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적 양심 걸고 말한다... 미세먼지 비상대책, 의미없다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 ④] 우리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등록 2019.02.15 07:39수정 2019.02.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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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려드립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알짜배기 정보만 전달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힘도 키울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의대 교수)가 몇 차례에 걸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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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마라톤대회를 가을로 연기해 줄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달리게 되면 1급 발암물질을 10배 더 많이 들이마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04.10 ⓒ 최윤석

  
나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실시하는 비상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게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과 차량 2부제였다. 이런 주장을 하면,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환경단체 대표가 할 소리냐'라고 할 수도 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교수는 연구로 말한다. 지난 34년 동안 88올림픽대책, 대기오염자료 공개운동, 경유차환경위원회, 수도권대기질특별법, 대기위해성연구회, 환경보건포럼 등을 통해 미세먼지 환경운동과 정책에 참여해왔다. 평생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리 정책을 다뤄오면서 얻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이다.

차량 2부제부터 짚어보자. 미세먼지 대책을 말하면, 어떤 이들이 차량 2부제를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휘두른다. 바다 건너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하고 싶다. 오래 전에 차량 2부제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부유층이 이런 조치를 비웃듯 차량을 여러 대 구매하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서울시나 일부 환경단체가 한때 마치 '성공 사례'로 거론했던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다. 20여 년 동안 전혀 실행하지 않던 것을 최근 몇 년 동안 몇 번 시행했다가 여론도 좋지 않고 효과도 없어 폐기된 대책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차량 2부제를 하는 나라는 미세먼지 오염이 극심한 인도 정도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 일시적으로 시행했다. 우리나라도 88 서울 올림픽 당시 차량 2부제를 처음 시행했다. 나도 이 당시 올림픽 대기관리 대책을 수립하면서 여러 대책 중 하나로 차량 2부제를 선택했고 그 효과도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차량 2부제는 땜질식 임시방편이다. 비유하자면 집안에 중요한 손님이 와서 부랴부랴 청소하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다른 곳으로 잠시 옮겨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1988년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은 그게 그 당시 우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집 청소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집안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나는 전국을 돌며 미세먼지 강연을 할 때마다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걸 가장 중요한 미세먼지 대책이라 설명했다. 차량운행을 줄이는 것과 차량 강제 2부제는 전혀 다르다. 혼동해서는 안 된다.


빠르고 편리하고 안락한 대중교통을 만들어 승용차 이용률을 절반으로 낮추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과 오존까지 대기질 전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에너지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이게 진짜다.

다행히 차량 2부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여전히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 집중돼 있다. 이런 비상대책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뒷북치기고 효과도 없다. 공무원들과 국민만 힘들게 할 뿐이다.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보자.

고농도 오염이 발생하면 모든 대책이 무용지물
 

중국 베이징 미세먼지(PM2.5) 농도 일변화 (사진: 미국 주중 대사관 자료 캡쳐) ⓒ 미국 주중 대사관 자료 캡쳐


위 그림은 2008~2014년 미국 대사관이 베이징에서 측정한 미세먼지(PM2.5) 측정 자료다. 오염농도가 매우 높아서, 500㎍/㎥를 넘는 경우도 상당히 있지만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매일 대기오염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베이징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이다. 런던 스모그 등 대표적인 대기오염 인명 피해 사건들도 특정일에 대기오염이 몇 배로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대기가 정체된 날이면 오염도가 몇 배로 급증한다는 사실은 기초 중의 기초이고 상식 중의 상식이다. 대기 정체를 바람이 불지 않는 상태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더 핵심적인 것은 공기가 위쪽으로 확산하지 않는 것이다.

하층부 공기가 차갑고 상층부 공기의 기온이 높은 기온역전층이 발생하면, 오염물질이 그 아래에 갇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기가 섞이는 높이 즉 혼합고가 낮아진다. 이럴 때 풍속도 낮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기의 상하 수평 확산이 모두 급격하게 줄어들어 오염도가 아주 빠른 시간에 급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야외에서 하던 바비큐 구이를 집안에서 창문을 닫고 했다고 생각해 봐라. 연기가 온 집안에 가득할 것이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어떻겠나.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대기오염은 기상 조건이 악화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고 '가정에서의 창문 열기'처럼 공기를 환기할 방법이 없다. 어디로 피할 수도 없다. 그저 기상 상황이 바뀌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게 대기오염의 무서움이다. 런던 스모그 사건도 기상 상태가 바뀌면서 비로소 해소됐다.

그래서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아진 후, 뒤늦게 차량운행 제한이나 비상대책을 해봐야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더 악화하는 정도를 다소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미 높아진 오염농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일회성 대책에 불과해서 근본 원인은 하나도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된다. 이런 대책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건 낭비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보태고 싶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중교통 수단은 출퇴근 시간 때면 전쟁이다. 이러니 시민들이 차량운행 제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차량운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대중교통 증차 등 대책부터 세우는 것이 출퇴근에 시달리는 대다수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고농도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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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하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석탄발전 폐쇄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라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요구했다. ⓒ 유성호

 
앞에서 설명한 대로 대기오염의 단기적 변화는 기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기 순환이 매우 어려운 특수한 기상 상태가 발생하면, 대기 오염도는 평상시보다 5배 또는 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별 대책이 없으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하는 것이다. 즉, 평소의 오염도를 낮추는 것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평상시 농도가 50㎍/㎥이면, 5배가 높아졌다고 했을 때, 250㎍/㎥ 된다. 하지만 오염물질 발생을 줄여서 평상시 농도를 30㎍/㎥로 줄인다면, 5배가 높아져도 150㎍/㎥가 된다. 무려 100㎍/㎥ 감소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평상시 미세먼지 오염농도가 줄어들면, 미세먼지 수준이 '경보'에서 '나쁨'이 되고, '나쁨'에서 '보통'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도시 오염도 결과도 이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연료 사용량을 줄이거나,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연료로 교체하거나, 낡은 시설이나 장비들을 교체 또는 폐쇄하는 것이다. 재활용을 늘려 소각을 줄이고, 집진장치 등을 통해서 대기 중으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장기적 노출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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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힘겨운 하굣길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이틀째인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부모와 어린이가 하교를 하고 있다. ⓒ 유성호

 
흔히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 건강 영향이 크고, 이런 날에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중 며칠 안 되는 고농도 오염날에 대비하는 것보다 연평균 오염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건강 영향에 미치는 효과가 훨씬 크다.

미세먼지는 낮은 농도라고 해도 농도를 더 낮추면 고농도를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 영향에 똑같은 효과가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도 가능한 낮출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라고 권유하고 있고, 선진국들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연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많은 역학 연구 결과를 검토해보니, PM2.5 연평균 값을 5㎍/㎥ 감소시키면, 연평균 사망률을 3%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 평균값의 경우는 5㎍/㎥ 줄이면, 하루 평균 사망률을 0.5% 감소시키는 것에 그쳤다. 연평균 오염도를 줄이는 것이 하루의 오염도를 줄이는 것에 비해 단위 효과가 훨씬 크다는 말이다.

더구나 하루 사망자 숫자는 1년 사망자의 36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평상시 미세먼지 오염농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더구나 고농도인 날의 비상대책이 오염도를 줄이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에서 말한 대로다. 그러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개발도상국의 도시를 제외하곤 대부분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보다 많이 낮아져 있어 단기간에 건강에 큰 피해를 주는 런던스모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극도로 낮다. 그래서 WHO도 장기 기준을 강화해 가면서 이것을 달성하는데 더 관심 두기를 권고한다.

WHO 권고를 따른다면, 우리나라도 물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대한 대비보다 평상시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다.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아니라 평상시에 오염농도를 낮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수천만 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소 밀집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쓰레기 소각량도 엄청나다. 이런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미세먼지 발생량을 더는 줄일 여지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한마디로 비상식적이고 혹세무민의 발언이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이들 건강을 지키는 대책일 수 없다.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출 수 있는 근본 대책을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개인도 여기에 어울리는 실천을 해야 한다. 이게 진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이고 대책이다.

이제, 특별하지도 효과도 없는 비상대책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일은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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