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0 12:01최종 업데이트 24.03.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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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 당시 서울 성북구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가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전국 각지에서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재·보궐 선거가 진행된다. 당선무효, 피선거권 상실, 사직 등 다양한 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재·보궐 선거는 우리 정치 현실에 만연한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4.4.10 실시 재·보궐 선거 확정상황 ⓒ 정보공개센터

 
선거법 위반, 성범죄 혐의...범죄 연루로 얼룩진 재·보궐 선거

사망으로 인해 실시되는 5석의 보궐선거를 제외한 40석의 재·보궐 사유를 살펴보면, 당선무효 16명, 피선거권 상실 4명, 사직이 20명이다. 이중 25명이 선거법을 위반하였거나 범죄행위가 발각되는 등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들의 자질과 책임감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위 정보 중 '구체적 사유'는 언론 검색을 통해 취합함. 나머지 정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4.4.10 실시 재·보궐 선거 확정상황 및 당선인 현황을 취합한 정보임. ⓒ 정보공개센터

 
허위사실 공표, 선거공보물 허위 게재, 유권자에게 금품제공 등의 혐의로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아 당선 무효 처리된 선출직 공직자는 총 16명이다. 특히 허위학력 기재로 인해 벌금 200만원의 형이 확정되어 당선 무효된 강원도의회 이기찬 전 의원(양구군)의 경우 2015년에도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어 도의원직을 상실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폭력 전과가 확정되었음에도 관련 전과에 대한 재심 요청 중이라는 허위사실을 공보물에 게재하여 벌금 200만원의 형을 받아 당선무효가 되었다. 폭력전과라는 범죄이력과 허위사실 유포로 도의원직을 상실한 전력이 있음에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고, 이번에 다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이다. 이는 정당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피선거권이 상실된 선출직 공직자는 총 4명이다. 대구지역의 기초의원의 경우(대구 중구의원, 대구 수성구의원) 주소지를 이전하여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이 해당 지방자치단체 구역 밖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할 경우 피선거권이 없어지게 되는데, 주민 대표성을 위해 관내 거주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지방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도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경북 의성군의회 김동준 전 의원(의성군다선거구)의 경우 차명으로 관내 공사를 우회적으로 수주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로 피선거권이 상실되었다. 지방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여 유권자를 기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범죄사실이 발각되어 사직한 5명의 혐의를 살펴보면 지방의원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시의회 강달수 전 의원(사하구 제2선거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는데, 2022년 6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시내버스 등에서 10대 여성을 포함한 16명의 신체를 60차례나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의회 강경흠 전 의원( 아라동을선거구)는 성매매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았으며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경기도 부천시의회 박성호 전 의원(부천시마선거구)은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로 형사입건되었다. 경상북도 박홍열 전 의원(영양군)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억 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북도의회 송승용 전 의원(전주시 제3선거구)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항소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도의원직에서 사퇴했다. 송 전 의원은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2018년과 2022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주시의회 의원과 전라북도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이처럼 범법 행위로 당선무효나 피선거권이 박탈되거나 사퇴한 이들은 기초의원이 15명, 광역의원 9명, 기초단체장 1명으로 기초의회 수준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선시점의 정당은 국민의 힘이 13명, 더불어민주당 10명으로 정당별로 큰 차이는 없지만, 당선 이전부터 이미 당선무효 전력이 있거나 전과기록이 있었던 경우도 있어 각 정당의 공천 검증 과정에서의 허점도 확인할 수 있다. 

더 높은 자리로? 임기 반납하고 사퇴행렬 줄줄이

4월 10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단체장과 지방의원직을 중도 사퇴하는 경우도 상당수 확인되었다.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각 6명씩 총 13명의 현역 선출직 공직자가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를 결정했는데, 이는 전체 재·보궐 선거 대상의 32%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지방의회의 경험과 역량을 쌓아 중앙정치로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함으로써 지역구의 대표성 공백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부작용이 명백하다. 특히 사퇴한 지방의원 중 초선의원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의회 서정현 전 의원(안산시제8선거구), 충북도의회 이욱희 전 의원(청주시제9선거구), 서울 강남구의회 김민경 전 의원(강남구라선거구), 인천 남동구의회 정승환 전 의원(남동구나선거구), 천안시의회 김미화 전 의원(천안시아선거구)은 2022년 지방의원으로 처음 당선되었지만 채 2년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시점에서 국회 진출을 위해 지방의원직을 반납한 것이다.
 

위 정보 중 '구체적 사유'는 언론 검색을 통해 취합함. 나머지 정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24.4.10 실시 재·보궐 선거 확정상황 및 예비후보자 검색을 취합한 정보임. ⓒ 정보공개센터

 
또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체장직을 사직한 박일호 전 밀양시장의 행보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취임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돌연 사퇴를 밝히면서 시정 공백과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박 전 시장의 사퇴로 밀양시는 약 6개월 간의 행정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으로서 임기 4년의 책무를 저버리고 오로지 국회 진출만 꿈꾸는 행태는 주민의 신뢰를 무시한 채 개인의 정치적 영달만 쫓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잇따른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사퇴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민의가 무시되고 있으며, 지방의회가 단순히 중앙정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실시사유만 보더라도 우리 정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선거법 위반을 포함한 각종 범죄 행위로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상실, 사직된 선출직 공직자들은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유권자와의 약속을 무시한 채 지방선거를 국회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는 단순히 일부 정치인 개인의 일탈이 아닌, 우리 정치 구조 전반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 공직자 검증 시스템의 부실함, 정당 공천 과정의 문제,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 실종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우리 정치의 최우선 과제다.

3월 22일 이번 총선 후보자가 최종 확정된다. 이제라도 각 정당은 공천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나아가 선출직 공직자 스스로도 유권자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도 필요하다. 특히 재보궐 선거 지역의 유권자들은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는 사유를 확인하고, 진정으로 민의를 대신할 인물인지 현명하게 판단하여 투표에 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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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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