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노력의 기회, 실력은 경험의 축적”

‘장미가족태그교실’의 강좌지기, 최수연씨 채팅 인터뷰

등록 2007.12.07 20:22수정 2007.12.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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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단 한명도 반대를 안 하더라고요. 너에게 필요한 일이고,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니 한 번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요.”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그들 덕분으로 한 가지 일에 열심히 몰두할 수 있었다는 최수연(22) 씨. 그녀는 한양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를 휴학하고 현재 일본 유학길에 오른 상태다. 평범한 대학생 신분으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의 지난 인생에는 어떠한 얘기들이 담겨 있을까. 두 시간 남짓한 채팅인터뷰로 멀리 있는 수연 씨의 5년여 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뒤지기 싫어서 공부했죠”

처음 수연 씨를 만난 것은 2003년 겨울. 한창 포토샵 관련 커뮤니티를 탐색하던 중 접한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다. 그녀는 회원들을 위한 포토샵 강좌에 여념이 없었다. 그곳은 컴퓨터 교육 관련 랭킹 1위 카페로, 27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는 다음(Daum) 카페 '장미가족태그교실'(cafe.daum.net/redandyellow2).

웹페이지 구성에 필요한 HTML 태그에서부터 포토샵, 플래시, 나모웹에디터 등 웹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교육성 커뮤니티다. '장미가족태그교실'은 지난 2003년 다음 카페와 국내 동호회 최초로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카페 기네스북’과 ‘매니아카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운영자를 중심으로 모인 회원들이 총 여섯 권의 교육 서적을 출판하기도 했다.

수연씨는 중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 2001년 11월 이곳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포토샵 붐’이 일었고, 배움을 좋아하는 그녀도 몰랐던 분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들에 비해 툴을 다루는 것이 서툴렀던 수연 씨. 남다른 끈기에 발동이 걸린 그녀는 여유시간을 모두 포토샵 공부에 쏟아 붓기로 결심한다.

이때 툴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 접하게 된 ‘장미가족태그교실’에서는 이미 배움을 원하는 초보자들이 태그와 포토샵에 일가견이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곳은 그녀가 분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때부터 그녀의 독학은 시작됐다.

“초보였지만, 이제는 자신 있는 분야가 됐어요”

어떤 일에 재미를 붙이면 무조건 독파하고 본다는 수연 씨. 포토샵에서도 실력자가 되기 위해 열심이었던 그녀는 급속도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유명세를 누렸던 카페의 운영 방침상 어느 정도 등급이 높아야 고급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고, 등급 상승 절차는 꽤나 까다로웠다. 이는 그녀의 오기를 다시 한 번 건드리는 좋은 계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급은 상승되었고, 이쯤 되다보니 카페에 올라온 실습강좌들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도 이 정도면 간단한 강좌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첫 강좌’를 올리게 됐다며 그때의 기억을 설명했다.

처음으로 누가 될지 모르는 다수의 ‘누군가’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수연 씨는, 차차 색다른 방식의 보람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꼭 해야만 하는 억지스런 일도, 누가 간곡히 부탁한 일도 아니었다.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었던 일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생각지 못한 큰 기회가 찾아왔다. 노력하는 실력파 수연 씨의 활동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카페 운영자가 ‘장미가족태그교실’의 두 번째 교육서적시리즈인 ‘포토샵’ 편 작업을 함께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 것. 당시 그녀의 나이는 19살, 고3 학생이었다. 수능 준비로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때문에 원하는 일이라고 덜컥 승낙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그녀를 격려했고, 수연 씨 역시 큰 경험이 될 거라 믿으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른 일보다도 출간작업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기에 학교 공부에 충실하지 못했던 그녀는 부모님과의 마찰이 빈번하기 일쑤, 진학을 예상했던 대학에 떨어지는 쓴 맛도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수연씨는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 모습에 현재는 그녀의 부모님도 기꺼이 후원자가 돼주고 계시며, 대학도 원하던 과에 진학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수연씨가 작업에 동참한 그 책은 그해 하반기 IT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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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의 강좌지기들이 함께 만든 도트형식의 이미지로, 최수연 씨(닉네임 실프)도 참여했다. ⓒ 장미가족태그교실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한 노력으로 진정한 실력자로 거듭났다. 결국 소수의 회원들만 가능한 ‘강좌지기’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20살이 채 안된 나이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큰 희열과 감격의 순간에 마주할 수 있었다.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연히 할 거예요, 여유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그녀가 ‘장미가족 태그교실’ 강좌지기로 활동한 지도 6년이 흘렀다. 현재 수연씨는 교환학생으로 일본 카나가와현의 도카이 대학에 머물러있다.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일본 애니메이션 로컬라이징 일이 꿈이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편이었지만, 번역 과정에서 일색(日色)이 많이 강조돼 우리나라의 정서와 맞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부드럽게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도, 졸업 후에 다시 일본 유학길에 오를 계획이다.

지금 그녀는 여건상 강좌를 잠시 쉬고 있는 상태지만, 간간이 블로그에 일본의 거리, 문화, 맛집 등을 소개하며 여전히 다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특별한 보상은 없지만 불특정 다수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시간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꼭 하고 싶다는 대답을 전해온 수연 씨. 두 시간여 동안 채팅으로 만난 그녀는 꽤나 도전적이고 사회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경험이란 값진 것’임을 강조했다. 어떤 것이든 기회라고 생각되면 놓치지 말고 꼭 한 번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그녀에게 경험의 축적은 곧 실력이었다. 흔치 않게 오는 기회가 얼마나 값지고, 기회를 잡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행동이며, 그 용기에 따른 결과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득이 되어 돌아오는지에 대해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능동적인 태도는 필수라는 것도 함께.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면, 열정을 쏟은 만큼 언젠가는 돌아와서 도움이 된다는 거죠. 그러한 노력들과 시간들은 절대 헛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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