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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지고 조정안 나와도, 꿈쩍 않는 '기술탈취' LG전자

10년째 분쟁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믿었는데"... LG전자 부사장 "금액 너무 커"

등록 2020.10.29 07:44수정 2020.10.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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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테크가 개발한 승강그릴(왼쪽)과 LG전자가 릴테크의 거래를 끊고 새롭게 거래한 신한전기(오른쪽)의 승강그릴. 특허정보검색서비스(키프리스)에 따르면 2007년 출원한 릴테크의 승강그릴은 특허로 등록된 반면, 2009년 출원한 신한전기의 승강그릴은 특허 등록이 거절된 바 있다. ⓒ 송갑석 의원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죠. 대기업이기 때문에 정말 믿었거든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신정훈 ㈜릴테크 대표(56)는 10년째 LG전자와 분쟁 중에 있다. 특허소송에서 이기고, 공공기관의 조정안까지 받아냈지만 LG전자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신 대표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사건이야말로 징벌적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릴테크는 2008년 3월부터 LG전자에 '승강그릴(시스템 에어컨 필터 청소를 위한 장치)'을 납품해왔다. 하지만 2010년 12월 이후 LG전자는 돌연 거래를 중단했다.

신 대표는 "LG전자는 승강그릴을 개발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06년 어느 행사 중 이영하 당시 LG전자 사장이 있던 자리에서 승강그릴 개발을 부탁받았고 우리는 자체 비용을 부담해 이를 개발했다"라며 "하지만 2010년 12월 이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수소문을 해봤더니 LG전자가 거의 같은 제품을 오랫동안 거래해온 다른 협력업체(신한전기)로부터 받고 있더라"라고 떠올렸다.

두 승강그릴의 유사성은 특허 등록 여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키프리스)에 따르면 2007년 출원한 릴테크의 승강그릴은 특허로 등록된 반면, 2009년 출원한 신한전기의 승강그릴은 특허 등록이 거절된 바 있다.

공정거래조정원 "13억 원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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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테크는 2011년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릴테크의 손을 들어줬다. ⓒ 송갑석 의원실

 
릴테크는 2011년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특허소송을 담당하는 특허심판원은 릴테크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6월 심결에서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발명(2010년 12월 이후 LG전자가 쓰고 있던 승강그릴)은 이 사건 발명(릴테크 승강그릴)과 목적이 동일할 뿐 아니라 그 구성과 동일한 구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LG전자는 릴테크에 3억 원을 송금했다. 신 대표는 "2013년 11월에 갑자기 통장으로 돈이 들어 왔더라"라며 "하지만 보상금 명목도 아니고 물품대금이라고 찍혀 있었다. 또한 그 부품을 개발하는 데만 10억 원 이상 들었기 때문에 우린 5일 후에 곧장 반환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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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LG전자와 릴테크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맡기기로 했다. 조정 전 릴테크는 "귀사의 제안에 대해 양사 모두가 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이라면 당사도 동의한다"라는 공문(왼쪽)을 LG전자에 보냈고, 이에 LG전자 측도 "당사는 조정안을 따르겠다"고 답했다(오른쪽). ⓒ 송갑석 의원실

 
재납품 및 보상과 관련된 합의가 결렬된 후인 2018년 4월, 양측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맡기기로 했다. 조정 전 릴테크는 "귀사의 제안에 대해 양사 모두가 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이라면 당사도 동의한다"라는 공문을 LG전자에 보냈고, 이에 LG전자 측도 "당사는 조정안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4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피신청인(LG전자)은 2020년 5월 18일까지 신청인(릴테크)에게 13억 2885만 100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예상 이익금 및 초기 개발 투자비를 합산한 16억 2885만 1020원 중 앞서 LG전자가 보내온 3억 원을 제외한 금액이 지급액으로 결정된 것이다.

LG전자는 현재까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신 대표는 "릴테크는 2002년 법인설립 후 꾸준히 매출이 늘어난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LG전자 납품이 끊긴 후 매출이 툭툭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LG전자에 승강그릴 납품을 시작하며 열 명 넘는 인원을 생산직원으로 채용했었다. 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 명도 내보내지 않고 고통을 분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대표지만 사실 지금도 백 건 넘게 특허 등록을 시도하는 엔지니어"라며 "저희처럼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이렇게 대해서 되겠나"라고 호소했다.

송갑석 의원, 구광모 회장에 공개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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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갑석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 1호기 감사원 감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갑)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한 마디로 기술을 훔치려다가 딱 걸린 것"이라며 이감규 LG전자 부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진행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안을 이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저희가 생각하기에 금액이 커 (릴테크와) 협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LG전자 측이 조정 전 "조정안에 따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 부사장이 "오늘 처음 듣는다. 더 확인해보겠다"라고 말을 이어가자, 송 의원은 "이 부사장과 이야기해선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통해 송 의원은 "LG전자는 협력사(릴테크)의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일방적으로 거래 관계를 중단했고 그 이후 협력사와의 약속을 두 번이나 지키지 않았다"라며 "협력사의 기술적 권리는 특허심판원이 인정했고 협력사의 피해 호소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조정 결정으로 상당 부분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LG전자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출 62조 원의 글로벌 기업 총수님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피해 협력사에 13억 2885만 1000원을 지급해주길 요청하는, 서로가 대단히 민망한 서한을 보낸다"라며 "오늘 증인으로 출석한 귀사의 이 부사장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시종 변명과 회피, 거짓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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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규 LG전자 부사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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