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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CI펀드는 돌려막기용' 확인에도 원금 절반 배상이라니

절묘한 추가기소 발표 시점, 배상안 곧바로 수용한 신한은행

등록 2021.04.22 16:49수정 2021.04.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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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신한 라임CI펀드 분쟁조정 재심의 요청 및 책임자 중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이 최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됐습니다. 이 전 부사장의 다른 사건 판결문을 보면 라임CI펀드는 다른 펀드를 돌려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데 (펀드 피해자에 대한) 배상 비율이 55%밖에 안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신한 라임CI펀드 분쟁조정 재심의 요청 및 책임자 중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CI펀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관련 임원의 중징계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다"며 "20일에는 금감원 분조위에서 라임CI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결정이 발표됐고, 21일 신한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분쟁조정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 분조위 결과를 이렇게 빨리 수용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며 "(비교적 가벼운) 불완전판매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고민도 없이 수용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최근 3일 동안 분조위 결정, 이사회 개최, 제재심까지 빠르게 이뤄진 것은 (금융감독당국의) '조 회장·진 행장 구하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통상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이 나오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한인 20일을 모두 채운 뒤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와 달리 신한은행은 분조위 다음날 이를 곧바로 수용했다. 이는 그만큼 감독당국이 배상 수위를 사안에 비해 가볍게 책정했고, 은행은 이를 자사 임원의 제재 수준을 낮추는 데 이용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얘기다. 

펀드 기획·운용과정서 사기 정황, 금감원은 왜?

지난 20일 분조위는 신한은행 라임CI펀드에 대해 55%의 기본비율을 적용해 투자 경험이 없었고 원금 보장을 원했던 고령투자자 판매 사례의 경우 원금의 75% 배상을 결정했다. 또 안전한 상품을 원했던 소기업에게 '100% 보험에 가입돼 원금·확정금리가 보장된다'고 판매한 사례의 경우 69%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은행은 라임CI펀드가 100% 보험에 가입돼 안전하다 했지만, 어떤 보험에 가입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라임자산운용-신한은행 위탁계약서에 '투자금을 타 펀드로 유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어 은행이 돌려막기 정황을 알았음에도 투자자를 속인 채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금융정의연대 쪽 설명이다. 

그는 "옵티머스펀드 사례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 100% 보험 가입을 강조하며 상품을 팔았던 점이 인정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원금 100% 배상) 결정이 나왔다"며 "라임CI펀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금감원이 다른 펀드에 대해선 펀드의 기획·운용 과정에서 사기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해 100% 배상 결정을 내렸는데, 이와 비슷한 정황이 드러난 라임CI펀드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얘기다. 

14일 추가 기소, 발표는 20일에?

이날 금융정의연대는 이종필 전 부사장 추가 기소와 관련한 검찰 쪽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검찰이 이종필의 추가 기소와 관련한 발표를 금감원 분조위 이후로 인위적으로 연기했다"며 "이종필이 추가 기소된 것은 지난 14일인데, 검찰은 분조위 조정안이 공개된 20일 오후가 돼서야 기소 사실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라임CI펀드가 라임무역금융펀드의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됐다는 내용은 (금감원 분조위가) 계약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그런데 검찰의 늦장 발표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조정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득의 대표는 "거짓말로 사모펀드를 팔아 수수료를 챙긴 은행과 그 임원에 대해 경징계 처분이 내려진다면 금감원의 '사모펀드 엄벌' 구호는 형식적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며 "당초 당국은 조 회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 진 행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신한금융에 대해선 '기관 경고'를 통보했는데, 이를 낮추지 않고 유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보통 검찰의 기소 소식은 당일 또는 다음날 보도된다"며 "CI펀드가 라임펀드 돌려막기를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 배제된 채 배상안이 나와 피해자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조위는 이번 배상안을 즉시 철회하고 면밀한 조사를 진행한 뒤 분조위를 다시 개최해야 한다"며 "당국은 역사적 금융사기인 사모펀드 사태 원흉에 대해 반드시 중징계를 내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라임 #라임CI #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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