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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27 09:01수정 2019.03.27 09:01
'우리맛닭'. 토종닭은 알아도 우리맛닭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본 적도 없거니와 토종닭이라 하니 토종닭이라 여기고 먹었다. 

현인닭, 고려닭, 고센닭, 제주닭, 청리닭, 황봉 등 예전에 사라졌던 것을 복원한, 재래닭이라 부르기도 하는 토종닭이 있다. 우리맛닭, 한협 3호 등은 토종닭에다 한반도에 토착한 외래종을 교배해 육성한 것도 있다. 복원한 것과 만든 것 모두를 토종닭이라 부른다.

복원한 재래닭은 성장이 늦다. 사료를 먹어도 무게가 천천히 늘기에 공장형 대량 축산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육계가 치킨용 닭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남짓. 이를 토종닭으로 한다면 5~6개월은 더 필요하다. 

몇 개월 동안의 사료비와 관리비가 더 들기에 복원한 토종닭은 한 마리에 몇만 원 할 정도로 비싸다. 느리게 성장하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맛을 유지하려고 육종한 닭이 바로 '우리맛닭'이다. 한협 3호는 민간기업에서 육종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토종닭을 먹었다고 한다면 십중팔구 한협 3호다.

대량 생산에 적합치 않아 사라진 재래종 닭
 
우리맛닭은 고기를 먹기 위해 육성한 품종이지만 알을 낳는다. 알을 잘 낳은 것은 산란계로, 잘 성장하는 것은 육계로 구분한 것은 사람이지 닭이 아니다. 우리맛닭이 일 년 동안 낳은 알 갯수는 160개 안팎, 외래종 산란계는 290개 안팎으로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맛닭은 고기를 먹기 위해 육성한 품종이지만 알을 낳는다. 알을 잘 낳은 것은 산란계로, 잘 성장하는 것은 육계로 구분한 것은 사람이지 닭이 아니다. 우리맛닭이 일 년 동안 낳은 알 갯수는 160개 안팎, 외래종 산란계는 290개 안팎으로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 김진영


우리맛닭은 순종 갈색 코니쉬 또는 흑색 코니쉬 종 수탉과 재래닭이나 로드아일랜드 레드 암탉을 교배해 나온 병아리 가운데 암탉으로 종계를 만들었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우리맛닭의 부계(父系)는 흑색·갈색의 코니쉬 종이고, 모계(母系)는 재래닭이나 로드아일랜드 레드라는 이야기다. 

순종 부모에서 나온 닭이어야 종계가 될 수 있다. 종계는 육종한 특성 그대로의 유전자 형질을 유지한 닭으로 병아리를 부화하기 위한 닭이다. 종계에서 낳은 병아리 대신 일반 농가에서 병아리로 다시 알을 낳아 키울 경우 종의 특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순종 관리와 종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맛닭이지만 부계나 모계의 이름을 보면 '우리나라 종이 맞느냐'는 의아한 생각이 든다. 로드아일랜드는 미국에서 여러 종을 교배해 육종한 닭이고, 코니쉬는 영국에서 인도의 닭과 교배해 육종한 종이다. 한반도에서 키우던 재래종은 생산성이 낮아 대량 사육에 적합하지 않아 사라졌다. 대신 알 잘 낳고, 잘 크는 종들이 한반도에 정착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예전에는 외래종이었지만 FAO(국제식량기구)에 엄연한 한국 고유 토착종으로 등재돼 있다. 외래종이었지만 긴 시간동안 한국에 적응했기에 우리나라 닭이 되었다. 우리맛닭은 FAO에 등재된 한국 토착종으로 육종했기에 역시 한국 고유종으로 등재됐다.

우리맛닭을 육종할 순종은 축산과학원에서 보존하고 있고, 일반 농가에서 병아리를 분양하는 종계 농장이 전국 각지에 있다. 종계 농장에서 병아리를 분양받아 개별 농가에서 키운다. 순계, 종계, 일반 사육 3단계의 관리를 통해 종의 순수성을 지키고 있다. 우리맛닭을 키우는 농가 가운데 김제 아리랑농원을 찾아갔다. 

김제 아리랑농원은 아리랑문학관 근처에 있어서 농장 이름을 아리랑으로 지었단다. 꾸지뽕과 오디를 재배하는 농원에서 닭을 키우는데, 여느 곳과는 달리 닭을 풀어놓고 키운다. 닭장은 있지만 문은 항상 열어놓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황토 사이에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산란 장소를 마련했다.

암탉이 조용히 알을 낳고 품을 수 있도록 한 배려지만, 풀이 우거지면 농장 전체가 산란장이 된다. 농원에 있는 나무는 닭들의 놀이터이자 잠자리다. 닭발은 무엇인가를 움켜쥐도록 진화했다. 공장형 닭장이라면 차가운 철망을 움켜쥐겠지만 농원의 닭은 나뭇가지나 횟대를 움켜쥔다.

우리맛닭은 고기를 먹기 위해 육성한 품종이지만 알을 낳는다. 알을 잘 낳은 것은 산란계로, 잘 성장하는 것은 육계로 구분한 것은 사람이지 닭이 아니다. 우리맛닭이 일 년 동안 낳은 알 갯수는 160개 안팎, 외래종 산란계는 290개 안팎으로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알 낳은 능력 차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토종닭은 알을 품는 성질(취소성, 就巢性)이 강하기 때문이다. 취소성이 강하면 주인이 알을 뺏어가도 먹이 활동도 잘 안 하고, 한동안 알을 낳지 않고, 알이 있던 자리나 무리와 떨어져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맛닭, 취소성 때문에 알을 덜 낳아
 
농원을 나오는 차에 구운 달걀을 맛봤다. 흔히 찜질방에서 먹는 차가운 식혜와 구운 달걀은 환상의 케미다. 퍽퍽한 구운 달걀을 먹고 차가운 식혜 한 모금을 마시면 퍽퍽함이 이내 사라진다. 산란계가 낳은 달걀로 만든 구운 달걀은 퍽퍽하지만, 우리맛닭은 달걀 노른자가 퍽퍽하다는 상식을 깼다.

농원을 나오는 차에 구운 달걀을 맛봤다. 흔히 찜질방에서 먹는 차가운 식혜와 구운 달걀은 환상의 케미다. 퍽퍽한 구운 달걀을 먹고 차가운 식혜 한 모금을 마시면 퍽퍽함이 이내 사라진다. 산란계가 낳은 달걀로 만든 구운 달걀은 퍽퍽하지만, 우리맛닭은 달걀 노른자가 퍽퍽하다는 상식을 깼다. ⓒ 김진영


농원을 나오는 차에 구운 달걀을 맛봤다. 흔히 찜질방에서 먹는 차가운 식혜와 구운 달걀은 환상의 케미다. 퍽퍽한 구운 달걀을 먹고 차가운 식혜 한 모금을 마시면 퍽퍽함이 이내 사라진다. 산란계가 낳은 달걀로 만든 구운 달걀은 퍽퍽하지만, 우리맛닭은 달걀 노른자가 퍽퍽하다는 상식을 깼다. 

탄력있게 씹히는 흰자 안에 노른자는 부드럽게 씹혔다. 두 개를 먹는 동안에도 식혜나 차가운 음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와 계란 프라이를 해보니 노른자의 녹진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종닭은 알을 적게 낳는다. 토종닭은 느리게 성장한다. 그래서 사라졌지만, 다시 복원시키고 육종하는 까닭은 맛 때문이다. 맛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먹는 순간 다르다는 게 뇌보다는 혀가 먼저 반응할 정도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3대 영양소라고 일컫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함량은 공장형 축산에서 나오는 것과 별 차이는 없다. 먹는다는 행위에 영양소의 섭취가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같은 것을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종이 달라지면 익숙하던 맛이 조금 더 맛있는 맛이 된다. 

느리게 성장하는, 알을 조금 덜 낳은 토종닭과 달걀은 빠르게 성장하며 많이 낳는 닭과 다른 맛일 수밖에 없다.
 
우리맛닭을 키우는 김제 아리랑농원은 아리랑문학관 근처에 있어서 농장 이름을 아리랑으로 지었단다. 꾸지뽕과 오디를 재배하는 농원에서 닭을 키우는데, 여느 곳과는 달리 닭을 풀어놓고 키운다. 닭장은 있지만 문은 항상 열어놓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황토 사이에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산란 장소를 마련했다.

우리맛닭을 키우는 김제 아리랑농원은 아리랑문학관 근처에 있어서 농장 이름을 아리랑으로 지었단다. 꾸지뽕과 오디를 재배하는 농원에서 닭을 키우는데, 여느 곳과는 달리 닭을 풀어놓고 키운다. 닭장은 있지만 문은 항상 열어놓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황토 사이에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산란 장소를 마련했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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