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10 15:57최종 업데이트 18.11.10 15:57
 

박재혁 의사 동상 부산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다. ⓒ 박재혁 의사 유족 제공



알제리아 전쟁이 한참 계속되고 있을 때, 신학교수 카잘리스(casalis)는 "폭력에는 자유케 하는 폭력과 속박하는 폭력이 있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많은 지성인들(뒤베르제, 도메나 등)의 입장을 총결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제리아 전쟁 동안에 민족해방전선은 프랑스로부터 식민지 해방운동으로 인민을 해방시키는 수단으로서 폭력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폭력 행위는 정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특수한 폭력은 묵인되어야 옳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한 단지동맹 직후에 찍은 사진 1909년 초 안중근의사는 뜻이 같은 동지 11인과 함께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하고 의병으로 재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안중근은 이때 왼손 넷째 손가락 한 마디를 끊어 결의를 다졌다. 안중근의 수인(手印)은 이때부터 찍기 시작한 것이다. ⓒ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안중근 의사와 박재혁 의사 등은 한국과 동양 전체의 평화와 인민을 해방시키고 자유케 하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던져 침략세력의 상징인물이나 기관을 폭파하고 처단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두고 국내의 일부나 일본에서 암살자ㆍ테러리스트 운운하는 것은 폭력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을 침략하고 이어서 대륙침략을 시도하면서 "극동평화를 위해서"라는 뚱딴지 같은 명분을 내걸었는데, 이는 '속박하는 폭력'이고, 안중근이 이토를 처단한 것이나  박재혁이 하시모토를 처단하고자 나선 것은 '자유케 하는 폭력'이었다. 같은 물을 마시고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신라의 대표적 지식인이며 불승이었던 원효(元曉) 대사는 '일살십활론 (一殺十活論)'을 제시하였다. 대사가 어느 날 길을 가는데 큰 독사 한 마리가 까치새끼 10마리를 집어삼키려는 순간이었다. 대사는 거침없이 지팡이로 독사를 내리쳤다. 동행하던 제자가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물으니, "한 마리 독사를 죽임으로써 10마리의 죄없는 까치새끼를 살리는 것이 참 불법의 가르침"이라 답하였다.

독일 나치시대에 기독교 목사 디트로히 본 회퍼는 독일과 유럽,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를 짓밟고 살육을 일삼는 아돌프 히틀러의 제거에 나섰다가 나치독일의 국가비밀경찰(Gestapo)에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당신은 크리스찬이고 목사이면서 어떻게 그런 음모에 가담할 수 있었습니까?" 라고 묻는 사람에게 그는 조금도 주저없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만일 어떤 미친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면, 나는 목사로서 그 자동차에 희생된 사람의 장례를 치르고 그 친족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내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그 장소에 있었다면, 나는 그 자동차를 빼앗아 타고 그 미친 사람에게서 핸들을 빼앗아야 할 것이다.

 

진독수 선생 천두슈(중국어 정체자: 陳獨秀, 간체자: ??秀, 병음: Chen Duxiu, 1879년 10월 8일 ~ 1942년 5월 27일)는 중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언론인, 혁명가, 정치가이다. 호는 실암(實庵), 자는 중보(仲甫), 필명은 척안(隻眼). 중국공산당의 창립 구성원으로서 첫 번째 중앙위원회의장과 중국 트로츠키주의 조직인 중국좌익반대파의 중앙상무위원을 지냈다. ⓒ 위키피디아



 앞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중국혁명의 지도자 진독수(陳獨秀)는 1915년 <청년잡지> 창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사는 한 사회적 악과 싸워서 이겨야 할 것이지 불의에서 도피하여 안일과 한가 속으로 물러나서는 안된다.… 나는 청년들이 톨스토이나 타골이 되기보다 콜럼버스나 안중근이 되기를 바란다." 

박재혁은 폭력주의 세력의 상징을 제거함으로써 조선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추구하였다. 비록 평범한 소상인에 불과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왜장을 처단하려는 자신의 행위에 추호도 후회하지 않으면서 떳떳하게 거사를 준비하였다.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의열지사 박재혁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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