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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원 임대인데 월세 인상 일방적 통보, '공공' 이름 떼라"

신당유보라뉴스테이, 임대인 갑질 논란... 임대료 인상·주차비 놓고 갈등 격화

등록 2021.04.22 07:50수정 2021.04.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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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임대주택인 ‘공공지원 임대주택’에서 임대사업자가 세입자 동의 없이 임대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주차료를 받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단지의 입주민이 단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 신상호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주택인 '공공지원 임대주택'에서 임대사업자가 세입자 동의 없이 임대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주차료를 받는 등 갑질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세입자들이 이에 반발해 연대 시위를 벌이면서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갑질 논란이 벌어지는 곳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신당 파인힐 하나유보라 뉴스테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 임대 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뉴스테이)로 운영되는 이 단지는 지난 2019년 6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 7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갈등은 임대사업자인 '하나스테이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임대계약 기간(2년) 만료일을 앞두고, 임대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본격화됐다. 임대사업자는 지난 4월 입주민들에게 서면으로 재계약 시 임대료를 일괄 2%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임대료 인상 사유에 대해선 '최근까지 물가지수 등을 감안한 것'이라는 짧은 설명만 곁들였다.

입주민들은 "협의 없는 일방적 통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지난 2월 임차인 대표 정기회의에서 대리인을 통해 2% 임대료 인상안을 처음 제시했다. 임차인 측은 협의를 거쳐 지난 3월 '동결' 의견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한 달 넘게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고, 지난 4월 5일 임대사업자가 일방적으로 2% 인상안을 통지했다는 게 입주민들 주장이다. 입주민들은 임대료 인상폭이 법정 상한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임대사업자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대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게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단지의 임차인 대표를 맡고 있는 이수진 대표는 "관련 법에 따라 임대료는 임차인 대표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사업자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며 "우리는 정기회의에서 임대사업자 대리인만 만났고, 임대사업자와 직접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반발하자 임대사업자는 추가통지문을 보내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퇴거 조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임대사업자가 지난 9일 공고한 임대료 인상 안내문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만료 1개월 전까지 재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계약 만기 해지 처리를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임대사업자가 제시한 2% 임대료 인상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얘기다.

"재계약서 미서명은 해지 사유 아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의 이런 조치는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임대계약 해지사유는 임대료 연체, 시설 파손, 3개월 이상 미입주 등이다.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해지 사유가 아니다.

법무법인 융평의 김대진 변호사는 "임차인이 임대료 증액을 거부하는 경우는 재계약 거절 사유가 아니다"라며 "법으로 정하지 않은 사유로 재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민간임대주택법 위반으로 과태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임대료 인상 문제도 법적으로 임차인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사업자의 협의 의무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할구청인 중구청도 이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를 불러 임대료 인상 등 관련 법령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분쟁 등 문제가 계속되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민과 사업자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주차료와 관련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입주 계약을 맺을 당시에는 주차요금과 관련된 별다른 공지가 없었는데, 입주가 이뤄진 뒤 사업자가 월 4만원(1대당)의 주차료를 받고 있다는 것.

이수진 임차인 대표는 "계약서를 쓸 때 주차료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는데 사업자가 주차료를 일방적으로 부과해왔고, 이에 반발해 일부 주민은 주차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임대사업자 대리인으로부터)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주차료를 책정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차비를 내지 않는 주민들의 주차장 진입을 용역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현재 임차인대표회의 측은 입주민들로부터 임대료 인상과 주차료 징수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임대주택 운영을 맡기면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공공자금도 투입됐는데 수익 극대화만 추구?

문제는 공공 자금 등이 투입된 임대주택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의 임대사업자는 명목적으로는 공공이 아닌 '민간'이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자금과 부지 조성 등에서 공공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이 단지의 임대사업자인 '하나스테이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처음부터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만들어졌다. 하나은행·반도건설·하나생명·삼성생명 등이 민간 자본으로 참여하고 있고,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자금을 출자했다. 이 아파트 단지 역시 공공부지(옛 도로교통공단)를 활용해 조성됐다.

지난해 9월 이 회사의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68.62%)가 최대 주주이고, 민간사업자인 반도건설(10.24%), 하나은행(9.22%), 삼성생명(9%), 하나생명(2.25%), 하나자산신탁(0.67%)이 지분을 고루 나눠 갖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임대 운영과 관리, 임대료 인상 등은 임대사업자가 담당하고 있다.

임대사업자 측은 입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일 임대사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보내온 답변에 따르면,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임차인 대표 회의와 2% 인상으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약 갱신을 원하는 세대의 경우 별도 의사 표시가 필요한 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며 "주차료 부과도 임차인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은 임대를 둘러싼 분쟁에 공공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수진 임차인 대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라는 곳에서 임대사업자가 일반 집주인들보다 더 심한 갑질을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그냥 민간임대하지 왜 공공지원 붙여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임대사업자의 불합리한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의 역할이 없다"며 "정부가 명확하게 실태를 파악하고, 불공정·위법 행위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적극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뉴스테이처럼 민간이 운영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형태의 임대주택은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하고, 정부는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 정책을 전면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반도건설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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