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가격' 읽는 법, 이렇게 해보세요

똑똑한 소비자로 살아남기①

등록 2021.03.04 11:21수정 2021.03.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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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에서 방영한 <동백꽃 필 무렵>은 제47회 한국방송대상 3관왕을 차지할 만큼 숱한 화제를 뿌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 1화에 등장한 옹산시장 상가 여사장들은 '까멜리아'라는 주점을 운영하는 젊고 예쁜 여주인공 '동백'을 6년간이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한다.


남들에게 싸게 판 김칫거리를 찾으면 "하필 다 팔렸다"고 눙치거나, 정가에 웃돈을 붙여 떡값을 부르기도 한다. 여주인공이 특수한 상황에 놓인 유순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었다면, 이미 수백 수천 번은 시장 한복판에서 고성이 오가고 드잡이하는 장면이 연출됐어야 맞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까멜리아'의 동백이처럼 허위 가격이나 부당한 이중 가격 등으로 이익을 침해받는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마트의 가격표에는 상품 사진과 바코드, 가격, 할인이 적용되는 카드 등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 박진희

마트 매장에는 눈에 띄는 색상과 디자인의 가격표가 상품 가까이에 부착되어 있다. ⓒ 박진희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라 판매가격표시제와 단위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생산· 판매하는 물품의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일례로 중·대형 마트의 가격표에는 제품 사진, 품명, 중량, 가격, 바코드, 행사 기간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소비자는 각 마트에서 제공하는 가격표를 비교하여 질 좋은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길잡이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봐서는 큰코다친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종류가 많고, 재고 처리를 목적으로 할인행사가 잦다 보니,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가격표와 영수증을 꼼꼼하게 대조·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손해 보는 소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판매가와 영수증에 적힌 금액이 같은지 꼭 확인하며, 교환이나 환불에 대비해 영수증은 반드시 챙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배부한 원산지표시판에는 품명, 원산지, 가격을 적고 있다. ⓒ 박진희

지자체에서도 품명, 원산지, 가격을 적어 게시하도록 원산지표지판을 배부하고 있다. ⓒ 박진희

 
최근 전통시장에서도 행정기관의 지원과 감독하에 원산지 표시나 가격 표시를 잘하는 점포가 늘고 있는 듯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부산 '괴정골목시장'에서는 230개 점포에서 모두 가격표시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고척근린시장' 96%, 영월의 '영월종합상가' 92.3%, 군포 '산본시장' 92.2% 등 가격표시제를 잘 이행하는 전통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이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젊은 층에게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상인들의 불친절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격표나 원산지 표시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손님들이 "얼마예요?", "어디 거예요?"라고 물을 때 상점 주인이 퉁명스럽게 답한다거나 대답도 없이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면, 불편했던 기억에 그곳으로는 다시 눈길도 주고 싶지 않을 게다.


상인으로서도 여러 손님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고, 사지도 않는 손님들을 몇 차례 응대하다 보면 심사가 뒤틀릴 법도 하다. 그러니 상품에 가격이라도 매겨 놓으면, 매번 대답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실보다는 득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표를 코팅하여 여러 번 사용하는 노점도 있다. ⓒ 박진희

 
며칠 전, 공주오일장에 나갔다가 자주 가는 채소 가게에 들렀다. 한 바구니에 2000원인 달래가 싱싱해 보였다. 달래를 사며 코팅한 가격표대로 2000원을 내밀었더니, 주인장은 1000원 한 장을 더 내야 달래값이 맞는다는 게 아닌가.

버젓이 가격표가 놓인 달래 든 바구니를 가리키니, 주인장은 "바람에 가격표가 뒤집혔네유!" 말하더니 3000원이 적힌 쪽으로 가격표를 돌려놓는다. 주인장 성품을 모르는 사이였다면... 달래의 적정 가격을 가늠할 줄 모르는 손님이었다면...

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속상해서 달래를 두고 그냥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아이구! 어쩐댜. 달래를 뺄 수도 없고..." 난처해하는 주인장한테 "빼긴 뭘 빼. 천 원 더 주면 될걸. 장사 막 한다..." 웃으며 1000원짜리 한 장을 보탰다. 그랬더니, 주인장은 거듭 죄송하다며 달래 한 줌을 집어넣어 준다.

품명도 원산지도 중량도 적히지 않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격표 때문에 이런 해프닝을 겪었다. 자칫 얼굴 붉힐 뻔한 일을 웃으며 마무리했다. 이 사건으로 상인과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거래는 가격표 하나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포장지 뚜껑에 원산지, 품명, 가격을 적은 가격표도 보인다. ⓒ 박진희

종이 박스를 찢어 품명, 원산지, 중량당 가격을 적어 놓은 노점에서 가격표가 눈에 잘 띄게 게시하고 있다. ⓒ 박진희

 
전통시장의 가격표는 점포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규격화된 크기, 정갈한 디자인의 그것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본연의 역할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격표시제 준수' 또한 빼곡하게 정보가 들어차고 디자인이 세련된 것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게다. 가격표시제는 최소한의 정보만 갖춰져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옹산시장의 동백이처럼 수년씩 부당한 거래와 대우를 참아내는 것이 소비자의 미덕은 아니다. 마트가 됐든 전통시장이 됐든 소비자의 권리는 주장하되, 내 기준에 맞춰 '비싸다', '더 달라' 등 지나친 요구만 앞세우지 않으면 될 일이다.
#전통시장 가격표시제 #가격표시제 매니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판매가격표시제 #단위가격표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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