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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난 용'이 청와대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한 이유

[송기균 칼럼] 정부·여당이 귀 기울여야 할 "집값 원상회복" 국민청원

등록 2020.11.03 11:40수정 2020.11.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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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일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신문고는 억울한 일을 당한 힘없는 백성이 나랏님에게 그 억울한 사정을 직접 알리는 제도적 장치였다. 현대사회에서 신문고가 사라진 것은 억울한 일을 당한 힘없는 백성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언론이 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의 억울한 일을 직접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신문고란 낡은 제도가 필요할 일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조선시대 신문고를 모방하여 도입한 '국민청원'은 날이 갈수록 흥행을 더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신문과 방송, 그리고 SNS와 유튜브도 '억울한 사연'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는 억울한 사연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집값 폭등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집이란 인간의 기본 욕구인데, 그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 20~30대 젊은세대는 평생 땀흘려 일해도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졌다. 매일매일이 고통스럽다는 피끓는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줄잇는 집값 폭등 관련 청와대 청원

급기야 '개천에서 난 용'마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며 집값을 하락시키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난 10월 중순에 올라온 "개천의 용의 집은 결국 개천(전월세)인가요? 노력으로 집 살 수 있는 사회로 돌아가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집값이 한두 달 사이에 수억씩 뛰어버리는 현실 앞에서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삼십대 후반의 고시합격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집값 폭등이 새로운 신분제도를 만든 현실을 고발했다.

"4년 전 8억하던 집이 너무나 부담되어 (구입을) 망설였던 집의 실거래가가 20억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10억이란 자산이 증식된 그들과 그 시간을 놓친 자들은 이제 노력하고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계급이 생겨버렸습니다."


'개천에서 난 용'이 체감하는 현실이 이럴진대 평범한 30대가 직면하는 대한민국이 어떨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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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한 부동산 업체에 급매매, 전세 상담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올라온 30대의 청원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청원 게시판에 올립니다"는 절규로 시작한다. "이 나라에서는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을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세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저는 주택난으로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고 호소한다.

그는 서울 집값이 문재인 정부에서 11% 상승했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순 저희가 그나마 '영끌'을 해서라도 살 수 있던 서울 제일 끝자락 아파트들마저 폭등하며 아예 포기 상태에 이르렀지요"라며 문 대통령에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라고 촉구했다. 집값 폭등으로 결혼마저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가 그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가 폭등시킨 집값을 원상회복시켜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문재인 정부가 폭등시킨 집값을 무주택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행동하는 '집값정상화 시민행동'(https://cafe.naver.com/houseprice2020)의 회원"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것은 정부가 기획하고 집행한 집값 정책의 결과이다"라고 선언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서 모든 국민은 투기꾼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그 근거로 그는 "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은 실로 가공할 수준의 세금혜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마저 노다지 투기판으로 전락시켜 버리고야 말았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투기조장 정책인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즉각, 그리고 전면 폐지하라, 그러면 160만 채의 임대주택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집값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주택 국민의의 고통과 바람을 담은 이 청원의 기간은 11월 11일까지다.

무주택 국민의 분노

우리 국민, 특히 수도권 주민의 절반은 무주택자다. 그들 중에서도 내 집 마련을 시작할 시기에 집값 폭등을 겪는 20~30대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젊은이라면 고시를 합격한 엘리트든, 결혼을 앞두고 꿈에 부풀어야 할 청년이든 좌절과 분노에 휩싸일 것이다. 그 좌절과 분노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집값 정상화 시민행동' 외에 더 많은 단체와 정치세력이 그들의 분노를 결집시켜 정부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면, 마침내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듯 우리 사회를 산산조각 낼지도 모른다.

정부와 여당이 이들의 좌절과 분노에 귀를 기울이고, 실효성 있는 집값 하락 정책을 펴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청원 #집값폭등 #집값정상화 시민행동 #집값원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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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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