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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8 08:28 수정 2019.07.09 09:39

예관 신규식 선생 거주지. 현재 다른 사람이 실제 생활하고 있다. ⓒ 이근주


걷다보니, 예관 신규식 선생 거주지에 도착했다. 예관 신규식 선생 거주지는 실제 거주자가 따로 있어, 조심스럽게 창문만 바라보았다. 남의 집 창문을 바라보며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꿔 생각해보면, 누가 우리 집 대문 앞에서 우리 집 창문을 가리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몰려와 이야기를 하는 상황과도 같다. 다행인 것은 이웃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우리를 대해주었다. 이곳에서 한국인이 살았고, 누가 살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다.
 

윤봉길, 김구 시계 교환 장소 - 원창리 13호 ⓒ 이근주

 
윤봉길, 김구 선생님의 시계 교환 장소로 유명한 원창리 13호 또한 실제 거주자가 살고 있는 곳이고, 경비를 서고 계신 분이 있었다. 그분도 우리를 제지하거나 하시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계셨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주민들은 우리를 유심히 보고 지나 갔으나, 이 장소가 어떤 장소인지 알 길이 없었다.

윤봉길 의사가 "저에게는 1시간 밖에 소용없습니다"라며 6원을 주고 산 신제품 시계와 김구 선생님 시계는 낡아서 2원짜리 밖에 안 될 것 같다며, 교환을 요청한 바로 그 장소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1시간 밖에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 마지막 김구 선생님과 식사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 역사적 장소가 내 눈앞에 있었다. 여기 사람들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적어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만이라도 알리고 싶지만 나는 방법이 없다. 이렇게 계속 해서 누군가 찾아와 머물다 간다면 그때는 그사람들이 조금 알 수 있지 않을까? 옮기는 걸음 걸음 마다 생각이 깊어진다.
 

상하이 임시정부 마당로청사 전경. ⓒ 이근주

 
마당로 청사로 향했다. 드디어, 사진으로 봤던 마당로 청사에 도착하니 이 청사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함이 생겼다. 제1청사와 제2청사의 지금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서야 갖게 되는 고마움일 것이다. 생각보다 좁았지만, 임시정부의 청사임이 명백히 새겨진 이국땅의 우리나라 정부 청사다.
 

김구 가족 숙소 - 영경방 10호는 현재 재개발이 되어, '신천지'로 고급 레스토랑과 쇼핑몰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 이근주

 
김구 선생 가족 숙소 영경방 10호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수시로 남들이 다듬고 버린 채소 껍질을 주워다 삶아 먹었다는 곳으로, 영경방 거리는 원래 상하이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살던 동네였다고 한다(정정화 <장강일기>).

허나, 지금의 모습은 상하이에서 제1기 재건축 건물들이 집중된 곳으로, 고급 쇼핑 장소 '신천지'가 있어, 유명한 장소다. 분수대가 예쁘게 자리하고 노천 카페들과 고급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토요일 오후라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힘이 느껴지는 듯 했다.

최근에 제2청사 터가 확인 된 것처럼 선물 같은 장소로 향했다. 1921년 1월 1일 신년기념사진을 찍었던 장소를 찾았다. 98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영안백화점 옥상에 자리한 그 장소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느낌을 갖게 했다. 그게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곳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에 엽서도 여러 장 샀었던 것 같다.
 

영안백화점, 1921년 1월 1일 신년 기념 임정인사들 촬영지 방명록 ⓒ 이근주

  
상하이 갔던 사람이라면 상하이 와이탄 야경을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곳에 김익상 선생의 의거지가 있다. 김원봉의 의열단 김익상, 이종암, 오성륜이 일본 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를 저격한 장소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와이탄은 정말 화려한 조명들의 건물들과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의 주황색 불빛과 화려한 현재의 마천루가 어우러져 독특하면서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100년 전 이곳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들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각자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곳. 그렇게 치열하게 상하이에서의 첫날이 저물어 갔다.
 

김익상 의거지 - 상하이 와이탄, 와이탄의 화려한 야경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임정로드 탐방단의 시선. ⓒ 이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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