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강 바라보며 '이것' 한 그릇, 무릉도원 따로 없네

토렴식 전통시장 순대국밥, 보성강의 메기+참게탕 한 뚝배기... 전남 곡성 식도락 여행

등록 2021.04.22 09:45수정 2021.04.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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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강 강줄기 따라 연두와 초록의 물결이 넘실댄다. ⓒ 조찬현


연두와 초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어느 봄날, 골짝나라 전남 곡성으로 떠난다. 식도락 여행을 위해서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의 토속음식인 토렴으로 말아낸 순대국밥집과 압록유원지 보성강(대황강) 강가에 있는 메기참게탕집을 찾아가 봤다.


토렴으로 말아낸 순대국밥 한 그릇

전남 곡성 장터에서 맛본 순대국밥은 선지와 돼지내장으로 만들었는데도 잡내가 전혀 없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내에 있는 이 집은 아이러니하게도 곡성 장날(3, 8일)에는 식당 문을 닫는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인하여 장날 휴무합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인하여 장날 휴무합니다.' 식당 유리 창문에는 굵은 매직 글씨로 쓰인 휴무 안내문이 나붙었다. ⓒ 조찬현

 
식당 유리 창문에는 굵은 매직 글씨로 쓰인 휴무 안내문이 나붙었다. 외지인들의 방문으로 인해 혹여 있을지 모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인해 맘껏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집의 순대국밥은 나주 곰탕처럼 토렴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국물 맛이 진짜 깔끔하고 담백하다. 돼지 선지를 넣은 순대국밥에서 이런 순수한 맛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전라도 돼지국밥은 경상도의 토렴식과 달리 직접 가열식이 보편화 되어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순대국밥에 담긴 순대를 살펴보니 온전히 선지뿐이다. ⓒ 조찬현

 
선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선지로만 만든 순대에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순대국밥에 담긴 순대를 살펴보니 온전히 선지뿐이다. 이 집만의 비법으로 선지 특유의 냄새를 제거했다고 하나 그래도 걱정된다면 새우젓을 선지에 살짝 올려 먹으면 좋다.

3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선지국밥이라더니 역시 뭔가 다르긴 하다. 단백질과 무기질,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선지는 우리 몸의 건강식으로 좋으며 빈혈 치료와 예방에도 효험이 있단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내에 자리한 이 식당에 들어서면 잘 정돈된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장터 분위기가 물씬하다. 뚝딱뚝딱 만들어낸 듯 거칠고 기다란 나무 식탁 주변에 아무렇게나 놓인 플라스틱 의자가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온다.

순대국밥 한 그릇의 가격은 7000원이다. 국밥이 나오기 전에 간과 허파 등 부산물 먹거리가 심심풀이로 나온다. 주전부리나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안주거리다.
 

3대째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선지국밥이다. ⓒ 조찬현

 
순대국밥에는 피순대와 야채순대 다양한 돼지 부산물이 들어가 있다. 고명으로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리고 고춧가루를 듬뿍 뿌렸다. 국밥 그릇 아래로 숟가락을 깊이 넣어 내용물을 골고루 섞자 밥이 보인다. 돼지 내장과 순대 등 다양함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 집의 순대국밥은 따로국밥이 아니다. 뚝배기에 밥을 퍼 담고 돼지내장 순대 등을 넣어 토렴을 했다. 밥과 수육이 함께 어우러진 섞어국밥이다. 한술 떠서 새금한 깍두기 하나 올려먹으니 금상첨화다. 순대국밥에서 오랜 세월의 연륜과 서민적인 따스함이 느껴진다.

곡성 압록유원지 보성강 메기탕집

보성강 강줄기를 따라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갔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본 건물이 있고 오른쪽 강가에는 야외 테이블이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보성강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식당 수족관에는 은어와 수많은 민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을 한다. ⓒ 조찬현

보성강에서 잡아 올린 천하일미 참게다. ⓒ 조찬현


식당 수족관에는 은어와 수많은 민물고기 무리가 자유롭게 유영을 한다. 살아 숨 쉬는 메기와 참게도 많이 보인다. 주방 가스불 위에는 메기탕이 끓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메뉴는 메기+참게탕이다. 우거지에 메기와 참게가 들어가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메기+참게탕 大짜리는 4인이 먹을 수 있는 분량으로 5만5000원이다. 은어튀김도 맛보기로 했다.

주변을 살펴봤다. 초록과 연두가 내려앉은 강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담장 표고목 사이에는 철쭉꽃이 곱게 피었다. 붉은색의 철쭉이 눈부시게 곱다.

도토리묵과 고구마튀김, 피땅콩, 다시마 등이 담긴 기본상이 차려진다. 은어튀김도 내왔다. 바삭한 식감의 은어튀김은 먹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금 생각해도 또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그 맛이 아주 특별했다.

밥과 반찬은 쟁반에 담아낸다. 된장에 버무려낸 고추지, 바삭하고 고소한 칠게, 제철 맞은 취나물이 참 맛깔스럽다.
 

된장 베이스로 끓여낸 메기+참게탕은 그 맛이 천하 일미다. ⓒ 조찬현

 
된장 베이스로 끓여낸 메기+참게탕은 그 맛이 천하 일미다. 얼큰한 맛에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지배한다. 한 술만 떠먹어도 그 맛에 매료될 지경이다. 메기탕 하나 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될 만큼 맛있는 집이다.

각각의 그릇에 담아 맛있게 먹는다. 어느새 그릇을 비우고 또다시 국자를 들어 메기탕을 퍼 올린다. 다들 맛있게 먹는다. 취나물과 칠게, 고추장아찌가 입맛을 거든다.

잘 말려 식감이 유별난 배추우거지가 맛있다. 참게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제법이다. 보드라운 메기살에는 감칠맛이 풍부하게 스며있다. 메기참게탕에 밥을 말아내니 좋다.

메기+참게탕 맛은 행복이다. 행복한 한 끼니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식후에 경치가 아름다운 보성강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마음은 더더욱 행복감으로 충만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도 실립니다.
#곡성 식도락 #순대국밥 #메기참게탕 #보성강(대황강)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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