쳥년해외취업 "정말 가능한가요?"

박근혜 'K-MOVE'... MB의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과 차이 없다.

검토 완료

김종훈(moviekjh)등록 2013.02.26 17:38

K move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인다? ⓒ kmove 공식 홈페이지


"청년해외취업 K-MOVE에 대해 궁금해서요. 해외취업,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되던 날, 대한민국은 온통 첫번째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안양에 있는 한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김기석(28)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해외청년취업에 기대가 컸어요. 'K-MOVE, 한국의 청년들이 세계로 나간다' 왠지 멋있게 들렸거든요. 오늘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문의해 보니 많이 실망스럽네요. 돌아온 답이라곤 '아직 위쪽에서 아무것도 하달된 내용이 없다'는 말뿐이니…"

김씨는 말을 아꼈다. 그럴 것이 2011년 2월 졸업 후, 만 2년을 노량진에서만 보냈다. 그 시간이면 충분히 공무원이든 공기업이든 취직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 달에 100만원 정도 하는 고시원, 학원비, 식비 등을 아껴 쓰며 버텼지만 계속 시험에 낙방했다. 그러다 작년 말 노량진에서 공부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갈등하고 있을 때, 뉴스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자의 'K-MOVE'를 듣게 됐다. '당신도 세계로 나가면 1등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 때 김씨는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했다. 당시 노량진의 분위기는 문재인 후보로 집중돼 있었는데, 자신만큼은 '해외취업'에 방점을 둔 박근혜 후보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작년 부재자 투표날, 2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동작구청에서 투표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 했다.

하지만 그 후로 3개월, 작년부터 계속 'K-MOVE'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점은 다시 한 번 용기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했지만 "작년과 뭐 크게 달라지겠냐"는 답뿐이었다. 김씨는 그 말을 끝으로 두툼한 '행정법'과 '해커스토익'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MB표 '글로벌 청년 리더', 무엇이 문제였나?

아무런 준비 없이? MB 정권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 kmove 공식 홈페이지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MB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2009년부터 약 4,9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부족한 준비 탓에 '총체적 부실'이라는 꼬리표만 달고 사업은 와해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외취업을 준비했던 청년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IT, 엔지니어 등 전공을 살려 해외유망업종에 취업을 기대했던 이공계 청년들의 실망이 컸다. 이들은 정부의 '해외유망업종 취업보장'이라는 말만 믿고 짐을 쌌다가 고기공장, 호텔 청소, 주방 보조 등 3D 업종만 전전하다 돌아왔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우선 해외에서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준비가 부족했다. 가장 중요한 '언어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말만 믿고 나섰다가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어설픈 정책수행능력 탓이다. 실적 쌓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청년들이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짐만 싸서 보내놓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조한 셈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혈세를 낭비했고 청년들은 청년대로 부푼 꿈을 안고 나갔다 실망만 안고 돌아왔다. 이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박근혜의 'K-MOVE', 다르다 말하지만

750만 해외동포 커뮤니티? 문제는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 ⓒ kmove 홈페이지


물론 이번 정권은 이전 정부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 가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바로 '750만 한인커뮤니티'를 활용해 멘토 형태의 해외취업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위 정책은 이미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월드잡'에서 시행 중인 내용이다. 이름만 바꿨을 뿐이지 참신한 컨텐츠 하나 없이 이전 정부의 효과적이 못한 정책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50만 한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IT계열 중심의 취업을 보장한다 했으나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실제 한인 커뮤니티의 실상을 한 번만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멘토가 돼야할 한인 고용주의 사업장은 대부분 요식과 청소업에 머물고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공장 역시 현지의 값싼 해외인력에 포커스를 맞춰 세워진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IT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K-MOVE'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청년들을 낚고 있다. 이전 정권이 보여줬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희망을 가졌던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이 눈에 선하다.

차라리 실질적인 해외연수혜택으로

호주농장에서 사진을 제공한 신명하씨는 한국에서 IT업계에 있었다 ⓒ 신명하


신명하(26)씨는 작년 한 해 호주에서 머물렀다. 그곳에서 농장, 호텔청소, 주방보조 등 한국에서 체험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하나 경험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아쉬움 하나가 크게 남는다 했다. 바로 '언어'였다.

"열심히 생활해서 후회는 없어요. 다만 정부의 지원 방향이 지금의 '해외취업알선'보다는 '해외연수'에 보다 초점을 맞췄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입장 바꿔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누가 쓰겠어요. 그러니 말부터 우선 되게 하고, 저처럼 가정 형편 때문에 기회를 놓친 청년들에게 제대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외국에서 접시 닦고 청소한다고 창의력이 늘진 않거든요. 그것이 해외청년취업이라고 볼 수도 없고"

신씨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이번 정부가 집중해야 할 방향이 보인다. 터무니 없는 '3D업종 해외취업보장' 보단 청년들 개개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수'로 집중돼야 한다. 750만 한인 커뮤니티의 활용 역시, '취업알선'보다는 현실에 맞는 '생활지원' 형태로 변화돼야한다.

물론 지금으로선 이제 막 탄생한 박근혜 정부의 'K-MOVE'가 이전 정부의 '글로벌 청년리더'와 얼마나 차이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을 지울 수 없는 이유, 이대로 가면 다시 한 번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삼아 '좌절'을 안길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청년들에게 실패를 전가한 것은 이전 정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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