니까, 그게 맞는 선택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한주원이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한 건, 드라마 8회 이후부터였다. 강민정(강민아 분)을 살해한 진범 만양슈퍼 주인 강진묵(이규회 분)을 함께 체포하고 이유연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한주원과 이동식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공조 수사를 펼쳐나갔다. 심나연 PD는 당시 "8회에 1막을 완전히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작가님과 8회를 기점으로 시즌1, 2처럼 막을 나눠야 한다고 상의를 했다. 작가 입장에서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8회까지 모든 걸 아끼지 않고 털어내야 하니까. 저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고 가장 공들여 찍은 회차였다. 7회에서 강진묵을 체포하고, 8회 엔딩 강진묵이 자살하는 순간은 특히 오랜 시간 콘티를 짜고 신경 쓴 부분이다. 9회가 방송됐을 때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너무 기뻤다. 뿌듯하기도 하고. 여기까지 함께 봐주신 분들은 <괴물>을 끝까지 좋아해주시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괴물>의 인기 요인 중에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연쇄살인마 강진묵을 순박해 보이는 얼굴 뒤의 섬뜩한 면으로 표현해낸 이규회는 물론 허성태, 최대훈, 길해연, 천호진, 최진호, 정규수 등 수많은 배우들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심나연 PD 역시 "조연들의 역할이 드라마 상에서 많이 부각됐던 게 좋았다. 배우보는 맛이 쏠쏠했던 드라마여서, (시청자도) 더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공을 돌렸다. 

"조연 캐릭터들이 어느 회차에선 하나하나 주인공이었다. 캐릭터 이름들을 다 외워주시는 시청자분들도 많더라. 그게 쉽지 않은건데, 그런 게 마니아층이 생긴 이유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배우들을) 최대한 많이 만났다. 미팅을 정말 많이 했다. 신하균, 여진구가 있으니 그 주변엔 TV에서 보지 못했던 분들이 계셔도 조화로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유명세보다)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찾고 싶었다. 강진묵 역할에 이규회 선배를 만나면서 조길구(손상규 분), 황광영(백석광 분) 등 그 선배의 후배, 후배의 후배 그런 식으로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JTBC 드라마 <괴물> 스틸 컷

JTBC 드라마 <괴물> 스틸 컷 ⓒ JTBC

 
<괴물>은 OST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가수 최백호의 '더 나이트'는 극의 중요한 순간마다 흘러나오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심나연 PD는 "만양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이동식의 인생을 잘 표현하는, 연륜이 묻어나는 그런 느낌을 원했다. 최백호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해서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그 OST가 드라마의 커다란 테마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신들은 장면, 장면마다 하나하나 느낌을 찾아서 만들어갔다. 음악감독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7개월여 동안 거의 쉬지 않고 곡만 만드셨다. 그러니까 결과물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나연 PD가 가장 신경 쓴 또다른 부분은 피해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이었다고. 여성 연쇄살인범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큰 축이니 만큼, 극 중에는 이동식의 동생 이유연을 비롯해 강민정, 이금화, 방주선 등 여러 인물들의 사체 혹은 살해 장면이 등장했다. 심 PD는 연출로서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너무 오락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는 책임감을 잊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살인사건 묘사)은 작가님도 굉장히 고민하고 계셨다. 저도 그랬다. 같은 여자이기도 하고. (살인사건을)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보여주지 않아야 할까 하는 부분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연출의 입장에서는 더 많이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더 미장센에 신경쓰고 싶고. 그런데 마냥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작가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작품이 너무 잔인함에 치우치거나 너무 오락적이어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이면서도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살려야 했기 때문에 그 중간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사건보다는 사건을 겪은 인물들한테 사람들한테 더 집중하려고 했다."

이어 심나연 PD는 <괴물>을 통해 우리도 누구나, 언제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이 괴물이 되는 그 과정보다, 작은 실수를 덮으려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스스로 괴물이 되고 다른 사람도 괴물이 되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한기환의 실수로 이동식이라는 피해자가 발생했고, 그게 아들 한주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내 안의 작은 이기심을 용인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려고 하면 괴물이 되는 건 한 순간인 것 같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다."
괴물 심나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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