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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님, 이런 과거가 있습니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역지사지로 본 검찰총장 직무배제

등록 2020.11.28 11:18수정 2020.1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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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 문건 ⓒ 오마이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스스로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내용보다 더 놀라운 건 검찰의 반응이었다. 즉각 역지사지가 떠올랐다.

법무부가 검사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이를 '기보고'까지 하며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장관이 이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어땠겠는가. 검찰이 즉각 '불법'이라 들고 일어나지 않았겠는가.

또 문건 생성의 주체가 군 기무사나 군 검찰, 국정원이었고 사찰 당사자가 국민들이었다면 어땠을까. 군 내부나 국정원 내부에서도 조직의 수장을 옹호하고 나설 수 있었을까. 검찰이 아니었다면 과연 언론이 '검란'이나 '윤석열 vs. 추미애' 프레임을 밀고 나가는 것이 가능했을까. 신속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왜 침묵하느냐"는 공세를 취하는 보수 야당은 또 어떻고.

평검사회의부터 고검장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 중 오직 검찰만이 이런 공개 항명에 나설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모두 누가 작금의 '윤석열 검찰'로부터 이익을 취하는지, 마치 성역집단처럼 떠받들어지며 통제 불능의 권력을 과시 중인 검찰 조직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증 아닐까.

법무부의 6개 징계 사유 중 '불법사찰'만 문제가 될 뿐 다른 건들은 '오버'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윤 총장이 방대한 관련 문건 중 별 문제 되지 않은 듯싶은 극히 일부만 언론플레이를 위해 공개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뜯어 보면 윤 총장 감찰 결과 전체가 검사 윤리강령에 부합하지 않다거나, '감찰 방해' 하나 만으로도 징계감이란 분석 또한 등장했다. 분명한 것은 '상식적인' 국민들의 시각에서, 검찰의 관행은 하등 고려할 바가 아니란 사실일 터.

'세평'이란 이름하에 개인정보가 담긴 부적절한 내용까지 담긴 문건 속 당사자들인 전·현직 판사들 또한 이미 역지사지에 나섰다. "판사가 바보냐"라며 해당 책임자 문책 및 고발, 향후 공수처 수사까지 요구한 한 제주지법 판사가 대표적이다.

허나 집단 반발에 나선 현직 검찰들은 '판사 사찰' 문건의 적법성 논란에 대해선 눈을 감거나 '공소유지를 위한 일상적 수사 범위', 즉 관행이었다는 윤 총장의 입장을 옹호 중이다. 이들은 자신을 법 위의, 민주적 통제 위의 존재라 인식하고 있는 걸까. 사법농단 당시 '판사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거나 작성한 자들을 기소한 것도 모자라 사법행정권 남용의 사례로 '사찰'을 적시한 이들이 바로 검찰 아니었던가.


경찰의 세평 수집과 검찰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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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전주혜 의원(왼쪽),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27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 문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국민의힘 103명과 국민의당 3명, 무소속 4명 등 총 110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 공동취재사진

 
"허용된 권한 외의 세평 수집은 법적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지시다."

명쾌하다. 검찰의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법적 해석이 아니다. 지난 1월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요청으로 경찰이 승진 대상자인 검찰 간부 100여 명의 세평을 수집한 것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진교훈 경찰청 정보국장, 최강욱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대검에 고발하며 내놓은 논평 중 일부다.

당시 한국당은 "검사 승진 대상에 대한 세평 등 자료 수집 및 평가 보고는 정보경찰의 직무 허용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세 사람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대검은 고발 접수 이틀 만에 사건을 반부패수사 3부에 배당,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통상 업무라고 해명했다. 승진 대상자인 검사들의 동의를 거친 정상적인 절차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경찰의 세평 수집 자체가 부적절하며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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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 권재진, 황교안일 때 하는 얘기랑 추미애 장관일 때 하는 얘기는 달라요. 권재진 장관, 황교안 장관인 경우에 우리 검찰 조직의 민주적 정당성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음으로 생긴다 라고 했었거든요.

그때는 그 얘기를 하더니 지금은 그런 얘기 아무도 안 하잖아요. 윤 총장님은 나는 부하가 아니다, 이런 말을 하시고. 그건 그냥 검찰 선·후배로 끈끈이 이어진 검찰만의 공화국을 자기네 이상적인 공화국으로 선정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죠."
- 27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


이연주 변호사의 말처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13년 9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정국 또한 작금의 검찰이 역지사지해야 할 좋은 예다. 당시 일선 검사들 중 채 전 총장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의 감찰에 공개 반발한 것은 서부지검 평검사회의 등 소수였다. 검찰 출신 '황교안-곽상도' 라인 앞에서 실명을 걸고 소신을 표현한 검사들 말이다. 지금과는 대조적이다.

일개 수사 기관인 검찰만 초법적 존재로 군림할 일말의 이유도 없다. 과거 '사찰공화국'이란 오명에 일조한 국정원도, 군 기무사도, 경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는 시대다.
#윤석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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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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