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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8.01 08:44수정 2018.08.06 13:30
섬진강, 참 예쁜 강이다. 전북 진안과 장수 사이 팔공산 작은 샘에서 시작해 전북을 휘감아 돌아 하동과 광양 사이를 흘러 바다로 간다.

섬진강, 참 예쁜 강이다. 전북 진안과 장수 사이 팔공산 작은 샘에서 시작해 전북을 휘감아 돌아 하동과 광양 사이를 흘러 바다로 간다. ⓒ 김진영


섬진강, 참 예쁜 강이다. 전북 진안과 장수 사이 팔공산 작은 샘에서 시작해 전북을 휘감아 돌아 하동과 광양 사이를 흘러 바다로 간다. 사이에서 솟아 사이를 지나 끝을 낸다. 한결같다. 그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사계절 예쁜 강이다.

지난 2000년 늦겨울, 매화꽃 봉오리가 움트고 있을 무렵, 섬진강을 처음 만났다. 언덕 위, 매화나무를 지나 보이는 섬진강은 다른 강과 달리 참 편안하게 다가왔다. 1~2년 뒤, 벚꽃이 지고 난 뒤 꽃 구경 나온 사람들이 사라진 섬진강과 다시 만났다. 하동 산자락에 곱게 녹차 순이 올라온 5월초였다.

일 보고 잠시 서울로 가기 전 강둑에 올랐다. 언덕에서 봤을 때와는 또다른 감성으로 다가왔다. 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5월의 따스한 햇볕을 받아 빛나고, 덩달아 모래는 금빛이 되었다. '참 예쁘다'라는 말만 하고 한동안 멍하니 강둑에 앉아 있었다.

매해 매화나 벚꽃, 밤꽃이 피고 질 때 그곳으로 출장을 갔다. 일을 마치면 섬진강 둑 위에 앉아 있곤 했다. 백운산 자락에서는 밤 농사를 많이 한다. '밤'이라고 하면 공주를 먼저 떠올린다. 사실 광양도 공주 못지않게 밤의 주산지였다. 내 관심사는 밤보다는 쌉싸름한 밤꿀이었다. 밤꽃이 피면 주변에 수많은 벌통이 놓이고, 첫 장마가 시작되면 밤꿀을 채취하고는 벌통은 사라졌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그 해 섬진강 주변 출장은 끝난다.

참게, 애기참게, 동남참게, 남방참게

참게는 꽃게나 대게처럼 살이 많지 않다. 별로 씹을 게 없지만, 고소한 알과 된장을 풀어 끓인 탕 국물은 꽃게나 대게보다 한 수 위다.

참게는 꽃게나 대게처럼 살이 많지 않다. 별로 씹을 게 없지만, 고소한 알과 된장을 풀어 끓인 탕 국물은 꽃게나 대게보다 한 수 위다. ⓒ 김진영


지옥불이 따로 없을 듯 싶은 지난 주, 다시 섬진강을 찾았다. 구례를 지나 하동의 화개장터에 점심 때가 지날 무렵 도착했다. 화개장터 주변이나 쌍계사를 올라가는 길 옆에 많은 식당이 있지만, 남도대교를 건너 오른쪽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남도대교 건너기 전은 경남 하동, 건너면 전라도 땅이다. 다리 왼쪽은 광양, 오른쪽은 구례다. 몇 년 전 매실 때문에 왔다가 우연히 들른 곳이다. 장어를 잘 먹지 못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밥을 먹으며 섬진강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입구 수족관에서는 주인장이 잡아놓은 참게가 먼저 반긴다. 참게처럼 생겼지만 동남참게다. 이 참게는 4월과 6월 사이 알을 품는다. 7월 말이라 어떨지 주인장에게 물으니 알을 품고 있다고 한다. 고민없이 참게탕을 주문했다. 참게는 꽃게나 대게처럼 살이 많지 않다. 별로 씹을 게 없지만, 고소한 알과 된장을 풀어 끓인 탕 국물은 꽃게나 대게보다 한 수 위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참게는 네 종류다. 참게, 애기참게, 동남참게, 남방참게다. 가장 작은 애기참게만 바다에 살고 나머지는 모두 바다와 민물을 오간다. 남방참게는 멸종 단계이고, 기수역(강물이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이 살아있는 남쪽 섬진강에는 동남참게, 북쪽 임진강에는 참게가 잡힌다. 참게가 많이 소개된 까닭에 참게 제철을 가을로 알고 있지만, 종류에 따라 제철이 다르다. 지구도 남반구와 북반구가 계절을 달리 하듯이 가을이 제철인 참게와 달리 동남참게의 제철은 여름 초입이다.

참게도 종류에 따라 제철이 다르다

참게장, 참게찜 등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밥과의 궁합은 참게탕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참게장, 참게찜 등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밥과의 궁합은 참게탕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 김진영


주문한 참게 매운탕에 참게와 우거지가 듬뿍 들었다. 참게랑 함께 끓는 동안 우거지가 국물을 한껏 머금었다. 구수한 우거지 맛에 시원한 참게 맛이 더해져 젓가락과 숟가락을 바삐 움직이게 만든다. 뜨거운 게 등껍질을 손에 살짝 쥐고 젓가락으로 알을 파낸다. 구석구석까지 알뜰살뜰 파낸 알을 따듯한 밥 위에 올린다. 국물을 반 숟가락 붓고, 알이 뭉개지지 않도록 살살 비빈다. 마지막으로 비벼진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뜨고, 그 위에 우거지를 올려 양 볼이 터질까 걱정될 정도로 입 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는다. 참게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발라낼 살이 적은 다리와 몸통은 통째로 입 안에 넣고 꼭꼭 씹는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씹으면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이 입 안 가득 찼다가 이내 사라진다. 육수를 쏟아낸 껍질을 뱉어내고 맛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재빨리 밥 한 숟가락 먹는다. 여운이 반찬이다. 두어 번 수저가 움직인 듯 싶었지만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진다. 참게장, 참게찜 등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밥과의 궁합은 참게탕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달고 짠 참게장이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구수한 우거지와 시원한 국물로 무장한 참게탕에 비하면 밥 훔치는 기술이 떨어진다.

식당을 나와 구례로 향했다. 섬진강을 오른쪽에 두고 가는 길이다. 구례~하동 간 19번 국도를 이용하는 차들이 많아 번잡하지만, 861번 도로는 한적하다. 큰 벚나무 가지들이 가림막처럼 햇빛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사이사이 비추는 햇살이 섬진강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준다. 중간중간 간이 주차장이 있는 뷰 포인트가 있어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10여 분을 달리면 이내 대평마을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는 구례읍내 방향, 오른쪽으로는 섬진강 어류생태박물관이 있어 시간이 허락하면 잠시 관람하는 것도 좋다. 생태박물관 주변으로 섬진강에서 난 다슬기로 끓이는 수제비 식당 몇 곳이 성업 중이다. 하루 정도 숙성한 수제비 반죽을 맑게 끓여낸 다슬기 국물에 익혀서 낸다. 일주일 전 숙취까지 없애줄 정도로 시원하다. 따로 나오는 밥을 맨 김에 싸서 다슬기장과 함께 먹는 것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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