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편, '약자 짓밟기'에 지나지 않는다

[주장] 방만 경영 적자 공무원 연금으로 메우는 꼴... 연금 본연 의미 퇴색

등록 2014.11.05 09:44수정 2014.11.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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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공무원과 교사들의 연금 현실이 날이 갈수록 암울해져만 간다. 지난 10월 17일 정부는 공무원 연금 41%를 추가로 납입하고, 34%를 덜 받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개편안도 공무원들에게 치명적인데, 여당은 정부 안조차도 문제가 있다며 한 단계 더 가혹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65세부터 연금을 지급하고, 수령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공무원들은 한숨을 내쉰다. 가뜩이나 월급도 적은데 연금마저 축소되면 노후를 바라보기 막막하다는 하소연을 한다. 실제 공무원과 교사들의 연금을 깎는 것은 사기업 직장인들의 퇴직금을 반토막내는 것과 같다. 7급 공무원 기준으로 초봉은 150만 원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퇴직수당도 사기업에 비해 미미하다.

정부는 연금 개편의 이유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막대한 적자를 들고 있다.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으므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적자는 전적으로 공무원연금공단의 책임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2007년 마이에셋이 진행한 인도네시아 발리 풀 빌라 리조트 신축 사업에 150억 원을 투자해 손해를 봤다.

이런 식의 방만 경영으로 쌓인 적자만 18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방만 경영으로 생긴 적자를 공무원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연금을 개편하면 공무원이 반발할 것이 뻔하니 '철밥통 공무원 vs. 양심적인 국민'이란 갈등 구도를 형성, 개편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근거는 재정 건전성에만 치우쳐 있다. 적자를 극복한다는 이유만으로 개편을 하면 절약된 자본이 재분배될 확률은 희박하다. 국가의 노후 보장 의무를 망각한 정부의 연금 개편은 연금 본연의 의미와 취지를 퇴색시킨다.

공무원연금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논란을 연상시킨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발해 일어났던 철도 노조의 파업은 언론에 의해 '귀족 노조'라는 굴레만 뒤집어쓴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린 바 있다. 공무원들에 대한 여론과 언론의 태도를 볼 때 공무원노조 역시 철도노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공공기관이 부지기수가 아니던가. 앞으로도 정부는 민영화, 연금축소, 과세 등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여기에는 약자들의 희생이 따른다. 언론은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할 것이고, 결국 국민 생활의 하향 평준화와 국민 서로에 대한 불신만이 남을 것이다.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해 공무원연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따지고 보면 아주 틀린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편은 공무원들의 피 같은 연금이 걸려 있는 문제다.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연금 개편의 주체인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논의하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결여된 개편은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약자 짓밟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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