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태에 사람사태까지, 기적을 부르는 봄

[강원도 구석구석] 춘천 시내·동네 집 마당을 수놓는 봄꽃들

등록 2013.04.08 09:31수정 2013.07.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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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담장을 넘어온 개나리. ⓒ 성낙선

이 많은 꽃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주택가 골목 양지바른 곳에 드문드문 파란 싹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주택가 여기저기에 갖은 색의 꽃들이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놀라운 변화다.

무심코 걷던 길, 어느 주택 담장 아래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풀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들레를 보고 '정말 봄인가?' 했다. 그런데 꽃들은 그 담장 밑에만 피어 있는 게 아니었다. 주택가 담장 너머 집 안쪽 마당에는 더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개나리·목련·산수유에 진달래까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꽃들. 그 꽃들이 동네를 완전히 색다른 모습으로 뒤바꿔 놓고 있었다. 기적이 따로 없다. 이번 주말 또 한 차례 비가 내리고 나면, 다음 주부터는 온 세상에 꽃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가지 흔들면 고소함이 우수수 떨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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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튀겨놓은 것 같은 살구나무꽃. ⓒ 성낙선


어느 주택 담장 너머로 하늘 높이 살구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 가지에 매달린 꽃봉오리들이 꼭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은 팝콘을 닮았다. 가지를 흔들면 고소한 팝콘이 우수수 쏟아질 것 같다. 이 살구꽃은 만개할 날이 멀지 않았다.

살구꽃은 멀리서 보면, 꼭 벚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동네 주민 말에 따르면, 올해는 요 며칠 쌀쌀한 날이 계속돼 살구꽃이 예년보다 늦게 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벚꽃보다 먼저 피었다. 올해 춘천에 벚꽃이 피는 시점은 12일경이다. 그나마 예년에 비해 며칠 더 일찍 필 거라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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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 성낙선


이 즈음에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이 개나리다. 개나리는 벌써 절정을 맞은 것처럼 보인다. 주택가 곳곳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개나리는 무리를 지어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따듯한 봄 햇살에 개나리처럼 잘 어울리는 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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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 성낙선


요즘은 산수유도 개나리만큼이나 흔히 보게 되는 꽃나무 중에 하나다. 주택 담장 너머 좁은 마당, 어느 아파트 단지 화단, 야산의 낮은 산자락 아래 어디에서나 나무 전체가 은은한 노란 빛을 띠고 있는 산수유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산수유를 볼 때마다 자신이 없어진다.

순수한 느낌, 지천에 피어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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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유원지 조각공원 안 산수유. ⓒ 성낙선


산수유는 생강나무와 구분이 잘 안 돼 간혹 이름을 잘못 부를 때가 있다. 춘천에서는 산수유보다는 생강나무가 더 친근하다. 그런 까닭에 생강나무를 산수유로 잘못 보는 일이 잦다. 생강나무를 '동백꽃'으로 부르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춘천을 대표하는 문인인 소설가 김유정이 이 생강나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편소설 <동백꽃>이다. 그런데 그 동백꽃이 우리가 잘 아는 그 '붉은 동백꽃'이 아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김유정은 생강나무꽃이라고 해야 할 제목을 동백꽃이라고 붙였다. 김유정이 소설 제목을 동백꽃으로 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생강나무꽃의 노란 색과 알싸한 향이 작품 내용과 연관이 있다.

그런데도 독자들은 소설 제목인 동백꽃에서 '노란 색' 대신 '붉은 색'을 떠올린다. 소설 제목이 가져다 주는 느낌이 판이하다. 생강나무꽃을 연상하면서 소설을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붉은 동백꽃보다는 노란 생강나무꽃이 더 순수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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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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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 한가롭게 떠 있는 오리배들. ⓒ 성낙선

담장이 없는 어느 집 넓은 마당 안에 진달래꽃이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진달래가 필 때는 아닌데, 이 녀석은 조금 성질이 급했던 모양이다. 가지에 잔뜩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다. 그리고는 지금 이 꽃봉오리들을 마저 다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헷갈려 하는 모습이다.

춘천의 봄 풍경이다. 꽃들이 피어나는데 사람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렇게 따듯한 봄날, 집 안에 갇혀 지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꽃들이 그러하듯이, 사람들도 슬슬 세상 밖으로 우르르 뛰쳐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꽃사태'에 이어, 조만간 '사람사태'가 일어날 판이다.

날이 포근해지면서 공지천을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공지천유원지 조각공원의 잔디밭에도 봄볕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남쪽은 벌써 지난주부터 봄꽃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소식이다. 곧 이어 춘천이 그 뒤를 이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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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유원지 오리배.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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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밑 꽃잔디. ⓒ 성낙선


덧붙이는 글 사진은 지난 6일에 찍었습니다. 촬영 장소는 효자동 주택가 일대와 공지천유원지 등입니다.
#춘천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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