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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집의 대변신,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설계도

충남 홍성 홍동면 청년들이 참여한 '시골 청년주택' 모형 공개... 18일까지 전시

등록 2021.06.14 09:23수정 2021.06.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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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오감에 모인 홍동 청년들 ⓒ 이재환


도시 청년들뿐 아니라 시골에 사는 청년들에게도 집을 구하는 일은 큰 고민거리다.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던 시골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온 것은 충남 홍성군의 한 작은 마을 청년들이다.

청년들은 당장 살 수 있는 집은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집에 관심이 많다. 신재생 에너지가 풍력이나 태양광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양돈장과 시설이 밀집돼 있는 홍성은 가축분뇨와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 자원 순환시설을 만들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홍성군 홍동면 청년들이 꿈꾸는 집도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집이다. 그 고민의 첫 단추는 지난 3월 끼워졌다. 산림산림에너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청년들은 '어떤 집에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집에 대한 설계에 들어갔다.(관련기사 : 귀촌한 청년도 집 문제 때문에 힘들어요)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사이다 건축사무소(대표 윤홍연)에서 청년들의 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도면으로 풀어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청년들의 집에 대한 상상은 설계도에 반영돼 나왔다.

지난 11일 홍성 청년 커피숍 커피오감에서 홍성 청년들이 설계에 참여한 모형이 공개됐다. 조촐하게 전시회를 위한 오픈 행사도 열렸다.
  
청년주택 설계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워" 
 

청년들이 설계한 집의 조감도와 모형. ⓒ 이재환

 
주택 설계에 참여한 자체가 즐겁다는 반응도 있었다.

홍동주민 A씨는 "백지를 펼쳐 놓고 내가 어떤 집에 살지를 그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재미있는 경험이다. 내가 원하는 단순한 집이 아니라 에너지 문제도 고민하면서 집을 고민하는 시간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주민 신은미씨도 "귀촌 이후 주거문제를 계속 고민해 왔다. 보일러가 터지고, 쥐가 나오는 집에 살다보니 사실 어떤 집에 살고 싶은 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돈도 없고, 땅도 없는 청년들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내 집에 대해 마음 것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청년들의 상상력을 더하는 과정에서 6평, 13평, 15평 집의 설계도와 조감도가 완성됐다.

설계를 도운 사이다 건축사무소 윤홍연 대표는 "고민을 하다보니 새롭고 창의적인 공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6평은 원룸 수준으로 매우 작다. 6평의 공간을 풍부하게 보이기 위해 층고를 올렸다. 경사된 지붕을 이용해 다락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틀어진 지붕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13평 주택과 남쪽 경사 지붕에 내부공간에 단차를 둔 15평형 주택도 그렇게 탄생했다.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인다. 청년들의 고민과 창의력이 더해지는 과정이 거듭되며 집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신나영 산림산림협동조합 활동가는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이 집 때문에 다시 떠나는 경우가 있다. 도시에 있는 청년들도 주거문제가 있다"며 "주거문제 때문에 농촌을 떠나는 청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촌 청년들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설계도와 집 모형은 커피오감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 기간은 오는 18일까지다.
#시골 청년 주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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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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