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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27 16:46 수정 2019.09.27 16:46
숙소 중앙반점에 들어섰을 때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임정로드 4000k>에도 나와 있듯이 이곳은 김구 선생님이 묵었던 곳이다. 이전에 건물 터만 쫓던 나는, 재현된 공간이 아닌 지금도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그때는 없었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들어가자 자수 장식이 된 침구가 눈에 들어왔다. 탁자 아래에는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사진첩이 비치되어 있다.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기 보다 지키고 더 나아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이 호텔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중앙반점 내부 객실 모습. 자수가 인상적이었던 방. ⓒ 이근주

 
특히 조식을 먹은 1층 로비의 식당의 모습은 더욱 그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불쑥 누군가 그 시대 말투로 말을 걸어올 것만 같았다.

'조반은 어떠하오.'
  

중앙반점의 1층 로비에 위치한 식당 ⓒ 이근주

 
그러나 온전히 그 곳에 묵었다는 설렘을 즐길 수가 없었다. 임정로드 출발 전부터 걱정했던 일정이 있는 난징(남경)이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근거리에 '난징 리지샹 위안소'(남경 이제항 위안소)가 있었다.
  
난징 리지샹 위안소 유적진열관(南京利濟港慰所旧地陳列館)은 2015년 12월 1일 개관했다. 중국 정부는 2003년 박영심 할머니의 증언으로 그곳에 진행하던 토지 개발을 중단한다. 그리고 10여 년의 논란과 논의 끝에 복원을 결정하고 2015년 개관했다.

중국이 그렇게 역사를 돌아보는 동안,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위안부 할머니들과 아니 그 어떤 국민과 대화 없이, 일본 정부와 공동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발표한다. 우리 정부는 합의금으로 10억엔(당시 약 107억 원)을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대조적인 두 정부의 태도
 

난징 리지샹 위안소 유적박물관 모습 ⓒ 오마이뉴스

 
게다가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2016년 합의금 10억엔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여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합의금을 받으라고 종용하였다.

2018년 1월 9일 문재인 정부가 되어서야 재단에서 이미 사용한 46억 원을 보존하여, 일본 정부에서 출연한 그대로 10억엔을 만들어 모두 예탁했다. 그리고 2018년 9월 25일, 뉴욕 한일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합의 이행의 어려움을 직접 일본의 아베 총리에게 전달하였다.

2019년 올해 1월 21일 외교나 법률 문제로 곧바로 해체할 수 없었던 '화해치유재단'는 여성가족부 장관 직권 취소로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었다. 같은 해 7월 4일 비로소 등기 말소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12.28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재협상이나 파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무거운 걸음으로 난징 리지샹 위안소 유적 박물관 정문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정문 표지판에 'Comfort'라는 영어 단어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위안부', '위안소'는 나에게 처음부터 고유명사였다.

위안이 '위안을 주다'의 그 위안이고 그래서 '위안'이 영어로 'comfort'라는 것이 바로 연결되지 않았었던 것이다. 성적 착취를 당하고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던 장소의 이름에 'comfort'라는 단어를 붙인 걸 보니, 더 속상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제는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이런 범죄 행위를 은폐, 축소 하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동원 방식에서 취업 사기, 공권력을 사용한 협박, 인신매매 등 불법 강제 동원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원이 합법적이었으며, 자발적이었고, 심지어 이런 과거를 단순히 매춘이었다고 축소하려는 시도가 계속 되고 있다. 나는 묻고 싶다. 정당한 계약 관계가 아닌 착취고 폭력으로 갇혀 있던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 그것이 어떻게 매춘이 되는지. 
 
여성운동단체는 최근 일본군이 취하려 한 '위안'의 허구성을 드러내기 위해 역사적 용어로서의 위안부에 작은따옴표를 붙여 '위안부'라고 표시하여 사용한다. 또 본질을 잘 드러내는 용어로서 '성노예' 즉 '일본군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계신 분들에게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할머니들을 배려해서 순화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매춘이 '살기가 어려워서' 이뤄진다고, 지금도 똑같다고, 해보라고 강연한 연세대학교 모 교수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매춘이 불법이라고, 그래서 살기가 어려운 여성들이 착취를 당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여성들을 보호해줘야 하며, 그 여성을 돈으로 이용하는 남자들은 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남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이다.

리지샹 위안소 유적진열관은 영어로 "Nanjing Museum of the Site of Lijixiang Comfort Stations"으로 표기되어 있다. 더욱 씁쓸했던 것은 '화장실'의 번역이 powder room이 아니듯 restroom이 휴게실이 아닌데, '위안소'를 'comfort stations'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거다. 이 단어는 위안소라는 뜻 이전에 '공중화장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위안부'를 'Comfort women'이라고 하지 않고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라고 표현하는 만큼, 단순히 comfort에 stations을 붙인 표지판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리지샹 공중화장실'이라는 직관적 느낌을 받지 않도록 말이다.

- 4일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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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