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도장 찍는 '박사모'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국정농단 재판' 열혈방청객… '단호'부터 '무관심'까지, 재판부마다 반응 제각각

등록 2017.07.18 16:32수정 2017.07.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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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탄기국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 이희훈


"뭐가 그렇게 웃기냐. 증인이 답변하고 있는데 비웃듯이 소리 내서 웃습니까?"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320호 법정, 방청석에서 "하!"라며 코웃음 치는 소리가 나자 이영훈 부장판사(형사합의33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5차 공판에 나온 백승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담당관의 증인 신문 도중 일어난 일이었다.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소리를 낸 여성 방청객의 감치 재판을 열어 그에게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안팎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쪽 지지자들이 꾸준히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병우 전 수석 재판 등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 문제는 재판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돌발행동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재판'이라는 중대 사안을 심리 중인 재판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재판부마다 달랐다.

[방법①] '자비란 없다' 초반부터 단호한 우병우 재판부

이영훈 부장판사의 방청객 과태료 판결은 국정농단 재판 중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재판부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이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 재판 초기부터 단호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증인으로 나온 6월 29일 2차 공판, 법정은 재판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태극기 인사를 하려고 어제 애들 집에서 하루 잤다" "대구에서 왔다"며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눴다. 장씨가 증언을 마치자 그를 향해 "똑바로 살아라, 죽는다"고 소리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재판부는 해당 방청객을 퇴정시켰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이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60대로 보이는 여성 2명 퇴정하라, 다음부터는 이 법정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두 사람이 소리 내는 걸 봤기 때문에 이들만 퇴정시키는데, 다음 재판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사람은 퇴정으로 안 끝난다"며 "오늘 분명히 얘기했다, 조용히 있을 자신 없으면 (법정에)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방법②] '참을 인, 참을 인...' 평정심 유지하는 박근혜 재판부

가장 열혈 지지자들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감당해야 하는 곳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이다. 그런데 이 재판부는 심리를 진행한 두 달여 동안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김세윤 부장판사가 재판 시작을 알리며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 사건이니 정숙을 유지하며 재판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해도 박사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 격해진다. 몇몇은 손수건을 꺼내 흐느껴 울고, 몇몇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고개를 숙인다. 재판이 끝나면 법정을 빠져나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6월 20일에는 한 남성이 갑자기 일어나 "대통령님께 경례!"라고 외쳤다. 김 부장판사는 그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뒤 "법정에서 그렇게 함으로써 재판부 심리와 질서 유지에 방해를 줬다"며 "앞으로 방청을 허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곤조곤 설명하는 어투였다. 7월 3일 21차 공판에서 "제가 박 전 대통령 딸"이라고 외친 여성에게 "방청석에서는 말할 권한이 없다, 방청을 허락할 수 없으니 퇴정하라"고 할 때도 김 부장판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재판부는 얼마 전부터 아예 모든 방청객이 법정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보통 재판부가 퇴정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빠져나가면 박사모들이 법정 경위와 충돌하거나 큰 소리를 내는 등 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만 소나기가 내린데다 박 전 대통령 불출석으로 방청객 숫자가 평소보다 줄어든 지난 11일에는 먼저 퇴정하며 방청객들에게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 안전히 귀가하길 바란다"고 고마워했다.

[방법③] '아이 돈 케어' 흔들림 없는 이재용 재판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은 상대적으로 가장 차분한 분위기다. 재판부(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역시 법정 분위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도 박 전 대통령 쪽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객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이들은 밤늦게까지도 재판을 지켜보며 이 부회장을 응원한다. 휴정 때는 밖에 삼삼오오 모여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얘기를 나누거나, 그가 법정을 나설 때 "부회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한다.

재판부는 별 다른 반응이 없다. 지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증인 신문 때는 변호인단이 그에게 제시한 순환출자고리 관련 자료를 "변호인이 작성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한 김진동 부장판사의 말에 방청객들이 동시에 크게 웃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개의치 않고 심리를 이어갔다.
#박근혜 #이재용 #우병우 #박사모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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