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도갑사로 가는 길에는 건릉과 관련이 있는 금표가 있다?

등록 2021.04.21 10:08수정 2021.04.21 11:05
0
원고료로 응원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에는 영암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중 한 곳인 도갑사(道岬寺)가 있다. 도갑사는 신라 때 도선국사(道詵國師)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며, 호불군주로 평가받는 세조(재위 1455~1468) 시기 수미왕사(守眉王師)에 의해 중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도갑사는 평소에도 월출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도갑사 경내에는 해탈문(解脫門, 국보 제50호)과 도갑사 도선수미비(보물 제1395호) 등의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월출산 도갑사 해탈문과 도선수미비 등이 있는 도갑사 ⓒ 김희태

 
이러한 도갑사와 관련해 함께 주목해볼 장소가 있는데, 바로 도갑사의 경계를 알려주는 영암 죽정리 국장생(전라남도 민속자료 제18호)과 건릉(健陵)의 향탄봉산과 관련이 있는 금표다. 해당 국장생과 금표의 명문을 통해 도갑사의 지위와 경계, 향탄봉산의 범위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장생과 금표는 도갑리 114-4번지에 있는데, 위치상 도갑사로 가는 길에 있어 자연스럽게 해당 장소를 지나치게 된다. 

도갑사 일대는 건릉의 제사에 쓸 숯과 향을 공급했던 향탄봉산


영암 죽정리 국장생과 금표는 불과 10m 정도 간격을 두고 자리하고 있는데, 금표의 경우 자연 바위에는 '건릉향탄봉안소사표내금호지지(健陵香炭奉安所四標內禁護之地)'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건릉(健陵)은 화성시에 위치한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능으로, 향탄(香炭)은 숯과 향의 재료가 되는 향탄목이다. 즉 '健陵香炭奉安所'는 건릉의 제사에 쓸 숯과 향을 봉안한다는 의미가 된다. 
 

건릉과 관련이 있는 금표 ‘건릉향탄봉안소사표내금호지지(健陵香炭奉安所四標內禁護之地)’가 새겨져 있다. ⓒ 김희태

화성 건릉(健陵) 정조와 효의왕후 김씨의 능이다. ⓒ 김희태

 
이후의 명문은 향탄봉산(香炭封山)의 범위와 관련이 있다. '四標內禁護之地'는 4개의 표석 안쪽은 건릉의 향탄봉산에 속하기에 출입과 나무의 벌채를 금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명문을 통해 과거 도갑사 일대가 건릉의 향탄봉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를 관리했던 사찰이 도갑사인 것을 알 수 있다.
 

영암 죽정리 국장생 전면에서 바라본 영암 국장생 ⓒ 김희태

영암 죽정리 국장생 국장생의 하단에 새겨진 석표사좌(石標四坐) ⓒ 김희태

 
한편 향탄봉산의 범위와 관련해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 4개의 표석이다. 해당 표석은 도갑사의 경계에 세운 국장생 표석으로 추정된다. 현재 도갑리와 서구림리 일대에는 영암 죽정리 국장생과 소전머리 황장생, 메밀방죽 옆 장생 등 3개의 표석이 남아 있다. 실제 영암 죽정리 국장생의 하단에는 '석표사좌(石標四坐)'가 새겨져 있어 국장생이 도갑사의 경계를 표시하는 석표이자 동시에 향탄봉산의 범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기존의 영암 죽정리 국장생 안내문(2020년 1월) 금표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 ⓒ 김희태

새롭게 교체된 안내문 국장생과 함께 금표의 내용도 함께 넣었다. ⓒ 김희태

 
최근 국장생과 금표로 가는 진입로의 나무와 풀을 제거하고, 영암 죽정리 국장생의 안내문을 교체하는 등 정비가 이루어졌다. 특히 기존의 안내문에는 국장생에 대한 설명만 있었지만, 안내문을 교체한 뒤 국장생 이외에 금표에 대한 설명을 넣은 점은 잘한 부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평소 도갑사를 찾는 사람이 많음에도 대부분 국장생과 금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도갑사를 찾는 사람들이 국장생과 금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이정표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도갑사 #영암 국장생 #건릉 #향탄봉산 #금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에 이야기를 더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