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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선 혐오 비판하더니... <조선>의 모순적 행태

"야당 대표 향한 사법 리스크 강조로 혐오 선거 형성" 지적...정작 사법 리스크 확대·재생산 기여

등록 2024.03.28 13:44수정 2024.03.2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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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vs 혐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1면 기사는 "지금까지 총선의 흐름은 정책·공약·인물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가 상대방을 향한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는 행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야당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당은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며 '혐오 대 혐오'의 선거 구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8일 <조선일보>의 1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얼굴이 차지했다. 

"혐오 vs 혐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1면 기사는 "지금까지 총선의 흐름은 정책·공약·인물은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가 상대방을 향한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는 행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야당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당은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며 '혐오 대 혐오'의 선거 구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상대방을 향한 네거티브정치로 얼룩진 혐오 선거 대신 정책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내용으로, 결코 그르다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지난 보도들을 돌이켜보면 이 신문이 현재의 혐오 선거 양상에 대해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

1면에서는 사법 리스크 강조해서 혐오의 선거 구도됐다더니...
바로 다음 장 기사에서는 사법 리스크 강조한 <조선>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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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조선일보>는 그러한 혐오 조장으로부터 자유로울까. 혐오의 선거 구도를 지적한 기사를 1면에 실은 이날, 이 신문은 4면에 "'왜 아버지만 감옥에…' 송영길 아들의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여당이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한 것을 두고 혐오의 선거 구도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언론이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며 보도하는 것 또한 선거를 앞두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조선일보>는 그러한 혐오 조장으로부터 자유로울까. 혐오의 선거 구도를 지적한 기사를 1면에 실은 이날, 이 신문은 4면에 "'왜 아버지만 감옥에…' 송영길 아들의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야권 정치인이 많지만, 유독 송영길 대표만 차가운 겨울 감옥에 억류돼 있다"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아들 송주환씨의 발언을 인용하며 "송 전 대표 아들의 항변이 꼭 틀린다고만 할 수도 없다"고 평했다.

이어 기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등 사건으로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무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매일같이 다니며 '윤석열 임기 단축'을 외치고 있다"며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지적했다.


1면에서는 야당 대표들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는 것이 혐오의 선거 구도를 형성한다고 비판하고는 바로 다음 장에는 그러한 비판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모순적인 보도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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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에는 "손잡은 두 명의 피고인 당 대표, 무슨 연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대표와 조 대표를 '피고인'으로 지칭하며 "그런 사람들이 두 정당 대표로 만난 장면 자체가 지금 야권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를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당 대표가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어려웠을 사람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 <조선일보>

 
이러한 <조선일보>의 모순적 보도 행태는 칼럼과 사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21일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이재명의 민주당' 후유증 10년은 간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재명 대표를 두고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 및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그리고 선거법상 허위 발언 및 위증 교사 혐의 등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법 리스크로 너덜너덜해진 이 대표로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상황이 분명해져도 '무조건 고'를 외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7일자 "'조국당' 상승세에 '이게 정상인가' 묻는 20대 청년들, 누가 답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조국 대표를 향해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정치권의 청탁을 받고 부당한 감찰 중단을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사람이 윤석열 정부가 직권을 남용한다고 탄핵을 말한다"며 "상상을 넘는 뻔뻔함"이라고 힐난했다.

지난 6일에는 "손잡은 두 명의 피고인 당 대표, 무슨 연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대표와 조 대표를 '피고인'으로 지칭하며 "그런 사람들이 두 정당 대표로 만난 장면 자체가 지금 야권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를 보여준다. 과거 같으면 당 대표가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어려웠을 사람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그간 야당 대표들을 향해 그들의 사법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또 비판해왔다. 언론으로서 정치인을 향한 비판은 숙명인만큼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야당 대표들을 향한 여당의 사법 리스크 비판이 혐오의 선거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이 신문의 시각이라면 지금까지 <조선일보>는 혐오의 선거를 만들기 위해 복무해온 것이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법리스크 #혐오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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