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30 19:59최종 업데이트 21.08.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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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하태경 의원이 8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인구정책 전환 관련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검증대상] 하태경 의원, 출산장려금 폐지 공약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란 환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출생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8월 19일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출산장려정책을 폐기하고 '인구가 줄어도 국민 모두가 더 행복한 나라'로 인구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면서 출산장려금을 폐지하고 아동복지예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 감소를 막으려고 지원해온 출산장려금(출산지원금)이 정작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제 출산장려금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봤다.

[검증내용] "출산장려금 늘수록 출산율↑" vs. "영향 없어"... 상반된 연구 결과

하태경 의원은 "저출생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사회문화현상으로써 비혼, 비출산의 증가"라면서 "무조건 인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20세기적 강박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과제를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란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 여성단체인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지난 8월 20일 성명('출산장려 정책 폐기하려는 하태경 의원 강력 규탄한다!')에서 "여성들이 단지 출산장려금을 받자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출산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에 대한 인격모독"이라면서 "국민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대폭 늘려 나가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지원하던 것마저 아무런 대책 없이 폐지하면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정부에 더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하 의원처럼 인구 감소 현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 대부분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자녀수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수천만 원까지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지난 8월 13일 발표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성과 분석'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별 출산장려금 지원 금액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2019년 기준 기초단체들 가운데는 첫째 아이에게 5만 원을 지급하는 곳부터 최대 700만 원을 지급하는 곳까지 다양했고, 둘째는 최대 1400만원, 셋째는 최대 2600만 원, 넷째는 최대 3000만 원까지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의 출산율 제고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한국지방정부학회 2019년 연구보고서(안정혜·유동우, 미래 불확실성과 출산에 대한 관계 분석: 둘째 출산장려금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출산장려금 정책 효과성 선행 연구 8건 가운데 긍정이 5건, 부정이 3건으로 갈렸다.
 

한국지방정부학회 2019년 연구보고서(안정혜?유동우, 미래 불확실성과 출산에 대한 관계 분석: 둘째 출산장려금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출산장려금 정책 효과성 선행 연구 8건 가운데 긍정이 5건, 부정이 3건으로 갈렸다.(출처 : 감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성과 분석’ 감사 보고서) ⓒ 감사원

 
2013년 전국 230개 지자체 대상 조사에서 총 출산장려금이 10만 원 증가할 때 총 출생아 수가 평균 2.71명 증가했다(박창우, '출산장려금 정책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2011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대상 조사에선 출산장려금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 연령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석호원, 출산장려금 정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는 분석도 있었다.

앞서 2019년 지방정부학회 연구에서도 출산장려금이 둘째 출생아 수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보육 여건, 일자리, 거주비용 등 미래 불확실성 요인을 고려하면 출산장려금 추정 값이 유의하지 않다고 밝혔다.

출산장려금 지원 금액이 늘어나면 유배우 출산율(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사 '아동수당 및 출산·양육 지원체계발전 방안 연구')에서는 "지자체 출산지원금 100만 원 증가가 유배우 1000명 당 출생아 수를 약 42~60명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지원금이 200만 원을 넘어야 유배우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고, 60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날 때 유배우 출산율이 특히 가파르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18년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경제학연구'에 발표한 연구보고서('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2000년~2016년 출산율 변화요인 분해')에서도 "출산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5년 이후 유배우 출산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서 "유배우 출산율이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면 2016년 합계출산율(1.17명)이 0.73명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통계청이 2017년 2월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2016년 출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전년 43만8천400명보다 3만2천100명(7.3%) 감소했다. 감소 추세였던 출생아 수는 2015년 반짝 증가했지만, 2016년 다시 곤두박질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의 신생아실. 2017.2.22 ⓒ 연합뉴스

 
[전문가 의견] "출산율 못 높여도 속도 늦추는 데 효과"... '신중론'

이철희 교수는 27일 <오마이뉴스>에 "하태경 의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출산장려정책 폐지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기고문('저출산 고령화 대응 정책의 방향 : 인구 정책적 관점')에서 "가까운 장래에 합계출산율이나 신생아 수와 같은 지표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인구 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적응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해서 아이를 더 낳는 건 아니다"라면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돼선 안 되고 사유리처럼 1인 양육자가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친생부모 없이도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장려금으로 출산율 제고가 안 된다는 건 이미 여러 국가 사례에서 나와 있다"면서 "여성 고용 단절 문제와 장시간 노동 문제 해소가 출산율 제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실은 27일 <오마이뉴스>에 "감사원도 저출생 대책 일부인 출산장려금은 지자체에서 서로 인구를 빼앗아오는 것일 뿐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면서 "출산장려금이 없었으면 2016년 합계출산율이 0.73명으로 더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는 단순 추정일 뿐이고, 그 뒤로도 출산장려금이 계속 지급됐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삶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진 것이 출산율에 반영된 것"이라면서 "출산율 연착륙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출산율 제고가 안 된다면 그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검증결과] 출산장려금이 효과 없다는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

출산장려금 출산율 제고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서로 엇갈렸다. 출산장려금 지원금 액수가 늘어날수록 유배우 출산율을 높이는 등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여성 고용 단절과 같은 보육 여건이나 일자리 문제, 거주 비용 등 다른 불확실성 요인들 때문에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출산장려금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 반 거짓 반'으로 판정한다.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란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사실 반 거짓 반
  • 주장일
    2021.08.19
  • 출처
    인구정책 전환 공약출처링크
  • 근거자료
    감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성과 분석’ 감사 보고서(2021.8.13)자료링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울대·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동수당 및 출산·양육 지원체계 발전 방안 연구'(2019년)자료링크 안정혜·유동우, '미래 불확실성과 출산에 대한 관계 분석: 둘째 출산장려금을 중심으로'(2019년 한국지방정부학회)자료링크 박창우, ‘출산장려금 정책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 추정’(2014년, 한국응용경제학회)자료링크 석호원, '출산장려금 정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2011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자료링크 이철희,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2000년~2016년 출산율 변화요인 분해(2018년 한국경제학회)자료링크 이철희, ‘저출산 고령화 대응 정책의 방향 : 인구 정책적 관점'(2018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기고문)자료링크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전화 인터뷰(2021.8.27)자료링크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메일 인터뷰(2021.8.27)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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