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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성범죄' 결국 무죄... 피해자는 또다시 무너졌다

[현장] 여성단체·변호인단, 윤중천 대법원 선고에 반발... "대법원이 스스로를 부정했다"

등록 2020.11.26 12:52수정 2020.11.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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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시민공동행동(공동행동)은 26일 오전 윤중천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길을 가다가도 김학의, 윤중천이 따라다닙니다."

최현정 변호사(피해자 공동 대리인단)는 '김학의-윤중천 성폭력'(별장 성접대)사건 피해자의 입장문을 대독하다가 위의 문장에서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이들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김학의, 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시민공동행동(공동행동)은 26일 오전 윤중천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윤중천씨에 대해 징역 5년 6개월, 추징금 14억 8000만 원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최종 확정한 직후였다. 윤중천씨의 성폭력 범죄 혐의에 대해선 '증거 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사실상 무죄로 판단한 원심이 유지된 것이다. (관련기사 : 윤중천 성폭력, 끝내 단죄 못해... 검찰 흑역사로 남았다 http://omn.kr/1qpjc )

2심 법원은 '특수강간등치상' 혐의에 대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특수강간 등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건의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1년 안에 피해자 고소가 없었으므로 공소기각하고, 1건의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처리했다. 

대법원 또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라며 2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한국 사회의 사법정의는 죽었다"


이날 공동행동의 성명을 낭독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대법원의 판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법원은 성범죄 사건 발생 맥락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판결했던 대법원이 스스로를 부정했다"라고 밝혔다.

고 상임대표는 "이 사건은 권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성폭력 사건이며, 사회 권력층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이 결탁하여 은폐한 사건"라며, "오늘 한국 사회의 사법정의는 죽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사회 여성인권의 상징적 사건'이 된 이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폭력은 피해자의 탓이 아니다', '가해자들은 그에 응당한 벌을 받은 것이다'라는 성폭력 피해자가 바라는 '단순한 정의'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멈추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 및 변호인단은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는 구호를 외치며,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피해자 옆에 서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끝까지 김학의·윤중천에게 책임 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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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왼쪽)과 윤중천씨. (자료사진) ⓒ 권우성,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자의 입장문도 대독됐다. 사회를 맡은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대법원 선고 결과 전에 두 가지 버전의 입장문을 보내줬다"라며 "오늘 피해자가 낭독되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문을 낭독하게 되어서 매우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대한민국 사법부는 저에게 "네가 죽어야 끝난다, 넌 권력을 이길 수 없어"라고 메아리치며 제 뇌를 치고 있다"면서 "얼만큼, 도대체 얼만큼 힘을 내야 하나요? 길을 가다가도 김학의 윤중천이 따라다닌다. 그들이 구속 되어 있어도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언제쯤 대한민국 사법부는 억울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냐"라며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권력의 힘에 눌려 억울한 사람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는 세상이 오질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피해자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를 수십 차례 성폭력을 가한 윤중천에 대해서는 단 3건만 기소됐다"라며 "일관된 진술을 했지만 검찰은 윤중천은 3건의 성폭력, 김학의는 뇌물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성폭력으로 경찰에 다시 고소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러한 고통은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가 제게 준 부메랑"이라면서도 "진실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꼭 김학의, 윤중천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피해자 입장문 전문이다.

아직도 2006년 윤중천을 처음 만난 날이 생생합니다. 기억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시간이 멈춰 있습니다. 사람의 상처를 공소시효라는 법리로 무너트리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전 1심과 2심에서 공소시효라는 법리로 또 한 번 무너져야 했습니다. 전 또다시 죽을 힘을 다해 검찰에 대한 원망을 법리로 따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믿고 있었던 경찰은 당시 검사들을 불기소 하였습니다.

사법부는 2013~2014년 검찰조사의 판결을 지적하였습니다. 현실은 검사들의 불기소로 윤중천 김학의는 공소시효로 처벌을 면하는 이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 원망을 이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저에게 "네가 죽어야 끝난다, 넌 권력을 이길 수 없어"라고 메아리치며 제 뇌를 치고 있습니다.

"얼만큼, 도대체 얼만큼 힘을 내야 하나요?"

길을 가다가도 김학의 윤중천이 따라다닙니다. 그들이 구속 되어 있어도 항상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가슴에 이 멍을 어떻게 보여야 할까요? 한없이 눈물만 흐릅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언제쯤 대한민국 사법부는 억울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가슴의 한을 풀어 줄 수 있을까요? 전 힘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 사법부는 너무나 강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권력의 힘에 눌려 억울한 사람들이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는 세상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너무나 지칩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다시 일어나 싸워야 합니다. 검찰의 프레임으로 인해 뇌물죄로 기소된 김학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를 수십 차례 성폭력을 가한 윤중천에 대해서는 단 3건만 기소되었습니다. 전 분명 일관된 진술을 하였지만 검사는 저를 이해시키며 윤중천은 3건의 성폭력과 김학의는 뇌물로 기소하였습니다. 전 이 두 사람을 성폭력으로 경찰에 다시 고소하였습니다.

법정에서 누가 보아도 김학의라는 증거 앞에서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저를 모른다던 김학의, 윤중천이 이제 저를 안다고 진술하는 뻔뻔함. 이들의 뻔뻔함이 진실 앞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그날까지 전 진실을 말하고, 그들이 처벌을 받을때까지 죽을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전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합니다. 전 또 다시 2006~2007년 당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고통은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가 저에게 준 부메랑입니다. 전 진실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고 꼭 김학의 윤중천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윤중천 #김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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