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4 20:48최종 업데이트 19.10.08 15:33
조만간 출범할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오는 9월~10경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오는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금강과 낙동강 현장을 환경단체들과 동행취재하면서 4대강 보의 문제점 등을 탐사보도한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월에는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 개봉한다.[편집자말]

금강 유역 환경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22일 오후 충남 부여군 백제보 부근 상류 강바닥에서 퇴적토를 들어내 조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22일 오후 충남 부여군 백제보 부근 상류 퇴적토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불과 한 달여 전과 비교할 때 4급수 지표생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7월 백제보 수문개방 이후에 생긴 변화이다. ⓒ 권우성


"여기 실지렁이 있다."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가 백제보 상류 우안 300m 지점에서 퍼 올린 강바닥의 펄 흙을 핀셋으로 뒤적이다가 나지막이 외쳤다.


"이건 붉은 깔따구네."

맨손으로 저질토를 퍼 온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한 마리 찾았다.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는 4급수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종이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물속과 강바닥에 사는 대표적인 어류와 저서생물을 지표종으로 정해 수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고 있는데, 최하위 등급인 4급수를 알려주는 생명체들이 발견된 것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충남 부여군 백제보 부근 상류 강바닥에서 퇴적토를 들어내고 있다. ⓒ 권우성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은 하굿둑에서 출발한 지 이틀째인 22일 오후에 백제보 우안 300m 지점에서 저서생물 조사를 벌였다. 김종술 기자에 따르면 이날 펄 속에서 실지렁이 등을 발견했지만, 불과 한 달여 전과 비교할 때에도 4급수 지표생물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7월 백제보 수문개방 이후에 생긴 변화이다.

막힌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강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막힌 강과 열린 강] 금강이 흐르기 시작한 뒤 생긴 변화

답사 첫날 금강 하굿둑에서 출발한 금강 자전거 답사단은 논산시 강경읍에서 숙박하고 둘째 날 공주까지 50여km를 내달렸다. 4대강 사업 때 금강에 지어진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의 수문은 활짝 열렸지만, 이 구간은 하굿둑에 의해 여전히 막혀있다. 이 때문에 독성 물질인 남조류를 포함한 녹조를 강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단에 참여한 오진숙 공주시 마을활동가는 "짙은 녹조를 보면서 참담했다"며 "시민들이 이런 현실을 더 많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일 충북친환경생활센터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자전거 길을 다니면서 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었다"면서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확인하면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22일 새벽에 쏟아지던 비는 답사단이 아침을 먹고 출발할 때쯤 그쳤다. 비 때문인지 답사단이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 동안 강에서 녹조를 육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구간만 해도 상류의 백제보가 다시 열린 뒤에 녹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김종술 기자의 설명이었다. 이날 오전 조사 지점은 백제보 하류 7km 지점의 백제교 아래였다.

"많이 좋아진 상태예요. 전에는 집에 가서 씻어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정말 고생했습니다."

충남연구원 김영일 박사의 말이다. 충남연구원은 이번 행사의 기술 후원으로 참여했고, 이날 한국수자원공사 고무보트를 지원받아 강바닥에 쌓인 저질토를 퍼서 상태를 확인하는 등 모니터링했다. 저질토 조사로 강바닥 퇴적 토양 성상을 통해 강의 기본적인 상태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저질토 속에 함유된 유기물 등 정밀 분석을 통해서는 수질 영향 여부를 분석할 수 있다. 물과 저질층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데, 특히 물이 정체된 구간의 저질층에서는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의 용출이 높아진다. 또 강의 저질층은 생물종의 서식처가 되는데, 생물종의 종류와 상태를 통해 강의 건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도 하다.

4대강 사업 전 이곳엔 금강의 자랑인 비단결 같은 모래가 가득했으나 4대강 사업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2014년 7월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와 환경단체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제보 하류의 경우 유속 저하로 입자 크기가 작은 미립질이 쌓이고 산소가 통과하지 못해 혐기성 상태가 됐고, 악취가 났다고 평가했다.
 

금강 유역 환경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충남연구원의 도움으로 22일 오전 충남 부여군 금강 보령댐 도수로 취수구앞에서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했다. ⓒ 권우성

  

금강 유역 환경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충남연구원의 도움으로 22일 오전 충남 부여군 금강 보령댐 도수로 취수구앞에서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했다. ⓒ 권우성

    
[저질토 조사] 금강 강바닥이 변하고 있다

현재 백제보 하류 저질토 상태는 어떨까? 이날 답사팀은 보트를 타고 그랩(퇴적토 채취기)을 이용해 2~3m 아래 강바닥 3곳(좌·우안, 중간 지점)에서 저질토를 채취했다. 좌안, 우안에서 뜬 저질토는 모래가 일부 섞여 있지만 끈적끈적한 검은색 '펄' 상태였다. 약하지만 하수구 냄새가 밀려왔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나마 강 가운데서 채취한 저질토에 모래가 절반가량 섞여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강 가장자리보다 상대적으로 물의 흐름이 강한 곳이다.

4대강 사업 마무리 단계였던 2011년부터 금강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한 김영일 박사는 "2015, 2016년 강바닥 상태는 최악이었다"면서 "미립질이 더욱 쌓이면서 펄층이 두터워졌고 악취가 풍겨서 조사할 때마다 고생을 했는데 보 수문을 개방한 뒤에는 강바닥뿐만 아니라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강 유역 환경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전거 탄 금강' 답사단이 충남연구원의 도움으로 22일 오전 충남 부여군 금강 보령댐 도수로 취수구앞에서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했다. ⓒ 권우성

  

22일 오전 충남 부여군 금강 보령댐 도수로 취수구앞에서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했다. 한 답사단원이 퇴적토 가까이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 권우성


김 박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계속 악화되던 금강의 저질토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이후부터였다. 그해 6월 금강 공주보 수문이 열리면서 일부나마 물의 흐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세종보, 공주보 수문이 열렸고, 올 7월에 백제보 수문이 개방된 뒤에는 정체되어 있던 금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실제 충남도와 세종시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6~2018 '금강 수환경모니터링 보고서'와 충남연구원이 지난 6월까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금강의 변화는 확연히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상류인 세종보는 보 개방에 따라 미립질 위주의 저질토가 자갈과 모래 등이 섞인 조립질 저질토로 변했다. 공주보의 경우도 2016년 펄층에서 고운 모래로 성상이 변했다.
 

2016~2018 금강 수환경모니터링 보고서(충남도청, 세종시) ⓒ 충남도청, 세종시

 
최하류에 있는 백제보 구간의 변화는 세종보, 공주보보다는 더디게 진행됐다. 금강이 바다와 합류되는 지점에 만들어진 하굿둑 영향으로 정체 구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금강 3개 보 수문 개방으로 세종보, 공주보는 100% 유수성이 회복됐지만 백제보는 전체 구간의 57%뿐, 나머지 43%는 여전히 정수성 구간이다.

김영일 박사는 "상류 지역 저질토의 총질소(TN), 총인(TP) 등을 분석해보면, 보 개방 이전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4등급 기준을 초과한 적도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1~2등급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제보는 수문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태계 조사]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줄어든 까닭

금강 바닥의 생물종 역시 이전과 다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단은 백제보 상류 300m 지점으로 이동해서 저서생물 조사를 벌였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펄 층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지는 물속으로 들어가 3~5차례 저질토를 떴다. 발을 밟을 때마다 물속에선 공기방울이 보글거리며 치솟았다.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탄가스이다.

이날 생물종 조사는 '금강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기자가 진행했다. 이 처장이 강변으로 퍼 나른 펄 흙 앞에 쪼그려 앉아서 20여 분 동안 저질토를 뒤지면서 "이전에는 완전한 진흙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모래가 포함된 조립질 저질토로 변화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2일 오후 충남 부여군 백제보 부근 상류 퇴적토에서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되었다. ⓒ 권우성


저질토에선 머리카락만큼 가는 실지렁이 6개체, 검붉은 색을 띠는 붉은색 깔따구 애벌레 3개체를 확인했다. 이들 생물은 4급수 지표생물이다. 이들이 우점종으로 발견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백제보 개방 이후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김종술 기자의 말이다.

김 기자는 "이전까진 저질토 한 움큼만 떠도 실지렁이와 붉은색 깔따구 애벌레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의 현실을 확인하러 왔을 때, 가장 쉽게 보여줬던 게 이런 생명체들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금강의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변신 중이라는 걸 보여준다.

금강 자전거 답사 3일 차는 공주보에서 세종보까지 이어진다. 4대강 사업 이후 펄층이 예전 금강 모습인 모래로 변한 대표적 구간이다. 이런 변화 때문에 정부도 "보 수문 개방에 따라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운이 좋다면 보 수문 개방으로 다시 볼 수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흰수마자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금강을 비롯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은 강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확대시키는 방법이며, EU 등 국제사회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그 혜택은 결국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이 받게 된다. 방법은 너무나 쉽다. 강을 흐르게 하면 된다. 흐르는 강물이 더 많은 생명을 품고 더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건 국내외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 동안 막혀있던 우리 강을 영원히 흐르게 해야 한다.

['자전거 탄 금강' 행사]
공동 주최 :
금강유역 환경회의,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서천생태문화학교, 이상돈 국회의원실
기술 후원 : 충남연구원

동행 취재 : 김종술 이철재 김병기 권우성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붙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오마이뉴스> 4대강 취재팀의 취재비로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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