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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20 08:53수정 2019.03.20 08:54
'참외'라는 이름에서 '외'는 오이를 가리킨다. '참'은 순수 우리말인데 '허름하지 않고 썩 좋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같은 박과 집안의 오이보다 맛과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참외'라는 이름에서 '외'는 오이를 가리킨다. '참'은 순수 우리말인데 '허름하지 않고 썩 좋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같은 박과 집안의 오이보다 맛과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 김진영

 
성환, 먹, 개구리, 강서, 감, 청사과, 청, 열골은 재래종 참외 이름이다. 1960년대 이전 한반도에서 재배했던 참외들이다. 1957년 일본에서 도입한 '은천'의 아삭하고 달곰한 유혹에 빠지면서 재래종은 사라졌다. 우리 땅에서 재래종을 사라지게 한 은천은 일본에서도 사라졌다. 

일본 사람들이 참외보다는 서양 참외, 즉 멜론 맛을 더 좋아하면서 1960년대 이후로 재배 농가가 사라졌다. 사라졌던 재래종 참외 가운데서 개구리참외는 한여름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나머지 참외는 사진이나 연구소의 시범 포(시험 재배하는 작은 밭)에서나 볼 수 있다. 

현재 먹고 있는 노란 참외의 원형인 은천은 고온 재배에 적합한 품종인지라 참외는 수박과 더불어 여름철 대표 과일이 되었다. 참외의 풍부한 수분과 당도는 한여름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그만이었다. 

여름을 대표하던 참외는 종자 개발과 농사법이 발전하면서 점차 나오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봄이었던 딸기가 겨울에, 여름에 나오던 참외는 봄부터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겨울인 12~1월에도 나오지만, 3월부터 참외 수확량이 늘면서 4월이면 맛이 제대로 든다. 

국내 참외의 70%를 경북 성주에서 생산
 
참외는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경상북도 가운데서도 성주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국내 참외 생산량의 70% 안팎을 성주가 담당한다.

참외는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경상북도 가운데서도 성주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국내 참외 생산량의 70% 안팎을 성주가 담당한다. ⓒ 김진영


참외를 살 때 보면 간혹 노란 참외 몸통에 빨간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스티커에 표시된 금싸라기, 오복 등은 참외의 품종 이름이다. 은천 품종을 개량한 신은천이 나오고, 금싸라기 은천을 노지에서 재배했다. 

금싸라기는 당도는 좋았지만 발효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 하우스 재배가 가능한 품종이 득세하면서 예전만큼 많이 재배하지 않는다. 참외의 노란색은 변함 없었지만, 품종은 끊임없이 변했다.

참외는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경상북도 가운데서도 성주에서 대부분을 생산한다. 국내 참외 생산량의 70% 안팎을 성주가 담당한다. 가야산을 병풍 삼고, 낙동강을 곁에 둔 성주는 참외 재배지로 적합해 1950년대부터 본격 참외 농사를 시작했다. 오랜 세월 참외 농사를 지어온 성주이다 보니 가야산 자락 사이의 넓은 들판이 있는 곳은 여지없이 참외 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성주 참외 농사는 10월부터 시작한다. 참외를 파종해 모종을 키우고, 며칠 뒤 궁합 맞는 호박을 파종한다. 참외 농사는 호박이 있어야 제대로 된 참외가 나온다. 호박 모종에 참외 순을 접붙여야 당도나 아삭함이 제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성주에 있는 참외연구소에는 참외 연구뿐만 아니라 참외 품종과 맞는 호박 품종 개발도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접붙인 참외 모종을 밭에 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참외 농사가 시작된다. 덩굴이 성장하고 3월이 되면 작은 호박꽃 같은 참외 꽃이 핀다. 

100m 길이의 참외 하우스에는 수정을 위한 벌통이 있다. 벌이 꿀을 따며 자연스레 수정한다. 벌 대신 토마토론(성장 호르몬)과 지베레린(성장 호르몬) 혼합액을 스프레이에 담아 꽃에 뿌려 인공 수정하기도 한다. 

인공수정 참외는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모양이 예쁘고 성장이 좋다. 다만 성장이 빠르다 보니 벌이 수정을 도운 참외보다 덜 달고, 아삭함도 덜해 저장성도 떨어진다. 친환경 농가는 인공수정 대신 벌수정을 해 참외 당도가 높다. 

참외는 노랗지만 익기 전에는 초록색을 띤다. 참외 특유의 골도 없어 애호박으로 전 부쳐 먹기 딱 좋게 생겼다. 익기 시작하면서 골도 생기면서 노란빛을 띤다. 참외 골이 깊거나, 혹은 꽃 떨어진 자리가 작은 참외가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 전해진 이야기다. 참외의 품종에 따라 골이 깊은 것, 둥근 것, 꽃 떨어진 자리가 작은 것이 있을 뿐이다. 

똑같은 성주 참외라도 성주군에서 재배하는 품종이 많은지라 앞마을 참외와 혹은 옆 하우스 참외의 모양이 다를 수 있다. 성주에서 오랫동안 유기농으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이희송씨 농장의 품종은 '스마트 꿀'이다. 과일 가게에서 꿀참외로 표시하고 파는 곳이 많은데, 참외가 달기도 하지만 품종 이름에 꿀이 들어간 것들이 많다.

참외, 국제식품분류에 'Korea melon'으로 등재
 
참외는 노랗지만 익기 전에는 초록색을 띤다. 참외 특유의 골도 없어 애호박으로 전 부쳐 먹기 딱 좋게 생겼다. 익기 시작하면서 골도 생기면서 노란빛을 띤다.

참외는 노랗지만 익기 전에는 초록색을 띤다. 참외 특유의 골도 없어 애호박으로 전 부쳐 먹기 딱 좋게 생겼다. 익기 시작하면서 골도 생기면서 노란빛을 띤다. ⓒ 김진영

 
참외 재배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단맛은 기본이다. 참외 살 때 냄새를 맡거나 혹은 모양을 보려고 들었다 놨다 할 필요가 없다. 모양을 본다한들 맛이 보이는 것은 아니거니와 들고 놓는 사이에 멍만 든다. 

다만 손으로 쥐기 편한 크기나 작은 것이 큰 것보다는 낫다. 참외는 실온에 두면 단맛이 옅다. 냉장고에 보관해야 비로소 단맛이 도드라진다. 바로 먹을 것이라면 냉장 보관한 것을 사는 것도 요령이다. 

'참외'라는 이름에서 '외'는 오이를 가리킨다. '참'은 순수 우리말인데 '허름하지 않고 썩 좋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같은 박과 집안의 오이보다 맛과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야생 멜론은 고온 다습한 곳에서는 참외, 건조한 곳에서는 멜론으로 변했다. 

동양에서는 참외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는 멜론이 자리를 잡았다. 한·중·일 삼국이 오래 전부터 참외와 멜론을 재배했다. 참외는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만 재배하다 보니 지난 2016년에 국제식품분류에 'Korea melon'으로 등재될 정도로 한국의 고유종이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2~3월 참외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제철의 맛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3월 중순에 찾은 성주 농장에서 맛본 참외는 제철 맛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나오는 시기가 당겨지면서 참외의 달곰한 향이 옅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봄을 알리듯 남도에 매화가 피고, 서울에도 산수유 꽃이 폈다. 노란 참외의 단맛을 맛보니 봄이 이미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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