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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10 18:51 수정 2019.10.08 15:19
8월 27일 출범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8월 21일부터 2박3일간 '자전거 탄 금강' 동행 취재에 이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과 함께 낙동강 현장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월 말경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을 원작으로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서 개봉한다.[편집자말]
 

28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취수장 주변에 녹조가 발생한 가운데, 녹조 및 수질정화를 위해 차단막이 설치되고, 로스터가 작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수한 물은 칠서정수장을 거쳐 창원과 함안으로 공급된다. ⓒ 권우성

 
"생수 사 먹지 않고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만큼의 서민 정책이 있습니까?"

4대강 공사 속도를 높이던 2010년 2월 27일, 당시 MB 최측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KBS 특별기획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4대강사업으로 수질을 개선시켜 수돗물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며 "MB정부 서민정책"이라 말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현재, 그가 말한 서민정책, 즉 4대강사업으로 수돗물 안전성은 얼마나 확보됐을까?

지난달 29일 4대강독립군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경남 칠서취수장을 찾았다. 여기서 취수한 물은 칠서정수장을 거쳐 창원과 함안으로 공급된다. 하늘은 하루 종일 흐렸고 간간이 굵은 빗줄기를 뿌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취수장 입구 주변 3중 펜스였다. 바깥쪽에 오일펜스가 있고 안쪽으로 녹조 방지 펜스가 2중으로 쳐져 있다. 펜스 주위로 녹조 띠가 보였다.
 

임희자 낙동강경남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 권우성


현장에서 만난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조가 보이지만 오늘은 아주 양호한 상태"라며 "평상시 이 일대는 녹조가 쫙 갈려 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수구 시설 위엔 고압으로 물을 분사해 녹조 유입을 방지하는 '수류분사장치(살수시설)'가 설치돼 있다. 평상시엔 강물 위 녹조를 분산시키기 위해 3대의 수차가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가동되고 있다는 게 임 위원장의 말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녹조 전쟁

기온이 상승하는 5월부터 가을까지 낙동강 취·정수장 관계자들은 '녹조와의 전쟁'을 치른다. 정확히는 녹조 속 독성을 지닌 유해 남조류와의 전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류경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물환경보전법 상 상수원 구간에서 2회 연속 유해 남조류 세포가 mL 당 1000개 이상이면 '관심', 1만 개 이상이면 '경보', 100만 개 이상이면 '조류 대발생' 단계가 발령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유해 남조류로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오실라토리아, 아퍼니조메논 4종류를 지정하고 있다. 식물플랑크톤인 남조류는 다른 조류와 달리 대부분 세포 내 공기주머니가 있어 상하 수직 이동한다. 대량 증식할 경우 바람에 따라 강변에 모이면서 수 시간에서 수 주 동안 강물 위에 페인트를 풀어 놓은 것처럼 두터운 층을 형성한다.

4대강사업 이후 강물 체류 시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남도청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8개 보 설치 전후 일일 평균 체류 시간은 ▲ 상주보 0.4→7.1(17.8배) ▲ 낙단보 0.6→8.6(14.3배) ▲ 구미보 0.8→13.8(17.3배) ▲ 칠곡보 1.1→21.1(19.2배) ▲ 강정보1.1→21.0(19.1배) ▲ 달성보 0.9→9.3(10.3배) ▲ 합천창녕보 2.2→10.3(4.7배) ▲ 창녕함안보 1.7→8.9(5.2배)로 평균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체류 시간 증가에 따라 유해 남조류 개체 수도 증가했다. 2017년 7월 칠서취수장 상류 3km 지점 유해 남조류 개체 수는 mL 당 5만226개였으나, 2018년 8월에는 12만999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8월 22일 합천창녕보 상류 500m 지점 유해 남조류 개체 수는 126만 개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 때문에 낙동강 최하류 부산 취·정수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부산 덕산정수장이 비공개로 작성한 '남조류 장기유입 관련 정수처리 장애 요인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사업 전인 2007년 7~8월 평균 물금취수장 유입 마이크로시스티스 개체 수는 7100개였는데, 2018년에는 4만 7343개로 6.7배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 8월 13일 낙동강 물금취수장의 녹조.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유해 남조류 개체 수 최고 기록 사태로 덕산정수장은 수돗물 공급 중단 직전까지 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류 차단 펜스는 밀려드는 녹조 때문에 효율이 불과 2~3%에 그쳤다. 정수과정의 중간 단계인 침전지와 여과지는 물론, 고도정수처리인 활성탄 과정도 조류에 막혀 효율이 극히 저하됐다.

임희자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말 태풍이 오지 않았다면 '조류 대발생' 발령과 함께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까지 갔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을 것"이라며 "현재처럼 낙동강에 8개 보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선 언제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수과정 실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규모 녹조 창궐은 4대강사업 직후인 2012년 여름부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대통령이 3번 바뀌었지만, 정부는 한결같이 (표준 및 고도)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면 수돗물 안전엔 문제없다고 밝혀왔다.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장 혈세를 더 많이 투입해야 하며, 원수 불안과 정수처리 불신에 따른 수돗물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8월 칠서정수장에 두 배 가까운 응집제를 투입했다"라는 임희자 위원장의 말처럼 녹조 대량 발생은 수돗물 정수 비용을 증가시킨다. 고도정수처리에 사용되는 고가의 활성탄 교체 주기도 앞당겨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7월 인천 수돗물 녹물사태는 '관리 부실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남 창원시 칠서정수장. ⓒ 권우성


수돗물 전문가인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다른 정수장에서도 전문 인력 부재에 따른 인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부산 덕산정수장처럼 조류가 대발생하면 고도정수처리가 제대로 작동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처리 시스템 강화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가 만능인 것처럼 계획을 추진하는데, 자칫 기술만능주의로 빠질 수 있다"며 "지자체별로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하지만, 문제의 본질인 '원수 수질 개선'이 아닌 땜빵 해결책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류 수질 개선이 근본적 대책"이라는 게 백명수 소장의 강조점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낙동강 수돗물 불안에 임희자 위원장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주민들의 먹는 물"이라면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먹는 물은 어느 정권이든 정책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해 녹조 문제와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아직 제대로 수문 개방조차 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대강독립군과 낙동강 현장을 동행한 <내일신문> 남준기 환경전문기자는 우리나라 강 전문가다. 1993년부터 강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을 대여섯 차례 훑고 다녔고 <5대강을 가다>라는 책도 발간했다. 녹조가 심각한 7, 8월엔 거의 매주 낙동강을 다녔다. 그 역시 낙동강 수돗물 문제를 걱정했다.

"수돗물은 원수가 깨끗한 상태에서 잘 정수하는 게 최선이지, 나쁜 원수를 가지고 '우리 정말 잘 정수했다'라고 얘기하는 건 차선이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차선을 선택해야지, 보 수문을 열면 녹조 수치나 유해 남조류 수치가 줄어들 게 뻔히 나와 있는 상황인데 수문을 열지 않고 있다는 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거다."

8월 12일 기준 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 영산강과 그렇지 못한 낙동강 유해 남조류 개체 수 차이는 극명했다. 금강 세종보, 공주보 유해 남조류는 mL 당 0개, 백제보만 하굿둑 영향으로 220개정도였다. 영산강도 거의 제로 수준이었지만, 낙동강은 최상류 상주보부터 2만 개의 유해 남조류가 검출됐다.
 

28일 오후 경남 함안군 낙동강 칠서취수장 주변에 녹조가 발생한 가운데, 차단막을 설치해 취수구로 녹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 권우성

 
물환경정보시스템(water.nier.go.kr)에 따르면, 4대강독립군이 우중에 현장을 찾은 8월 29일 창녕함안보 상류 12km 지점의 유해 남조류 개체 수는 3만3476개로 여전히 '경계' 단계였다. 낙동강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모두 식수원수 취수를 한다. 사실상 전체가 상수원이라는 말이다.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이 더디게 추진되는 이유는 야권의 가짜 뉴스 탓이 크다. '보 해체는 문명 파괴', '농업용수 부족' 등 근거가 없거나 해결 가능한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야권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상수원을 상수원답게 만드는 건 현 정부이자 집권 여당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MB정부 시절부터 4대강사업을 비판해 왔던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현 정부에 쓴 소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사업 부작용 해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돈 의원은 "16개 보와 영주댐을 합쳐서 17개가 새만금 꼴 되는 게 아닌가"라며 "현 정권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녹조와의 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하자. 혈세를 아끼면서도 최소한의 수돗물 안전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보내주시는 좋은 기사 원고료는 지난 10년동안 금강을 지켜온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의 취재비로 지원됩니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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