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트로폴리스> 포스터

영화 <메트로폴리스> 포스터 ⓒ Movist

현재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최신작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속의 기계는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 사람처럼 자연스럽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말과 행동을 따라할 수 있으며,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구별할 수도 있다.

사람처럼 말과 행동을 하고 거기에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띤 로봇 '터미네이터'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포와 스릴을 느낌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그 놀라운 상상력과 스크린에서 실현된 새로운 미래 세계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마치 현실처럼 느껴진 탓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같은 맥락의 SF 영화들은 최근들어 수없이 많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점차 발전해가는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마치 곧 다가올 미래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SF 영화는 최근에 만들어진 장르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없이 미래 공간과 미래 기계를 그대로 재현해낸 영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현재의 SF 영화들과 미래의 SF 영화에까지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프리츠 랑 감독의 1926년작 <메트로폴리스>다.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로 나뉜 미래의 도시, 메트로폴리스

미래 도시인 메트로폴리스 세계는 지상과 지하로 나뉘어져 있다. 지상 세계는 높은 빌딩이 세워져있고 다양한 형태의 도로가 수많은 곳을 미로처럼 이어주고 있다. 반면 지하 세계는 노동자들의 영역으로, 지상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기계처럼 반복된 노동을 하는 어둠의 지역이다.

이 메트로폴리스를 세운 프레더슨의 아들 프레더는 지하 세계를 알지 못한 채, 늘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하 세계에서 나온 마리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지하 세계의 참혹한 현장을 알게 된다.

프레더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지하 세계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마리아는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을 도와줄 구원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설파한다. 하지만 아들의 반항과 마리아의 집회 현장을 목격한 메트로폴리스 주인 프레더슨은 미치광이 과학자 로트방과 계략을 꾸민다. 마리아와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교란시키기로 한 것이다.

마리아와 똑같이 생긴 로봇은 노동자들 사이를 교란시키고 결국에는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에 혼란을 가져온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은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반항하고 프레더는 이런 노동자들에게 구원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메트로폴리스>

영화 <메트로폴리스> ⓒ 양기승


SF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메트로폴리스>

영화 <메트로폴리스>는 SF의 시초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SF 영화들에 뒤지지 않는 내용 전개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트로폴리스>는 이후에 나온 모든 SF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느 영화에서나 <메트로폴리스>가 가지고 있는 모티브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주인공 프레더가 자신이 구원자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점차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를 이어주는 구원자가 되어간다는 전개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사람을 닮은 로봇의 등장은 앞서 언급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SF 영화에서 다뤄진 부분이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메트로폴리스 즉, 지상 세계의 모습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아이, 로봇>에 등장하는 미래 도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미래 도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메트로폴리스>가 이후 SF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놀라운 효과의 결합

<메트로폴리스>는 요즘 영화 못지 않은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절한 SF적인 효과와 단순하지 않은, 생각할 점이 많은 이야기 줄기를 결합시킨 형태다. 물론 <메트로폴리스>는 그 당시의 이야기 구조로 보자면 놀라운 수준이지만, 일반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이야기의 초점이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의 갈등을 통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피지배층인 노동자들의 아둔함을 그린 측면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구원자인 프레더를 통해 애매모호한 재결합을 의미하는 결말도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불분명한 점 중 하나다.

수많은 성경 모티브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성경의 내용을 아는 이라면, 특히 바벨탑 신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성경적인 내용과 시각적인 효과를 합쳐 완성된 <메트로폴리스>는 그만큼 영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초점은 불분명하지만 분명히 이후의 SF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메트로폴리스>를 보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어디서 많은 본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메트로폴리스>가 후대 SF 영화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메트로폴리스>는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 중에 하나다.

히틀러가 좋아한 영화, 하지만 흥행에 참패한 명작

히틀러가 좋아했었다고 알려진 영화, <메트로폴리스>. 그 영향력은 후대에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공헌을 했지만 당시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엄청난 제작비와 출연자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했고 제작사는 문을 닫을 정도였다.

그리고 수많은 전쟁과 세월을 지나오면서 몇몇 장면들은 부분적으로 유실되었다. 지금의 <메트로폴리스>는 감독인 프리츠 랑이 원하던 형태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며, 그 중에서 유실된 부분은 자막으로 처리되어 있다.

SF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영화 속에서 현대 영화의 모든 것을 찾아보고 싶다면 <메트로폴리스>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다. 무성영화로써, 옛 영화라고 쉽게 생각하고 본다면 그 충격은 클 것이다. <메트로폴리스>는 그만큼 영리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스 독일영화 다이어리 프리츠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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