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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지 7개월... 이러니 아이를 안 낳는 것 같아요

[출산율이 뭐라고] 엄마가 된 프리랜서 아나운서, 책임은 늘었는데 사회에서 보호받는 느낌 없어

등록 2021.01.25 07:31수정 2021.01.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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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뉴스를 비집고, 급격히 떨어지는 출산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애를 낳겠다'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혹은 아이가 꼭 있어야 하는지 등 출산에 대한 각계각층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엄마가 나를 키웠던 시절에는 온 동네가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모두 대문을 열어놓고 나와 남 구분 없이 한데 섞여 먹고 놀고 얘기 나눴다고 했다. 육아서 대신 옆집 할머니가 있었고, 이모님 대신 뒷집 똘이 엄마가 있었다.

내 아이가 없어지면 앞집과 건넛집 어딘가에서 자고 있거나 놀고 있는 것이었고, 내 자식 수와 상관없이 우리 집엔 언제나 셋 넷씩 아이들이 북적댔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모두, 함께, 다같이였다. 그 시절 공동육아가 가능했던 이유는 대부분 삶의 패턴과 정도가 비슷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출산을 앞두고 제일 걱정한 두 가지
 

ⓒ Pixabay

 
시절은 변했고, 생활 방식도 다양해졌다. 문이 열린 옆집 대신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윗집과 아랫집이 있다. 이제 우린 한 동네가 아닌 '한 동'에 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옆집 할머니 대신 맘카페와 넘쳐나는 육아서적이 있고, 불안과 미안함을 품고 누군가와 어딘가에 아이를 맡기고 일 할 수밖에 없는 엄마가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는다 해도 각자의 시기와 환경은 모두 다르다. 일과 육아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힘들어 고민 끝에 육아를 선택한 엄마는 경력단절이 된다. 똘이 엄마는 이제 문을 닫고 독박육아를 할 수밖에 없다. 모두 지치고, 산후우울증을 앓고, 여유가 없다. 
 
출산한 지 7개월이 되었다. 나 역시 임신 전 가장 두려웠던 것은 두 가지였다. 아이로 인해 '내'가 없어지거나, '내 일'이 없어지는 것. 그 상실과 단절이 겁났다. '나'라는 존재는 '엄마'로 대체 될 것이고, '내 일'은 '누군가' 대신 할 것이다.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그럼 혹시나 아이를 원망하게 되면 어쩌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아이를 생각하면 언제나 기대와 근심이 동시에 몰려왔다. 설레면서 울적한 날들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부터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자발적 프리랜서가 되었다. 보수는 줄었어도 여유가 생긴 그 생활에 만족하며 살았는데, 임신을 준비하게 되니 다시 정규직이 되어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육아휴직과 수당은 프리랜서인 나에게 해당하지 않았다(육아휴직 권리 확대 방안이 발표되었지만, 아직 계획 중이고 나는 이미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생각하니 미래의 꿈과 계획보다 지금 당장의 안정과 돈이 우선이 되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출산 전까지 두 배로 일해 돈을 모아야 했고, 출산 후 최대한 빨리 일에 복귀해야 했다.
 
조리원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업무 제안 연락에 답 메일을 보내야 했고, 신생아를 데리고 집에 와서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나는 똑같이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다. 회복되지 않는 몸과 벌어져 있는 관절 상태에서도 쉴 수 없었다.

집안 살림은 어지러웠고,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엄마라는 역할에 매일 쩔쩔맸고 몸은 축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먹여야 했고, 씻겨야 했고, 재워야 했으니, 엄마가 된 나는 끼니를 거르고, 씻지 못하고, 잘 수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희망이 되는 법
 

부모가 되겠다는 그 엄청난 책임과 용기를 마음먹은 이들에게 더 큰 논의와 더 넓은 지원이 그리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 Pixabay

 
엄마가 됐을 뿐인데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것 같았다. 돈벌이의 고됨과 고통으로 가득한 몸, 모진 육아. 죄다 좌절뿐이지 않은가. 우울감은 날로 깊어졌다.
 
그저 삶의 수순과 약간의 얼렁뚱땅에 의해서 잘 모르고 마냥 아이에 대한 기대와 행복감에 젖어 임신, 출산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내 삶의 기류가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고, 수많은 변수와 예측 불가능함, 무질서와 혼돈을 견디는 일이다. 무엇보다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다.

출산은 당연히 깊게 고민해야 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감당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할 때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감당은 개인의 영역 뿐 아니라 모두와 사회의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임신 열 달 동안은 여자가 배 속에서 키울 수 있지만, 배 밖으로 나온 아이는 사회 속에서 오래오래 성장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깊은 심사숙고와 의무감, 저축과 건강과 가능한 많은 실질적 도움이 주변에 있어야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다. 그러니 내 주변 누군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면 막연한 희망과 기대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에 대해 먼저 얘기해 주고 싶다. 아이가 주는 선명한 기쁨과 행복은 말하지 않아도 무한히 느낄 수 있으니 임신과 출산과 육아에 관해 덜 아프고, 덜 힘들고, 더 나은 방법에 대한 담론과 제도가 우리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후기보다 그 후에 찾아오는 젖몸살과 유선염에 대한 준비와 조언이, 산후조리원 후기보다 산후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도움이, 아이 셋을 낳으면 1억을 탕감해 주는 제도보다 처음 엄마와 아빠가 될 예비 부모에 대한 확대 지원과 교육이 더 필요하고 필수적인 준비사항이다.
 
비록 임신과 출산은 자궁을 가진 여성의 몫일지라도 육아는 성별 없는 모두의 몫이다. 아이 앞에 청춘 바쳐 쌓아온 누군가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엄마가 엄마라서 우울하지 않도록,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절망이 아닌 희망이 되도록.

부모가 되겠다는 그 엄청난 책임과 용기를 마음먹은 이들에게 더 큰 논의와 더 넓은 지원이, 그리고 적나라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hjl0520)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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