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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가게 즐비한 홍대거리... 요즘 실상은 이렇습니다

점원으로 일하던 아내도 실직... 다시 외벌이가 되었습니다

등록 2020.12.04 13:33수정 2020.12.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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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전화번호를 터치하는데 '지~잉~~'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진동과 함께 익숙한 전화번호가 영상에 떠오른다. 아내다. 텔레파시가 존재함을 증명하듯 서로를 향해 동시에 전화할 때가 종종 있어 서로 깜짝 놀란다. 결혼 전 어머니는 사주를 보고 오시더니 "너희 둘은 천생연분이다 못해 만생연분이더라" 말씀하셨다.

"점심은요?" 

아내가 묻는다.

"응. 방금 먹었어. 당신은?"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네요. 저녁에 같이 퇴근해요. 할 말도 있어요."
"그래. 이따가 보자. 도착하면 전화할게."


아내가 할 말이 있다 한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3만 원을 아내 지갑에서 슬쩍했다. 아내는 알고도 모르는 척한다. 가끔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지갑이 텅 비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어제 저녁 설거지를 미루고 쌓아놓은 채 출근해서 그런가(아내와 맞벌이를 시작한 이후 각자 할 일이 있다. 나는 설거지와 청소, 아내는 빨래를 널고, 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할 말이 뭔지 모르겠다. 

오후 8시. 아내의 퇴근시간이다. 버스에서 내려 홍대 입구역 신호등 앞에 선다. 아내 몰래 3만 원을 슬쩍한 것과 미뤄놓은 설거지가 마음에 걸린다. 아내가 손을 흔들고 표정이 밝다. '별일 아닌가 보다.' 소심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가끔 아내를 마중 나간다. 아내가 일하는 매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주면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한다. 사계절 내내 따뜻한 손이라며 그녀는 내 손을 꼭 잡는다.

아내는 전업 주부였다. 우리 가족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만 해도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내 월급을 가지고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지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외벌이로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현실에 놓였다.

40대 중년의 나이, 집 대출금과 아이들 학원비, 보험료, 생활비 등등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갈 시기다. 혼자 벌어서는 더 이상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외식 한 번, 여행 한 번, 옷 한 벌, 신발 한 짝 마음 놓고 시원하게 지출하며 산 것도 아니다.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누군가는 그런다.

"집을 팔아서 전세로 살면 되고, 아이들 학원은 끊으면 되지."
"그 월급 가지고 먹고는 살 수 있잖아."


맞다. 단순히 먹고살 수는 있다. 산다는 게 어디 그렇게 단순하고 간단하던가. 행복의 기준이 돈과 물질이 될 수는 없지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내 집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 미래를 위해 학원도 보내야 하지 않은가. 조금씩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고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 인생의 낙(樂) 아니던가.

"무슨 일 있어? 할 말이 있다며."  

아내가 내 손을 잡은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건널목을 바라본다.

"이번 주까지만 출근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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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다. 조금만 뛰어가면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10여 초 남은 깜빡임을 아내와 나는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다.

올 3월경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여파가 우리 가족에게도 왔다. 홍대역 근처의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아내가 실직했다.

지난 9월 <국민일보>에서 한 탐사보도를 보면, "지하철 2호선 라인 중 자영업자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역, 홍대입구역, 신촌역, 을지로입구역, 건대입구역 등 5개 역세권 인근 상권에서만 지난 6개월 사이 919개 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옷가게가 즐비한 '홍대거리' 400m 양 옆 4개 블록에서만 지난 6개월 사이 자영업 41개가 폐업했다, 홍대 상권에선 282개 업체가 폐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매출이 떨어지고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거다.  

홍대 거리는 심각한 상황이다. 오전 10시쯤 문을 열던 가게들이 오후 2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자영업체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다. 언제 끝날 것이라는 희망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아내가 일을 했던 매장도 최대한 버텨보려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얼마전 출장을 다녀온 인천공항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텅텅' 비어 있는 주차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지하 대형 식당은 문을 닫은 지 오래 된 듯했다. 도착 게이트에는 흰색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입국자를 체크했다.

공항에 연계된 직업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내와 같은 입장이 되었으리라. 다시 외벌이가 됐다. 일단 최대한 아끼는 수밖에 없다.

아내에게 그동안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 해주련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이다. 하루하루 어떻게 버텨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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