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미래, 인공지능

현실과 한계

등록 2021.04.21 17:13수정 2021.04.21 17:13
1
원고료로 응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egent: 이하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입학 전형, 채용과 승진, 대출 심사와 쇼핑 추천 등 의료, 자동차, 로보틱스, 금융, 미디어, 법률, 예술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고 있다. 불이나 전기가 발명되면서 불과 전기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것처럼, AI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AI 기술이 산업의 전 영역에서 그 활용도가 높아져 인간과 동등하거나 뛰어 넘는 수준으로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성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차별화 전략으로 AI를 활용하려는 건설업체가 많아지면서 타 산업에 비하면 느리지만 건설업계도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은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다. 수많은 설계 옵션 중에서 최적의 답을 만나는 과정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건물들은 다양한 형태의 토지에서 다른 환경여건을 갖고 만들어져 일관적인 방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주어진 환경여건에서 적합한 구조물의 부재(건물 하부 구조, 기둥, 벽, 보, 바닥, 지붕, 계단, 천장, 층고)를 선택하거나, 최적의 배관 작업 공정을 결정해야 하는데, 생성적 디자인 기술은 엔지니어가 설계 목표로서 건축비용과 수익성, 대략적인 크기, 제로 에너지, 거주자 동선 및 편의성, 관련 법류 등을 입력하면 AI가 가능한 대안을 빠르게 설계하여 제시해 준다. AI 제안의 디자인으로 시공해서 3일 만에 완성한 건축 프로젝트가 있을 정도이다.

또한 반복적인 설계 과정을 자동화해서 수백 개의 설계안을 작성해 타당성 업무를 5일에서 1시간으로 단축시켜 주기도 한다. 도면상의 텍스트나 선 등을 수기로 입력하지 않아도 AI가 자동으로 읽고 85~90%의 정확도로 물량을 뽑아내 주고 있다. 입찰할 프로젝트 물량 추론에도 활용되어 단기간의 입찰 시기에 공사 규모를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 주택 자재와 부품을 공장 제작하여 현장에서 유닛을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분야에서도 자동설계 솔루션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안전성 향상과 품질 향상에 AI 기술이 활용되면서 긍정적 효과를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크다.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AI의 판단 실수로 큰 안전사고나 금전적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이나, 인식, 판단 능력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고 있지만 그러한 결과를 도출한 근거가 없는 '블랙박스'와 같아서 신뢰할 만한 판단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데이터와 목표만 주어지고 연산 과정이 숨겨져 있어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 값이 구해지는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설명 가능한 AI인 XAI(Explainable AI)가 부각되는 이유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데이터로 훈련되는 AI의 한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한 뒤 스스로 법칙을 찾아 일반화한 AI는 데이터의 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편견과 편향으로 오염된 데이터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실세계를 온전히 반영하는 데이터가 존재하는지 여부,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AI화 할 것인지, 그 데이터를 확보하여 인간 이상의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확실히 답하기 어렵다.

현재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 주는 라벨링(정답)이 있는 데이터 학습인 지도학습 AI의 경우, 정답이 분명해야 하는데 실세계는 이런 경우가 많지 않다. 정답이라 부르기 어려운 데이터로 학습한 경우에는 인간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 어렵다. 정답 없은 데이터로 훈련이 가능한 비지도학습이나 시행착오(trial and error)로 학습하는 강화학습 알고리즘이 활발히 연구되고 활용되는 까닭이다. 안정적이며 확실하고 우수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바둑이나 게임 분야에서는 AI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해 수행하던 업무를 AI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업무 수행을 하려는 건설업도 세부 공정이 복잡하고 프로젝트마다 조건이나 상황이 바뀌어 실세계를 대변하는 데이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AI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실로 이루어지 않았지만 1950년대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20년 내에 AI가 인간 수준에 도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컴퓨터 하드웨어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과 혁신적 알고리즘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개발, 빅 데이터 기술이 융합되면서 AI는 부흥기를 맞이하며 수조원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마빈 민스키의 확언이 현실화 되고 있다. 홈스쿨링부터 화상회의까지 상대와 소통할 때 거리가 문제 되지 않는 시대를 넘어 상대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언어와 시각 이해, 데이터 분석에서 획기적인 진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에 나와 있는 음식 칼로리를 측정해 주거나, 여행 중에 다른 언어를 카메라나 음성으로 번역해 주거나, 줄자 없이도 집에 맞는 가구인지를 측정해 주거나, 냉장고의 식재료를 인식하고 요리법을 추천하고 식재료를 오븐에 넣으면 그 요리법대로 작동이 되거나, 소비자의 건강정보를 분석하여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고 운동을 추천하는 AI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계약서의 독소조항 리스크 분석, 견적 물량 데이터 검증, 안전 사고발생 예측, 현장 안전 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AI는 우리 생활 전반에 불과 전기처럼 자리잡을 것이다. 여러 개의 연산장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기기를 오래 작동시킬 수 있는 저전력이 구현되고 있고, 시스템 구축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알고리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AI의 신뢰도를 향상 시키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도 통째로 바꿀 것이다. 아직 넘어가야 할 산이 많지만 지금까지 넘어 온 것처럼 시간이 만들어 갈 AI의 현재적 미래가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생성적 디자인 #건설업 #XAI #모듈러 주택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육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박사과정 수료 선원건설(주) 연구개발팀 부장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