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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6 09:35수정 2019.06.26 09:35
7, 8월에는 삼복(三伏)이 있어 닭 수요가 가장 많다. 한 달에 대략 6000만~8000만 수 정도 닭을 잡는다고 하면, 7월에는 약 1억 마리 정도로 가장 많다. 7월에 잡는 닭을 양으로만 단순 계산하면 '1인 1닭'이 아니라 '1인 2닭'이다. 여기에 수입 닭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참고로 지난해에는 한 해 동안 잡은 닭이 10억 마리를 넘었다.

치킨, 삼계탕, 닭볶음탕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출장 다니는 길에 여기 아니면 맛보긴 힘든 색다른 닭 요리를 종종 만난다. 굽거나 삶는 과정은 같지만 결과물의 모양새가 다르고, 지역마다 제각각 특색이 있다. 일상적인 닭 요리의 맛과도 다르다. 대부분 식당 주변 풍경이 좋은 곳이다.

경북 청송 신촌약수터의 닭불고기
 
철분이 많은 탄산수, 청송 신촌약수 부근의 닭불고기.

철분이 많은 탄산수, 청송 신촌약수 부근의 닭불고기. ⓒ 김진영


경상북도 영덕을 몇 번 오가던 길에 궁금해서 들렸던 곳이다. 신촌약수는 철분이 많은 탄산 약수다. 약수를 마시면 처음에는 강한 피맛이 나기에 호불호가 갈린다. 약수터 주변이 녹슨 것처럼 붉게 물든 것도 철분 때문이다. 

상주와 영덕 고속도로의 영양·동청송 IC로 나와서 좌회전 하면 닭불고기, 백숙, 날개구이 등을 파는 식당들이 여러 곳 나온다. 닭 한 마리를 부위별로 다르게 조리하는 것이 신촌약수터 주변 닭불고깃집 특징이다. 

다리는 백숙으로, 날개는 구이로 내고, 퍽퍽한 가슴살은 다져서 불고기로 만든다. 이름은 닭불고기지만 실제로 보면 널찍한 떡갈비처럼 보인다. 닭고기를 다지고 고추장으로 양념한 다음에 넓게 펴서 굽는다. 불고기를 상추쌈에 싸 먹으면 닭불고기보다는 닭떡갈비에 가까운 느낌이다. 백숙에는 닭다리 하나가 오롯이 들어있다. 주로 닭불고기에 다른 것을 섞어 주문한다.

경북 봉화 다덕약수터의 닭불고기
 
닭불고기는 가슴살을 발라 고추장 양념한 다음 숯불에 구워 나온다. 양념은 춘천 닭갈비와 비슷하지만 구워서 나오기에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편하다.

닭불고기는 가슴살을 발라 고추장 양념한 다음 숯불에 구워 나온다. 양념은 춘천 닭갈비와 비슷하지만 구워서 나오기에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편하다. ⓒ 김진영


경북 청송 신촌약수터는 식당마다 약수 뜰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북 봉화 다덕약수터는 한 군데에서만 나온다. 약수터 주변으로 닭불고기를 내는 곳이 몇 집 있다. 더덕약수 또한 철분이 많은 탄산수라 신촌약수처럼 약수터 주변이 붉다. 

백숙, 닭볶음탕도 있지만 대부분 2인 기준 닭불고기 한 접시를 많이 주문한다. 닭 한 마리 살을 발라 고추장 양념한 다음 숯불에 구워 나온다. 양념은 춘천 닭갈비와 비슷하지만 구워서 나오기에 먹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편하다. 

첫맛은 달근하지만 씹을수록 매운 맛이 난다. 같이 구워서 나온 고추와 함께 먹으면 매운 맛이 배가 된다. 닭불고기를 먹고 있으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녹두죽이 딸려나온다. 매콤한 닭불고기와 궁합이 괜찮다. 소금으로 죽의 간을 맞추는 것보다는 먹을 때마다 소금을 치면 맛이 더 좋다. 

강원도 춘천의 닭숯불구이
 
기왕 춘천에 갔다면 숯불구이 맛을 보는 것이 좋다. 소금, 간장, 고추장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기왕 춘천에 갔다면 숯불구이 맛을 보는 것이 좋다. 소금, 간장, 고추장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 김진영

 
춘천 닭갈비는 널찍한 철판에 양념과 채소 그리고 닭고기를 넣고 볶는 방식과 숯불에 굽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철판에 여러가지 채소와 고기를 볶아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비는 볶음밥 코스는 동네에서도 먹을 수 있다. 기왕 춘천에 갔다면 숯불구이 맛을 보는 것이 좋다. 소금, 간장, 고추장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춘천 닭갈비 맛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숯불구이가 제격이다. 

전남 구례의 닭소금구이
 
토종닭의 맛을 오롯이 즐기기에 소금구이만한 것이 없다. 90일 정도 키운 토종닭이 부위별로 나온다. 닭다리, 날개, 가슴살 순이다.

토종닭의 맛을 오롯이 즐기기에 소금구이만한 것이 없다. 90일 정도 키운 토종닭이 부위별로 나온다. 닭다리, 날개, 가슴살 순이다. ⓒ 김진영

 
토종닭의 맛을 오롯이 즐기기에 소금구이만한 것이 없다. 90일 정도 키운 토종닭이 부위별로 나온다. 닭다리, 날개, 가슴살 순이다. 30일 남짓 키운 육계와는 달리 씹는 맛이 좋다. 구수한 맛과 감칠맛이 육계보다 낫다.

양념해도 좋지만 소금구이만으로 충분하다. 전라남도 구례와는 달리 해남에서는 소금구이 대신 고추장 양념을 한 주물럭을 내기도 한다. 소금구이를 먹고 나면 남은 뼈로 끓인 닭죽이 나온다. 
 
제주 교래리의 토종닭 샤부샤부
 
제주 조천읍 고래리는 토종닭 유통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토종닭 음식점이 많다. 백숙이나 볶음탕 메뉴도 있지만 교래리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샤부샤부를 주문한다.

제주 조천읍 고래리는 토종닭 유통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토종닭 음식점이 많다. 백숙이나 볶음탕 메뉴도 있지만 교래리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샤부샤부를 주문한다. ⓒ 김진영

 
제주 조천읍 교래리는 토종닭 유통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토종닭 음식점이 많다. 백숙이나 볶음탕 메뉴도 있지만 교래리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샤부샤부를 주문한다. 토종닭 한 마리에서 가슴살을 얇게 저며 샤부샤부로 내고 다리와 날개는 백숙으로 나온다. 토종닭 육수로 끓인 녹두죽은 토종닭의 구수함에 녹두의 구수함까지 더해져 별미다. 

지난해 한 사람당 닭 소비량은 대략 14kg 조금 넘는다. 지난해 먹은 닭 관련 음식은 운동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치킨, 삼계탕, 닭볶음탕 등 몇 가지 요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 싶다. 7월은 초복도 있지만, 휴가철의 시작이기도 하다. 휴가지를 오가는 길목을 잘 살펴보면 맛있는 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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