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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9.04 13:29 수정 2019.10.08 15:21
8월 27일 출범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8월 21일부터 2박3일간 '자전거 탄 금강' 동행 취재에 이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과 함께 낙동강 현장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월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을 원작으로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서 개봉한다.[편집자말]

경남 김해시 상동면 낙동강변 매리취수장. ⓒ 권우성


"여기는 400만 부산광역시민의 식수원인 매리취수장입니다."

지난 8월 28일 오후에 찾아간 경남 김해 매리취수장에서 낙동강 탐사단을 맞은 것은 경고문이 적힌 입간판이었다. 여기에 적힌 '금지사항' 첫 번째 항목은 '하천에 폐기물, 유독물, 오수 분뇨 등의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였다. 매리취수장 정문의 철제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고 사방은 철조망으로 단단히 둘러쳐 있었다.

하지만 철조망으로는 막지 못하는 게 있었다.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낙동강에 창궐했던 녹조. 청산가리 100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한 '독'이었다.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매리취수장 취수구 앞, 가을장마로 며칠 전부터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이날도 비가 흩뿌리고 있는데 녹조 제거용 물 분사기가 작동 중이었다.

"당시 책임 있는 시장이라면 식수 포기 선언을 해야 했습니다. 올해는 많은 비가 내려서 지난해처럼 녹조가 창궐하지는 않았지만, 일찍부터 녹조가 끼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 때 만든 8개 보와 하굿둑에 가로막혀 온도가 조금만 오르면 녹조가 발생하는 호수 같은 하천으로 변한 겁니다."

이날 낙동강 탐사팀과 함께 매리취수장을 찾은 강호열 부산 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부산 상수원인 경남 김해시 매리취수장 ⓒ 권우성

 이곳에서 취수한 물은 덕산정수장에서 고도정수 처리해 360만 명의 부산시민 60%에 공급된다. 침전 과정과 모래 또는 활성탄 여과 방식을 거쳐 정수된 물이 식수로 사용된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곳에는 녹조가 창궐해서 유해 남조류가 126만 셀/㎖에 달하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취수를 중단하는 '블랙다운' 선언을 검토하기도 했다.

낙동강물 체류시간 10배 이상 증가

경상남도가 작성한 '2019년 녹조발생 예방 및 대응 추진계획'에 따르면, 8개 보 설치 후 낙동강의 흐름이 10배 이상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물 체류시간은 △상주보 17.8배(보 설치 전 0.4일→설치 후 7.1일) △낙단보 14.3배(0.6일→8.6일) △구미보 17.3배(0.8일→13.8일) △칠곡보 19.2배(1.1일→21.1일) △강정보 19.1배(1.1일→21일) △달성보 10.3배(0.9일→9.3일) △합천보 4.7배(2.2일→10.3일) △함안보 5.2배(1.7일→8.9일)였다.
 

경북 칠곡군 낙동강에 설치된 칠곡보. ⓒ 권우성

 
체류시간 증가는 녹조 발생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 5일 기준 낙동강 수계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상주보 3만2525(셀/㎖) △낙단보 7만14 △구미보 1만6304 △칠곡보 1만3811 △강정보 1만2423 △달성보 2만5770으로 측정됐다. 유해 남조류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녹조가 심하다는 뜻이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매리취수장은 상류의 8개 보로 인한 수질 악화의 영향이 축적되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는 며칠 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했고, 이날도 오전까지 쏟아진 비 때문에 녹조는 육안으로 관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녹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하게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4대강으로 보에 의해서 물이 정체되면서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것이 녹조 발생의 원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산의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했지만 식수원을 위험에 빠뜨렸던 겁니다."

강 위원장은 "낙동강 하구의 기수역 복원을 통해서 매리취수장에서 물금취수장까지 물 흐름을 개선시켜야 한다"면서 "상류의 8개 보를 개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녹조는 유속과 상관 없다"... 이재오"해체할 것은 문재인 정부"

하지만 지난 8월 14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열린 '낙동강 창녕함안보·합천창녕보 해체 저지 범국민 투쟁대회'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녹조의 발생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녹조가 왜 생기느냐. 보 때문이라고 하면, 소양강댐은 1년 중에 232일을 물을 가둬놓는데 왜 녹조가 안 생기느냐. 녹조는 유속하고 상관없다. 질소와 인이 함유된 축산폐수가 고온다습한 날씨와 합쳐져서 생기는 것이다."

그는 또 "내년 총선에서 좌파들이 또 이기게 되면 4대강 보 철거는 무조건 추진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내년 선거 한번 잘하자, 선거 한번 잘못 하니까 쪼다들이 들어와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14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열린 '보 해체 반대 집회'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재오 전 장관이 참석했다. ⓒ 윤성효

 이날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도 "문재인 정부가 제정신이냐. 이 사람들이 걸핏하면 보 해체한다고 하는데, 해체해야 할 것은 4대강 보가 아니고 문재인 정부"라면서 "왜 멀쩡한 보를 없애려 하느냐. 보를 해체하는데 1조가 든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멀쩡한 보를 해체하도록 국민들이 그냥 두겠느냐. 국민들이 바보냐"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녹조의 원인에서부터 4대강 보 처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강 위원장의 말과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여당인 한나라당의 후신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말은 너무 달랐다.

"올해 금강에 녹조가 끼지 않은 까닭은"

낙동강 탐사팀은 매리취수장을 떠나 인제대학교로 향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위원인 박재현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를 만나 영남인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 수질 문제와 해법 등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도 토목공학자로서는 드물게 낙동강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연구하면서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인제대 박재현 교수 ⓒ 권우성


박 교수는 우선 낙동강 녹조 문제에 앞서 금강의 상황부터 설명했다.

"금강은 수문을 개방한 지 1~2년 되어갑니다. 수문만 개방했을 뿐인데 지난 10년간 창궐했던 금강의 녹조가 올해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4대강 녹조 발생은 보에 의한 강물의 속도 저하, 그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녹조 발생의 원인에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4대강 사업 때 4대강의 지천에 수조 원을 들여서 환경기초시설을 늘렸다. 녹조 발생의 원인 중의 하나인 인 등을 걸러내서 과거보다 좀 더 맑은 물을 4대강 본류에 흘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4대강에는 지난 10년간 더 많은 녹조가 창궐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해서 정수처리 시설을 늘리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고, 박 교수는 보의 수문만이라도 열어놓으면 녹조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또 이재오 상임고문은 "보 해체 비용에 1조 원이 든다"고 주장했지만, 4대강 보를 그대로 두면 유지보수비용만도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 심판해야" vs "식수 안전성부터 확보"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을 주장하면서 보 해체 반대를 정치쟁점화하고 있지만, 박 교수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녹조 발생으로 인한 영남인들의 식수 안전성이었다.

"경남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녹조는 정수공정을 통해 조류 독소를 기준치 이하로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조를 100% 거르지는 못하는 것이죠. '서류상 '불검출'이지만 정확히는 정량한계 미만, 즉 아예 불검출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합니다.

또 녹조 문제가 심각한 데도 수문 개방을 통한 저감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정수공정을 고도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수문을 개방해서 물을 흐르게 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녹조제거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데도, 여전히 수문을 닫아 두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박 교수는 "식수로서의 낙동강 물 사용량을 보면 함안보 등 하류에 몰려있기에 아래쪽에 수질을 우선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까지 정부는 녹조 범벅인 강물을 수돗물의 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전하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정부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금강은 4대강 사업 때 지은 3개보의 수문을 완전개방하면서 농업용수 사용과 지하수위의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 8개 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거의 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일부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문을 개방하면 농업용수가 완전히 끊길 것이라는 우려이다.

녹조로 키운 농작물, 안전할까?
 

2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에 있는 경북 고령 우곡교 부근에 발생한 녹조. ⓒ 권우성


박 교수는 "자유한국당 등은 보의 수문을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정치와 정파적인 것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용수 공급체계는 유역 내에 있는 대규모 댐에 의존해있습니다. 지금도 낙동강의 대부분의 농민들은 4대강 보에 갇힌 물이 아니라 댐에서 흘려보내는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수위를 올려 취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수위가 떨어졌을 때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설만 구비되면 용수공급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박 교수는 낙동강의 녹조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녹조 물로 키운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축적된다는 일본 전문가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림부는 큰 영향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다면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실제 일본에서 연구한 분들은 우리나라의 조류독소 검사 방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농업용수가 공급되었을 때에 하천에서의 조류농도와 농수로 내에 조류농도, 논밭으로 뿌려졌을 때의 남조류 개체 수에 대한 좀 더 면밀한 조사방법을 통해 국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은 과도한 주장"

자유한국당과 일부 농민들이 주장하는 지하수 고갈 문제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생각이 달랐다.

"지하수 사용을 어떤 용도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런 부분이 검토돼야 합니다. 지하수 관정이 집중된 지역에서 과도한 지하수 양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천법에서는 하천에서 300m 이내 지역을 하천에 의한 지하수 영향 구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300m 이상 지역에서 많은 양의 지하수를 사용하면 지하수는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지하수가 고갈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농민들의 대부분의 지역은 하천의 영향권 밖에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지하수위가 떨어져서 농사를 짓지 못할 것이라면서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게 막는 것은 과도한 주장입니다."


박 교수는 "지표수를 사용하는 영역에서는 취수 시설을 개선하면 되고, 설령 지하수가 걱정이라면 농림부가 관정 개선 등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면 된다"면서 "녹조 범벅의 강이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도, 농업용수를 확보하겠다면서 무조건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농민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지하수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보 건설 이후에 강바닥에 쌓이는 오니토와 퇴적토 문제가 심각합니다.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하면서 계속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하천 바닥에는 계속 퇴적토가 쌓이고 하천의 물이 인근의 지하수로 스며들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특히 강변여과수를 사용하는 함안, 창원, 김해시 등의 산출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하천이 원래 흐르는 방식으로 회복시켜 주어야 합니다."

"4대강 보는 국민 세금만 축내는 무서운 괴물"

박 교수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부가 임기 내에 보를 해체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단기적으로 수문을 개방하고 물이 흐르게 해서 수질과 수생태에 악영향을 줬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오마이뉴스> 이철재 시민기자(에코큐레이터)의 마지막 질문에 박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낙동강에 가둬둔 물은 사용할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언젠가는 쓰겠지'라면서 계속 가둬두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전 정부에서 지은 보를 이번 정부가 해체한다면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논리야말로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입니다. 수문조차 개방하지 못해 수돗물의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과학적 데이터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4대강의 재앙을 이용해 선거 때의 표로만 활용하려 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4대강 보는 녹조를 발생시키는 골칫거리이며, 국민 세금만 축내는 무서운 괴물입니다.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우리의 노후자금,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습니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낙동강 취재팀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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