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에 잠 못 잔다는 MB님, 사실입니까

1%들의 부만 나눈다면, 청년문제 당장 해결할 수 있습니다

등록 2011.12.21 14:29수정 2011.12.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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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올해를 되돌아보면 중산층의 삶도 쉽지 않았고, 서민 생활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이런 모든 일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더욱 가슴 아픕니다."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인사다. 기막힌 우연일까? 21일 아침 <아프니까 점령이다! "Occupy 여의도">라는 이름으로 한국거래소 앞을 점령하고 있는 학생들의 비닐움막에 '철거 계고장'이 붙었다.

 

비가 와서 움막 안에 대피하고 있던 학생들한테 알리지도 않은 채 말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Occupy 국제공동행동의 날을 맞이하여 청년실업해결 등을 내걸고 한국 1%들의 심장 여의도를 점령한 학생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실업 때문에 고통 받는 우리들 때문에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며 더 괴로워했다. 그런데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고 있는 1%들의 부를 통해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는 청년들의 행동을 막는 것은 왜 이렇게 신속하고 빠른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지난 10일 텐트를 쳤지만 15일 철거당해, 사상최악의 날씨에 노숙을 했다. 그리고 경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들을 24시간 감시하면서 바람을 막을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비닐이라도 덮으려고 했지만 이것조차 못 치게 해서, 사람 앉은 키 높이의 비닐 움막을 만들었다. 이 비닐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 뒤집어지며, 너무 낮아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그러나 우리 때문에 잠 못 이룬다는 대통령 신년사가 나온 바로 다음날 이마저도 철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진짜 잠 못자는 사람들은 여기에 있다.

 

집 없어 학생회실과 동아리방 전전하는 학생들

 

한 학생이 한국거래소 앞 Occupy 텐트 안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 박정훈

한 학생이 한국거래소 앞 Occupy 텐트 안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 박정훈

사실 여의도를 점령하여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현재 청년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들은 높은 집값 때문에 지하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고 있다. 그나마 저렴했던 학교 기숙사는 민간자본이 들어와 근사하게 지어놓고는 주변 원룸시세와 비슷하게 돈을 받는다.

 

학교 주변 식당이 저렴하다는 것은 옛말이고, 교내식당마저 가격이 인상되어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삼각김밥을 사면 할인해주는 음료수로 연명한다. 거기에 높은 등록금과 학자금대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생활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벌면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마저 좌절 됐을 때, 청년들은 자살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살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야말로 살기 위해 1%들의 심장부를 점령했다. 심지어 이것은 국제적인 트렌드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청년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혹자들은 한국거래소 앞에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는 우리를 보고, '청년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퍼포먼스라고만 이야기하기에, 현실은 너무나 엄혹하다. 함께 점령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는 실제로 집이 없어 학교 학생회실과 동아리방을 전전하고 학자금대출 빚이 2000~3000만원에 이르는 이들도 있다.

 

이것 때문에 심각하게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도 이곳에 있다. 이사비가 없어 손수레로 수차례 짐을 옮기던 학생은 중간에 비가 와서 온 짐이 비에 젖었다. 학생은 이사가 끝나고 말 없이 소주를 마시고 펑펑 울었다. 이들은 세상이 말하는 소위 명문대 학생이다. 명문대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회적 주목조차 받지 못한다.

 

청년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편하게 자길 바란다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신년사가 있던 20일은 재능교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투쟁한 지 4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는 23~24일에는 먹튀자본의 도박으로 일자리를 잃고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희망텐트촌을 친다.

 

우리네 집의 부채, 가계부채가 한국 GDP 1000조를 넘어섰다. 이것은 모두 청년들의 미래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단 한 가지다. 1%들이 모든 부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4대강 사업 예산을 빼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삶과 부를 빼앗아간 1%들의 부를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면 된다. 바로 이곳 한국거래소에서 1%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 연간 3경 정도의 돈이 바로 우리들 99%의 삶과 부다.

 

너무 추상적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김승유 하나은행 회장이 론스타에 주려고 하는 5조만 있으면 등록금을 반으로 내릴 수도 있다. 이왕이면 먹튀자본보다 대통령이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주는 것이 좋지 않은가?

 

여의도를 점령한 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1%들이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 청년들 말고 여의도를 점령하라!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아프니까 점령이다 'Occupy 여의도>의 임시 홈페이지인 www.daesaram.net에도 게제하였습니다.  
#청년실업 #이명박 #OCCUPY #한국거래소 #대학생사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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