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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모른 척... 바이든이 이럴 수 있나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와 미국의 모순

등록 2021.04.15 18:58수정 2021.04.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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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다량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에 보관돼있는 오염수 탱크. 2021.4.13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시각으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방사능 탐지, 복원, 폐기물 처리 및 원자로 폐기 처분(폐로)을 포함해 2011년 3월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사고의 여파를 처리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합중국은 GOJ(일본 정부 약칭)가 현재 후쿠시마 다이이치 지역의 현장에 보관된 처리수의 관리에 관한 여러 옵션들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독특하고 도전적인 상황에서 일본이 그 옵션들과 효과를 저울질하고, 이 결정에 관해 투명한 입장을 취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핵 안전 표준에 부합하는 접근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염수'라 부르지 않고 '처리수'라고 불렀다. 하자 없이 처리된 물인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이 문제에서 미·일 양국의 사전 협조가 꽤 진전됐음을 생각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무부 성명이 '보증서' 같은 느낌을 준다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트위터 글은 '감사패' 같은 느낌을 준다. 그는 미국 시각으로 4월 12일 밤의 트위터 글에서 "후쿠시마 다이이치 지역의 처리수 방류에 관한 결정에서 나타난 투명한 노력과 관련해 일본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일본 정부의 IAEA와의 지속적 협조를 기대한다"고 썼다.

끝부분에서 블링컨은 'IAEA'라 쓰지 않고 '@iaeaorg'로 썼다. 이를 클릭하면 IAEA 트위터가 나오고 "IAEA는 후쿠시마 물 처리와 관련해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말했다"는 글을 볼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향후 국제사회의 논란 과정에서 미국과 IAEA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생각게 하는 글이다.

"정치적 거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환경 문제다. 정치적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환경 문제인 측면이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만큼은 미일동맹보다 지구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상식적이다.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그런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정부의 그 같은 태도에 대해 중국 언론은 '정치적 거래'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가했다. 영문판인 13일자 <글로벌타임스> 기사 '후쿠시마 물 처리에 대한 미국의 방치는 일본의 전략적 지원을 대가로 한 정치적 거래다(US indulgence on Fukushima water disposal a 'political deal' in exchange for Japan's strategic adherence)'는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국제 공동체, 특히 일본과 인접한 국가들의 거대한 반발과 대조적으로, 방사성 물을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양으로 방출하기로 한 도쿄의 결정에 대한 미국의 방치는 일본의 긴밀한 전략적 지원을 대가로 하는 일종의 정치적 거래라고 중국 전문가들은 말했다."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서유럽 국가들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위 신문은 "독일 게오마르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후쿠시마의 오염된 핵 폐수는 태평양의 절반을 오염시킬 것이며 3년 이내에 캐나다와 미국이 원자력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 뒤, 이처럼 중차대한 위험을 방치하는 유럽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헤이룽장성(흑룡강성)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 겸 연구원인 다즈강(Da Zhigang, 笪志刚)도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서양 국가들의 (이 문제에 대한) 방치는 미국에 대한 일본의 긴밀한 전략적 지원을 대가로 하는 일종의 정치적 거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과 서유럽의 태도는 그들이 체르노빌 원전 문제를 대했던 방식과 대비된다. '체르노빌 원전'을 대할 때든 '후쿠시마 원전'을 대할 때든, 강조점은 '원전' 부분에 찍혀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은 '원전' 부분보다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부분에 강조점을 찍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적대국이냐 우방국이냐의 기준으로 문제를 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위 기사보다 하루 앞서 나온 12일자 <글로벌 타임스>는 '일본이 방사성 물을 버리려는 것에 대해 서양 언론은 침묵(Western media absent as Tokyo is about to dump radioactive water)'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에 사용된 absent는 '없다, 결석하다, 부재하다'의 뜻도 있지만 '멍하다'의 의미도 있다. 중차대한 사안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니 그런 의미를 넣어 제목을 번역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분위기는) 체르노빌 핵 참사와 날카롭게 대조를 이룬다. 그 당시 소비에트연방은 서방 언론에 의해 대단한 공격을 받았고, 서방 역시 반(反)소비에트연방 감정을 자극할 목적으로 그 재앙을 활용했다. 오늘날 일본의 방사능 폐수는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도 있으며 인류 DNA에까지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 서양 언론들의 집단적 침묵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바이든의 신념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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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국무부 첫 방문해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경청하는 가운데 외교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 워싱턴 EPA=연합뉴스

  
자국과 유럽의 분위기를 이런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는 체르노빌 사태 때와 대조될 뿐 아니라 행정부 수반인 조 바이든의 평소 신념과도 대비된다. 상원의원 시절부터 인권과 더불어 환경 문제에 대한 신념을 자주 표출했던 바이든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환경 문제에 대한 그의 신념이 매우 오래됐다는 점은 그가 만 30세 나이로 1972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자서전인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나의 삶, 신념, 정치>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원의원이 되면 내가 전쟁과 평화, 환경, 범죄, 시민권, 여성권 등 중요한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상원의원으로서 델라웨어(뉴욕과 워싱턴 중간)와 미국 전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사람들에게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가 신념을 갖게 된 것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피상적 관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세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원의원 출마 전에) 일요일 밤에 특정 이슈로 회의를 소집하고 몇 시간이고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특히 내게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시민권, 여성권, 환경, 범죄, 베트남전쟁을 중심축으로 세계가 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 문제를 내세우고 싶었다."
 
인권과 환경에 대한 바이든의 신념은 정치인 생활 도중에 생긴 게 아니라 이처럼 이미 오래 전에 생겼다. 그런 신념이 대통령 취임 3개월도 안 돼 미일동맹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이나 카터 대통령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미국 대통령 역시 자기 신념을 국정 운영이나 세계 전략에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당연히, 미국 대통령도 동맹관계가 주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하지만 환경 문제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환경 파괴적 사안인 경우에는 동맹의 이해관계를 억누를 여지가 조금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별다른 고민 없이 '보증서' 비슷한 국무부 성명을 발표했으니, 바이든의 신념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2017년 6월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면 3조 달러 규모의 생산 활동을 줄여야 하고 일자리 600만 개를 감소시켜야 한다'며 195개국이나 서명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탈퇴 결정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 회복을 강조했다. 세계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공약했다. 미국의 협약 탈퇴가 발효된 작년 11월 4일에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 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취임한 1월 21일(한국 시각), 협약 복귀에 관한 행정명령에 신속히 서명했다. 또 이번 달 14~17일에는 그가 파견한 존 케리 대통령특사가 기후문제 협의차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다.

그런 바이든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묵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의 평소 신념과 배치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환경문제를 통해 미국의 위상 회복을 추구하는 그의 구상에도 맞지 않는다. 일본과의 동맹을 위해 그런 손실까지 감수하는 것이 과연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될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체르노빌 원전 #미일동맹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파리기후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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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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