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브레이브 걸스 (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 (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 '롤린'(2017)의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1위 석권
- 데뷔 1,854일만의 첫 음악 프로그램 1위(생방송 SBS 인기가요)
 

만약 한 달 전으로 돌아가,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은지, 유정, 민영, 유나)의 멤버들에게 그들의 화려한 오늘을 말해 준다면 그들은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주 동안 브레이브 걸스가 마주한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다.
 
브레이브 걸스는 2011년 데뷔 이후 우여곡절이 많은 그룹이었다. 2016년에는 지금의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반등을 노렸다. 그러나 아이돌 과포화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의 그룹에게는 작은 조명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군부대로 향했다. 위문 공연을 위해 전국을 누볐고, '군통령'이라는 타이틀 역시 얻었다. 그러나 그 명성은 군대 바깥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는 그 소중한 기회마저 앗아갔다. 지난 2월 말, 멤버들은 그룹의 해체를 논의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롤린 댓글모음' 동영상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이 영상은 3월 15일 기준, 9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에는 환한 표정으로 공연에 나선 브레이브 걸스, '가오리춤' 등의 독특한 안무, 광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군인들, 그리고 재치 있는 댓글이 두루 담겨 있었다.

벼랑 끝 역전의 시발점이었다. 동시에 자신들이 과거에 뿌려 놓은 씨앗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난 것이기도 했다. 부정과 폭력의 뉴스가 가득한 가운데, 대중은 이 성공 서사에서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읽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이 서사의 주인공 브레이브 걸스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겸손 잃지 않게 서로 잡아주기로 약속... 재즈도 도전하고 싶어"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 케이팝 역사상 가장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네 분 모두, 이 현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나요?

민영 :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꿈 같은 일이 일어난 지 2주도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많이 낯설어요. 하루하루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간절하게 원했던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표님(용감한 형제)께서 항상 겸손을 강조하시기도 했고요. 우리 멤버들끼리도 '들뜬 것 같으면 서로 잡아주자'고 약속했어요. 지금의 인기에 익숙해져서 거만해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도 스케줄은 많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 '롤린'과 '운전만해' 사이에 무려 3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군대에서는 공백이 없었죠. 거제도, 해남, 백령도 등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군통령'이 되었습니다. '위문열차' 공연과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공연, 어떤 점에서 크게 달랐을까요?

유정 : "저희가 굉장히 많은 행사를 다녔어요. 특히 위문열차 공연을 할 때는 MC 분이 브레이브 걸스를 호명하자마자 함성이 엄청나게 들려요. 사실 위문 열차 공연에 가려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해요. 매번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는데 군인분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면 피로가 싹 가시더라고요. '우리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반겨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행복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 위문열차에서 울려 퍼지던 '롤린'은 모든 음원 차트를 석권했고, '운전만해'도 새롭게 음원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은 곡이 있나요?

은지 : "저희가 '롤린' 외에 추천해주고 싶은 곡으로 줄곧 '운전만해'를 꼽았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셨듯이 '운전만해'도 음원 차트에 진입했더라고요.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help me(2016)'라는 곡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이 곡도 '롤린'에 참여했던 멤버(차쿤, 투챔프)가 만든 곡이에요.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롤린'이 재조명받는 데에 있어 댓글 문화의 역할은 컸습니다. 멤버들에게 '메보좌(민영)', '꼬북좌(유정)', '왕눈좌(은지)', '단발좌(유나)' 등 애정 어린 별명이 붙기도 했지요 이와 같은 댓글 문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웠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은지 : "저희도 몰랐던 저희의 매력을 팬분들이 찾아주셨다고 생각해요. 우리 네 명이 각각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포켓몬들을 닮았다는 글도 보았는데요(웃음). 저희가 생각해도 닮은 것 같아요."

유정 : "저는 (연령대가 높은) 저희 팬분들이 타 팬들에게 조언을 받고 '학생 고마워^^'라는 댓글을 단 게 정말 귀여웠어요(웃음). 우리나라 네티즌들 유머 감각은 아무도 못 따라갈 것 같아요."

-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숨겨둔 곡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트로피컬 하우스('롤린'), 시티팝('운전만 해') 외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스타일의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민영 : "저는 평소에 재즈 음악을 즐겨 듣거든요. 국내 뮤지션 중에서는 선우정아 님, 에스나(eSNa) 님의 음악을 즐겨 듣고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리하고 싶은 날에는 보컬이 없는 재즈 음악도 듣곤 해요. 쳇 베이커(Chet Baker, 1929 ~ 1988)의 'Round Midnight'을 추천할게요! 언젠가 리드미컬하면서 세련된 재즈 스타일의 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친근한 걸그룹... 팬들과 직접 만나길 고대"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왼쪽에서부터 은지, 유정, 민영, 유나)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 아이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높은 연령대의 팬들이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 브레이브걸스 갤러리)에서 '총공(총공격의 준말, 아이돌 팬덤이 그룹을 응원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에 나서는 것을 의미함)'을 준비하는 모습을 접하셨나요?

유나 : "팬분들과 회사분들 덕분에 잘 알고 있어요!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아이돌 팬덤 문화를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이 타 가수 팬들에게 물어보면서까지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게 감사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사실 저희도 잘 몰라서 같이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현역 걸그룹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균 연령(30.5세) 때문일까요? 브레이브 걸스에게는 언제나 '누나', '언니'라는 호칭이 따라다니곤 합니다. 동시에 다른 아이돌들에게는 없는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민영 : "아무래도 저희의 캐릭터는 '친근한 걸그룹' 아닐까 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의 친근한 캐릭터가 계속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저희와 비슷한 세대의 팬분들, 그리고 저희와 같은 세대를 겪게 될 분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에게 공감,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 팬들이 브레이브 걸스에게 원하는 무대 역시 있을 것 같습니다. 엠넷 프로그램 <컴백전쟁 퀸덤>에 브레이브걸스가 나서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의견은 보셨는지.

은지 : "제가 2년 전 박봄 선배님의 무대를 도와 퀸덤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퀸덤에서의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뿌듯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 멤버 네 명의 무대 역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 당장 팬들의 함성 속에서 가오리춤을 출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은지 : "예전부터 우리 곁을 지켜 주셨던 피어레스(브레이브 걸스 팬덤), 또 새롭게 우리를 알게 되신 분들 모두 만나 뵙고 싶어요. 코로나 때문에 실제로 만날 기회가 없으니 정말 아쉽네요.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가장 먼저 팬분들 앞에서 무대를 해 보고 싶어요. 전보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겠죠? 그날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유정씨는 실시간 차트 1위 이후, SNS에서 '여러분 덕분에 꾸던 꿈을 이루고 잊었던 미래를 꿈꾼다'며 감격에 찬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브레이브 걸스가 앞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꿈, '잊었던 미래'는 무엇인가요?

유정 : "사실, '롤린'의 역주행 전에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미래의 제 모습 자체를 그려보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분 덕분에 새로운 미래를 그려갈 수 있게 되었고요. 저희에게 미래를 선물해주신 여러분과 소통해가며 함께 꿈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민영
: "제일 가까운 목표는 연말 시상식에 출연하는 거예요. 그 다음 목표는 지금의 목표를 이룬 후에 다시 생각해 볼래요. 일단 현재를 열심히 살다 보면 또 다른 꿈들이 계속해서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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