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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65억·동아 305억, 막대한 정부광고비 왜?"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인터뷰]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등록 2021.03.09 12:37수정 2021.03.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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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희훈

 
"보도뿐만 아니라 경영까지 불공정했다.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ABC협회 신문 부수 조작' 의혹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냈다.

신 처장은 지난 5일 민언련 사무실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2017년 5월~2020년 8월 정부광고액 상위 20위 신문사에 집행된 금액이 총 3484억 5200만 원이다. 이 중 동아일보에 305억 1200만 원, 조선일보에 265억 4700만 원, 중앙일보에 173억 7700만 원이 돌아갔다"며 "(ABC협회가 조사한) 부수가 조작되거나 부풀려져 있었다면 세금이 정확히 쓰인 게 아니다. 과대 계산된 것을 토대로 신문사가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ABC협회와 신문사 지국 조사를 통해 그동안 ABC협회가 발표해온 신문 발행부수 및 유료부수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BC협회의 자료는 광고비 책정에 기준이 되고, 광고 중엔 세금인 정부 광고비도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처장은 "ABC협회는 신문의 발생부수를 공식 심사해 인증해주는 국내 유일의 조직"이라며 "협회는 조사 절차를 거쳐 각 신문사에 A, B, C 등급을 매긴다. 60만 부 이상의 A 등급엔 3개 언론사가 속해 있는데 조선·중앙·동아일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협회가 내놓는 성실율은 신문사가 내는 자료와 협회가 조사한 자료의 차이를 말한다. 그동안 협회의 성실율 발표를 보면 96%, 98%대, 심지어 100%도 있었는데 100%는 있을 수 없는 수치 아닌가"라며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성실율은 대부분 40~50%대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독자를 속인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공적 정보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경영이 수십 년 간 그렇게 이뤄져온 것이다. 기사를 믿고 삶의 방향을 결정해온 국민, 보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 국가, 언론을 믿고 광고를 해온 기업은 모두 ABC협회와 언론에 속았다"고 지적했다. 


신 처장은 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잘잘못에 대해 시비를 따지고, 특히 권력을 추상 같이 비판해온 언론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선 서로 침묵하고 있다"라며 "미디어 전문지가 처음 보도하기 시작했을 땐 그렇다고 치는데, 문체부가 실사 결과를 국회를 통해 공개했다. 문체부와 국회에 등록된 기자만 수 천 명인데, 최소한 이 데이터는 보도해야 하지 않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ABC협회는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고, 신문사는 부당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라며 "뿐만 아니라 수사를 통해 (이 일을) 누가 주도했고, 관여했는지 밝혀내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아래 신 처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ABC협회 사무국장 내부고발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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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희훈


- ABC협회는 어떤 곳인가.
"신문의 발생부수를 공식 심사해 인증해주는 국내 유일의 조직이다. 협회는 조사 절차를 거쳐 각 신문사에 A, B, C 등급을 매긴다. 60만 부 이상의 A 등급엔 3개 언론사가 속해 있는데 조선·중앙·동아일보다. ABC협회의 등급에 따라 광고비가 책정되는데, 그동안 그 부수 산정이 조작됐다는 게 이번에 또 드러났다. 사실 이는 신문업계에선 오래된, 알음알음 돌던 이야기였다. 배달·판매하고 남아 절반이 폐지업체에 가는데 성실율이 90%가 넘게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경향신문을 통해 내부 자료가 보도된 적도 있다."

- 그러한 보도 후에도 바뀐 게 없나.  
"그렇다. ABC협회가 내놓는 성실율은 신문사가 내는 자료와 협회가 조사한 자료의 차이를 말한다. 그동안 협회의 성실율 발표를 보면 96%, 98%대, 심지어 100%도 있었다. 100%는 있을 수 없는 수치 아닌가. 이번 내부고발은 ABC협회에서 30년 간 실무를 맡았던 사무국장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이 분이 자료가 왜곡됐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문체부에 제출했고, 문체부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정부 차원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게 조사해서 나온 성실율은 대부분 40~50%대였다."

- ABC협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신문사 판매국장 중심으로 이사회가 꾸려져 있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ABC협회는 제 3의 기관이다. 신문사들이 보고하는 발행부수, 특히 유료부수를 검증하는 기관이므로 객관적이어야 하며, 신문사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사회 상당수가 각 신문사의 판매국장이나, 영업·광고하는 이들로 채워져 있다. ABC협회의 운영 방침에 신문사의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영향을 미쳐왔다는 증언이 계속 있어왔고, 오래 전부터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돼왔다."

- 각 신문사별로 다르겠지만 ABC협회의 조사에 따라 지원되는 정부 광고비 및 지원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17년 5월~2020년 8월 정부광고액 상위 20위 신문사에 집행된 금액이 총 3484억 5200만 원이다. 이 중 동아일보에 305억 1200만 원, 조선일보에 265억 4700만 원, 중앙일보에 173억 7700만 원이 돌아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문·뉴스 유통지원금'이란 게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신문유통원을 설립해 중소 신문사, 지역 신문사의 유통망 구축을 위해 이 지원금을 만들었다. 여론 다양성 확보, 독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제도였다. 그런데 신문유통원을 만들 때 가장 반대했던 곳이 조중동이었다. '특정 신문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신문 시장에 개입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신문유통원을 없앴다. 중소 신문사, 지역 신문사에서 '이러다 다 죽는다'고 항의했다. 독자들도 '그동안 보던 신문을 못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신문·뉴스 유통지원금 제도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흡수시켰다. 그런데 이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이 조중동이다.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고 다양한 매체들이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에 가장 반대했던 곳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제도 역시 ABC협회의 발행 부수 자료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최근 5년 조선일보를 기준으로 보면 한 해에 4~5억 원, 대략 25억 원을 받았다."

- 세금이 낭비된 거 아닌가. 
"그렇다. 부수가 조작되거나 부풀려져 있었다면 세금이 정확히 쓰인 게 아니다. 과대 계산된 것을 토대로 신문사가 부당이익을 취한 거다. 이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토론회 열자 기자들 바글바글했지만, 기사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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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희훈


- 광고비뿐만 아니라 독자를 기만했다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신문사들은 ABC협회 부수를 토대로 사세를 자랑했고 이를 독자에게 강조해오지 않았나.
"그렇다. 부당한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독자를 속인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정직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이어야 독자가 그 언론을 믿을 것이다. 기사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정보다. 그런데 공적 정보를 생산하는 언론사의 경영이 수 십 년 간 그렇게 이루어진 거다. 그러한 언론사의 기사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기사를 믿고 삶의 방향을 결정해온 국민, 보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 국가, 언론을 믿고 광고를 해온 기업은 모두 ABC협회와 언론에 속았다." 

- 이 문제에 대해 다수 언론, 특히 신문사의 보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말 큰 문제다. 세상의 모든 잘잘못에 대해 시비를 따지고, 특히 권력을 추상 같이 비판해온 언론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선 서로 침묵하고 있다. 오죽하면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부르겠나. 미디어 전문지가 처음 보도하기 시작했을 땐 그렇다고 치자. 근데 문체부가 실사 결과를 국회를 통해 공개했다. 최소한 이 데이터는 보도해야 하지 않나. 문체부와 국회에 등록된 기자만 수 천 명이다.

너무 보도가 되지 않아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개최 소식을 발표하자 조선일보 기자가 제일 먼저 전화를 해왔더라. 토론회 현장에 조선일보 기자가 왔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말 많은 기자들이 왔다.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많은 기자들이 와서 준비한 자료집 50부가 동이 났다. 추가로 인쇄한 30부도 소진됐다. 그런데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당일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미디어오늘 기자가 '오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오셨지만 기사를 쓰는 신문은 하나도 없을 거다'라고 말했는데, 그 예언이 슬프게도 적중한 것이다."

- 곳곳에서 성실히 일하는 지역언론, 대안언론 입장에선 분노할 만한 일인 것 같다.
"이번 일이 '신문사는 다 저렇다'는 비난으로 끝날까 걱정이다. 신문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신문 시장이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되고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곳에 공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ABC 협회 해체하고 제3의 대안기구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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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희훈


- 종이신문의 부수를 아직도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구시대적으로 보인다. 보다 현실적인 지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연구 자료들이 꽤 있다. 온라인, 특히 모바일로 기사를 소비하는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야 실제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 및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다. 협회가 그러한 연구를 받아들여 개혁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기득권인 종이신문사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이미 외국에선 온·오프라인 지표를 혼합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문제 때문에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 ABC협회를 어떤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해체하고 제 3의 대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ABC협회는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고 그럴만한 역량도 없다. 뿐만 아니라 지금 ABC협회 구성원들은 범죄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이들에게 개혁의 과제를 맡길 수 없다. 문체부 주도 하에 별도의 연구팀을 만들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 언론사,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 언론의 실제 영향력을 산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 새로운 지표 마련, 해체 수준의 개혁, 언론사 수입 환수 조치 등을 이야기했는데. 더 필요한 조치는 없나.
"제대로 된 수사다. 누가 주도했고, 관여했는지 밝혀내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시민단체가 고발을 한 상황인데 검찰이 언론권력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문체부가 더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문체부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회는 국정조사까지 고려해야 한다."

- 언론개혁이 화두인 상황에서의 이 문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그동안 국민들은 '언론이 시민을 위한 보도가 아닌 권력을 위한 보도, 자본을 위한 보도를 해왔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또 '언론이 스스로 권력화됐다'고 지적하며 자성을 요구하고 언론 스스로의 개혁도 요구해왔다. 그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 신뢰도가 점점 낮아졌고 심지어 기자들을 일컬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국회에선 언론 관련 법안이 나오고 있고, 국민들은 언론개혁을 시급한 개혁과제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까지 불공정했다는 게 밝혀졌으니 언론이 왜 개혁되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보도뿐만 아니라 경영도 공정해야 한다. 신문사 경영의 기본인 판매와 광고가 이렇게 허위로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신문 산업 전반의 불공정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알 수 있다. 불공정거래를 해온 신문이 기업의 불공정행위 기사를 썼을 때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공정이란 가치가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다.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엄한 법률적·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제도 개선까지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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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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