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11:17최종 업데이트 20.07.13 11:40
  • 본문듣기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세 번째 심문이 6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손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한 뒤 법정을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손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 연합뉴스

 
"18개월? 말도 안 돼.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게 해야 하는 하는 거 아냐?" Dave
"얼마나 어린아이들이 이용당했는지 알면 당신들도 분노에 치를 떨 걸?" marciafruehan
"끔찍한 범죄에 비해서 너무 가벼운 형량이다. SK는 그런 중범죄에 대한 형량이 심각하게 낮다. 할 수 있다면 꼭 그를 미국으로 데려왔으면 좋겠어". Homeschooling Mother
"빌어먹을 사우스 코리아, 이 나라는 소아성애자로 가득한 거냐?" connorhatmarket77


지난 월요일, "한국 법원, 아동 포르노 네트워크 운영자에 대한 미국 범죄인 인도 요청 거부" 기사가 실린 < The Epoch Times >에 달린 댓글들 일부다. 

1년 6개월 vs. 1000년

작년 10월, 워싱턴 DC 연방대배심은 한국 국적의 손정우를 세계에서 가장 큰 아동 성 착취 콘텐츠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 혐의로 기소한다. 손정우는 아동 포르노와 돈세탁 등 아홉 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미국에선 워싱턴 DC, 버지니아, 메릴랜드,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이 사이트를 이용한 92명을 체포해 처벌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대배심 기소장에 따르면, 웰컴투비디오엔 8 테라바이트 분량인 25만 개의 독자적인 음란 비디오가 있었고, 100만 명의 유료회원이 아동 포르노 영상을 100만 건 넘게 다운로드했다.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결제를 이용해 미 국세청 IRS 등의 추적이 어려웠다고 한다. 미 연방 경찰은 이 비디오에 나온 피해 아동 23명을 구조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운영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 미 법무부 소속 형사는 "아이들을 성적 착취해서 이익을 얻는 다크넷 사이트는 범죄행위의 가장 비열하고 비난받을 만한 행태 중 하나"라며 "이러한 혐오 범죄의 가해자들에게 법의 심판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 및 전 세계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한국 법원은 협력 대신 미국 연방 대배심이 요구한 손정우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부한다. 한국 법원의 결정이 나온 그 날 손정우는 미국 법원 대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라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이제 미국에서도 악명 높은 이름이 됐다. 여기에 사우스 코리아도 덩달아 언급된다. 미국인들이 한국 법원 판결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형량의 차이다.

이 사이트에서 아동 포르노를 단 1회 다운로드한 전 미 국토안보부 직원은 징역 5년 10개월에 보호관찰 10년 형을 받았다. 공무원은커녕 앞으로 그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할 것이다. 아동 음란물 2686개를 다운로드한 남성에겐 15년형이 선고됐다. 8년 전, 2만6000여 개의 아동 포르노 파일을 소장한 애틀랜타의 노인에게 상징적인 징역 1000년을 선고하기도 한 미국에서 보기에 한국 사법부의 1년 6개월이라는 '관대한' 결정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6월 16일, 플로리다의 폴크 카운티 보안관은 17명의 용의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의 신원을 한 명 한 명 상세히 공개했다. 18세에서 61세에 이르는 이들 용의자들은 아동 포르노를 다운로드하거나 배포한 혐의다. 보안관 그래디 저드는 기자들 앞에서 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들어 보여주며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범죄 혐의를 자세히 설명했다. 

아동 포르노 관련 파일을 다운로드한 이들에겐 최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파일을 판매 또는 배포 시엔 5년에서 20년까지 가능하고 형량은 합산된다. 

출소 후에도 이들의 행적은 평생 이웃들에게 통보된다. 내 메일로도 알람이 온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성 관련 범죄 전과자가 이사했으니 인지하라는 내용이다. 범죄 내역과 인적사항,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다. 주정부 홈페이지에서 state sex offender registry를 입력하면 언제든 이들에 대한 상세 검색이 가능하다. 이름, 나이, 키, 몸무게, 죄명, 주소, 차량 및 번호판까지. 이웃들의 안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행정절차다. 성관련 전과자는 미국에 사는 한, 평생 이런 수모를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 1월, 미시간 주 로즈메리 아킬리나 판사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앉아 있는 중년 남자에게 형을 선고한다. 7일에 걸친 대표 피해자들의 증언을 모두 청취한 후였다. 피고는 미국 체조 올림픽팀의 전 팀 닥터 래리 라사르, 그는 검사나 치료를 가장해 수년간 소녀들을 성추행한 혐의다. 

"여성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었던 권한으로 난 당신에게 선고합니다.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을 걸어 다닐 자격이 없습니다. 난 방금 당신의 사망 서류에 사인했습니다."

판사는 팀 닥터란 지위를 이용해 자행한 범죄 행위에 대해 175년을 선고한다. 그가 살아생전 교도소 밖을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였다. 그는 이미 아동 포르노 유죄판결로 연방교도소에서 "60년 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은 지난 3월 뉴욕법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23년 형을 선고받았다. 7월 1일, 뉴욕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 19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명령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법정 재판과 영국 경찰의 성범죄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주민들의 분노로 소환된 판사
 

2018년 5월 15일 아론 퍼스키 판사가 주민소환 반대 팻말을 들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손정우에 대한 한국 법원의 결정은 한국 사법에 대한 불신을 폭발시키고 있다. 청와대 청원 등으로 국민적 분노를 표했음에도 검찰 출신 변호인단의 '활약'과 고등법원의 예상치 못한 판결이 분노에 불을 붙였다. 미국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법 감수성과 법원 결정이 현저히 차이 날 때가 있다. 

2018년 6월, 판사 아론 퍼스키(Aaron Persky)는 더 이상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상급법원에 출근할 수 없게 됐다. 9만 넘은 주민들의 서명으로 그의 이름이 주민투표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유권자 62%가 아론 퍼스키 판사에 대한 '주민 소환'에 찬성했다. 6년의 카운티 검사와 5년의 민사소송 대리, 그리고 15년의 카운티 판사 경력이 한순간에 날아간 순간이다. 캘리포니아 사법 역사 80년 만에 처음이라는 불명예도 가져갔다.
 
산타클라라 주민들이 아론 퍼스키 판사를 끌어낸 이유는 브록 터너란 이름의 남성이 저지른 강간 사건에 대한 판결 때문이었다. 20살의 스탠퍼드대 수영 장학생이던 이 남자는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을 쓰레기통 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외국 학생이 신고했고, 범인은 현장 체포됐다.

지역 주민 중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단은 이 남성의 강간 등 3가지 혐의 모두에 유죄 판결을 내린다. 최고 14년형을 선고를 받을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최종 판결을 맡은 퍼스키 판사는 브록 터너에게 고작 '6개월'을 선고한다. 재판 과정 중 복역한 3개월을 포함해 3개월만 더 복역하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판결이었다.   

퍼스키 판사의 생각은 산타클라라 주민들의 상식과 달랐다. 판사는 명문대에서 장학금을 받는 우등생 터너가 타인에게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했다. 더불어 무거운 징역형은 학생 자신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범에 대해선 구속이 아닌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할 법적이고 직업적인 책임이 있다고 얘기했다. 

분노한 피해자와는 반대로 가해자 브록 터너와 그의 부모, 그리고 화려하게 짜인 변호인단은 환호했다. 무엇보다 강간 피해자로서 2년여 간 재판 과정을 이어갔던 여성은 절망했다. 그리고 자신의 절망적인 심정을 담은 편지를 '에밀리'란 가명으로 잡지사에 보낸다. 

다행히 그 편지는 많은 이들을 움직였다. CNN 앵커는 20여 분에 걸쳐 자신의 뉴스 시간을 할애해 피해자 여성의 편지를 소개했다. 워싱턴 DC 하원 의사당에선 18명의 하원 의원들이 7200 글자에 달하는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편지를 읽었다. 

"우리는 부끄럽다고 살인을 감추진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 년 동안 강간에 대해선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 자리를 준비한 재키 스피어 의원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나누며 조사 중인 학내 성폭력 사건 학교 명단을 교육부에 요구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당시 부통령 조 바이든도 나서서 직접 피해자 여성에게 답장했다. 

산타클라라 주민들은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를 주축으로 퍼스키 판사에 대한 리콜을 추진했고, 결국 성공한다. 반성보다 최고의 변호사를 꾸려 미래를 도모했던 브룩 터너는 스탠퍼드대 차원에서 퇴학 여부가 논의되자 스스로 자퇴해 버린다. 전미 수영협회에서 제명돼 다시는 선수로 뛸 수 없게 됐다.

반면 에밀리란 이름으로 숨어있던 피해 여성은 당당히 세상으로 나왔다. 지역 신문은 퍼스키 판사가 지역 여자 고등학교 테니스 클럽 코치직에서도 쫓겨났다고 전했다. 전 판사 아론 퍼스키는 자신의 리콜을 추진한 단체가 청구한 소송으로 16만 1825달러를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론 퍼스키 판사가 미국 사회에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법은 사회 일반의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 그렇지 못한 판사는 옷을 벗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존경받는 연방 대법원

미국 최고의 사법 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하는 미국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임명한 두 명을 포함해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올 회기 막바지에 이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세 가지 판결을 내린다.

①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라는 이유만으로는 해고할 수 없다 (6/15, 6:3)
② 트럼프 행정부는 DACA 추방 유예 정책을 절차를 밟지 않고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았기에 폐지하지 못한다 (6/18, 5:4)
③ 낙태 시술 시 의사들이 병원으로부터 입원 특권을 허가받도록 함으로써 낙태를 제한해온 루이지애나 법률은 여성의 임신 종료 권한을 침해한 위헌이므로 폐기 판결한다. (6/29 5:4) 

연방 대법원이 3연속으로 반 트럼프, 진보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종신 재직권을 가진 총 9명의 연방대법관(대법원장 포함)들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같은 판사의 다큐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소니아 소토마요르의 전기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미국민의 인기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들이 내리는 판결 하나하나가 미국 사회에 큰 변화를 주는 까닭에 시대를 읽고 역사를 반추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관에 대한 '주민소환'도 불가능하고, 대법원 구성원들에 대한 존경이나 믿음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일반 국민들이 그들의 분노를 표할 수 있는 방법은 청와대 청원 정도겠다.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를 풀어준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청한 청원 내용의 일부다.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 8개월입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그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세상에 태어나 단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아이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정우가 받은 형이 1년 6개월입니다. 이것이 진정 올바른 판결입니까?"

글로벌 공조로 18개국에서 기소된 337명 중 223명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한 신문에 나온 물음을 나도 다시 한 번 던지고 싶다. 

"혹시... 한국 법원은 성착취에 대해서 찬성하시는 건가요?"

미국 법원이, 미국 시민이, 그리고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우리 한국 법원에 정말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이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