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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로 실검 1위 하기 전, 내가 군산에서 한 조치

조기에 학원 휴원 결정... 지역 감염 늘고 있지만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등록 2020.11.27 16:08수정 2020.11.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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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보건소 입구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군민이 검사받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또 시작되는 이 두려움을 어찌해야 할까. 올해 1월 코로나 선포 이후 1차 위기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기억이 벌써 희미하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은 실체, 바이러스의 전염을 무조건 이겨내야만 한다는 믿음으로 국민들이 함께했던 행동들은 뚜렷이 기억한다. 우수한 한국산 진단키트와 방역 시스템은 세계 많은 나라의 모범이 됐다.


그런데 지난 8월 소위 '광화문 코로나 사태'라는 2차 위기가 몰려왔다. 내가 살고 있는 군산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나는 학원을 운영하는데, 그래도 그때는 1차 때와는 달리 2일 이상 휴원하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소독, 학원생들과 출입자들의 위생 체크, 온라인 형태의 수업 병행 등으로 운영을 이어갔다. 소위 겨울철 3차 코로나 비상 사태를 언급하는 전문가들의 얘기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경계했다.

그런데 군산의 도심에 갑자기 '쿵' 하고 혜성 하나가 떨어진 듯하다. 며칠 전, 갑작스럽게 확진자 알림 소식이 울리더니, 연이어 매일 서너 명씩 확진 소식이 들려온다. 급기야 그저께는 학생 확진자 소식에, 어제는 그 학생이 다니던 학교 전수 조사에, 또 접촉자 학생들의 검사 소식에 휴대전화 알람이 바쁘게 울렸다.

급기야 26일 언론에 따르면, 전북도는 군산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0여 명이 추가로 발생하자 28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내가 휴원을 결정한 이유 

나는 군산시의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던 중에 지난 23일 휴원 결정을 했다. 학부모들께 구체적인 사연을 쓰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의 건강이며, 불안과 걱정이 미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결코 작은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모 학원의 어떤 분은 '자녀가 학원에 안 가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우리 학부모님들은 결코 그런 생각을 갖지 않으실 거라고 믿는다고 썼다. 휴원 중에도 자녀들의 학습 확인과 꾸준한 공부 습관 지도를 약속했다.

학원연합회의 영어 분과에도 나의 휴원 사실을 공지하니, 몇 분이 동의하시고 함께 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학원이 학생들의 정서적,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학습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 휴원 결과, 학생들은 과제도 잘했고, 학교에서 이미 익숙해진 영상 수업 덕분에 학원의 코칭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와 학원 간 '신뢰'다. 난 선생님들에게 끊임없이 요청한다. 학생을 만나든 안 만나든 타인의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은 신뢰 있는 행동과 말이 첫 번째라고. 특히 좁은 지역사회에서 거짓 없이 행동해야 한다고. 

군산의 일부 중·고등학교가 전체 학생들 대상으로 25일부터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예상했던 대로 밤 사이 확진자가 더 늘었다고 알림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아들딸이 전화가 와서 "갑자기 군산이 실검 1위를 차지했어. 코로나 확진자 수로"라며 걱정했다.

그러면서 "엄마 좀 힘들어도 휴원하길 잘했어. 엄마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고 또 뭔가를 찾겠지만 이번에는 학원에만 있어"라고 말했다. 알았다고 답하고, 나는 바로 학부모들께, 이 위기를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우리 모두 힘을 합할 때라고 단체 문자를 보냈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다음 주에 있을 '2021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학생들이다. 물론 나의 걱정이 무슨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학생을 만나는 직업상, 고3 학생들과 재수생 등 수능을 준비해온 사람들의 그 무한한 노력의 결과를 펼쳐보지도 못할까 봐 심히 걱정이다. 올해는 개인적인 일로 고3 수업을 안 했지만, 지인들의 자녀들,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재수생), 그리고 학원생들의 언니, 오빠들이 어떻게 공부 해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아들이 시험 보던 해에 포항 지진 사태가 있어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시험 일정이 상당히 늦춰졌다. 그런데 다시 또 급증하는 코로나로 시험이 연기된다면 사회의 모든 것이 원활히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 역시 한동안 힘든 삶의 일상을 겪어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수능을 앞두고, 우리 어른들 모두가 본인 자식이 시험 보는 것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자세로 함께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얼마든지 자신의 행동을 참고 기다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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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수능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22일 오전 서울 종로학원 강북본원 앞에 수험생 보호를 위한 방문자 출입통제 강화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26일 아침 출근길에 보건소 근처를 지나다가 어린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봤다. 군산 확진자 중에 어린이집 관련인이 있어서 해당 지역의 어린이집 학생들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는 모습이었다.

어른도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저 어린애들이 무슨 일이냐'라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혹시나' 하고 진단에 응해야 하는 현실이 다가오는 겨울 추위보다 더 시리게 느껴졌다.

확진자 입장에서 가장 힘든 건 주변의 경계 태세가 가져오는 외로움과 절망이다. 지난 여름 코로나19로 판명된 지인의 가족들이 겪은 어려움을 전해들었는데, 코로나 그 자체보다 더 무서웠던 건 무수한 말들이었다고 했다. 석 달이 지난 지금도 "그 가족이 코로나 환자였잖아"라는 말이 들린다.

코로나 환자의 이동 동선을 빨리 확인해서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그러나 본인은 걸리지 않을 것처럼 말하거나, 확진자를 무조건 비판하는 말을 하는 건 극히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언제든지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 힘든 일을 치유할 수 있는 명약은 오로지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말, 그리고 공감뿐이다.

한 학생의 동생이 콧물을 흘린다고 검사를 받으러 갔단다. 얼굴에 걱정이 역력했다. 혹시라도 양성 판정을 받으면 본인도 학교에 못 가고, 엄마 아빠도 모두 직장에 못 가고, 주변인들의 시선도 무섭다고. 그래서 내가 분위기를 바꾸어서 물어봤다.

"지금부터 나의 장점 5가지 이상을 생각해보기. 혹시 하나도 안 떠오르면 엄청 서운할 것 같은데..."

무려 10가지를 써서 보여주었다. 그중에 1번이 '긍정적인 마인드'였다.

"와, 진짜 고맙네. 네 말대로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그 어떤 어려움도 다 이길 수 있으니까. 나는 항상 네 편이야. 걱정 마라. 잘 될 거다."

당연히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그 어떤 곤경과 어려움도 극복해낼 것이다. 오늘이 내일의 언덕이 되는 것처럼, 오늘 우리의 현명한 대처가 내일의 행복을 가져올 것을 믿는다.
#코로나3차유행 #군산코로나확진자확산 #학원휴원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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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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