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02 07:18최종 업데이트 19.10.08 15:25
8월 27일 출범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안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오마이뉴스>는 지난 8월 21일부터 2박3일간 '자전거 탄 금강' 동행 취재에 이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과 함께 낙동강 현장 탐사보도를 진행했다. '삽질 10년, 산 강과 죽은 강' 특별기획 보도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 10월에는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을 원작으로 <오마이뉴스>가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영화투자배급사 엣나인필름)을 영화관에 개봉한다. [편집자말]

15살부터 낙동강에서 고기잡이를 했다는 어부 양상준(68)씨는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은 4대강사업 하면 고기가 늘어난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물고기가 줄고 어종 자체가 변해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 권우성


"오늘은 구름 끼가(끼어서) 덜 한기라. 매년 여름만 되면 장난 아이다."

8월 28일 오전 9시,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제일 크다는 감동진(구포) 나루에는 비가 내렸다. 이곳에서 15살부터 반백 년 동안 고기잡이를 했다는 양상준(68)씨는 나루 주변 녹조를 보며 혀를 찼다. 가을장마도 이곳의 녹조를 없애지 못했다.


그는 "작년 여름 김해 물금 취수장까지 배로 가 봤는데, 녹조 때문에 끈적끈적한 페인트 위를 지나는 기분이었다"며 "폭염에 녹조 냄새가 더해 장난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 하구는 1980년대 말에 건설된 하굿둑 때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도 안동댐 아래부터 약 340km 구간은 막힘없이 흐를 수 있어서 그나마 문제가 덜했다. 물을 맑게 하고 물고기들이 산란하는 모래 지형이 발달하는 등 낙동강 특유의 자연성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MB 정부가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강바닥 모래를 퍼올린 양은 3.3억㎥. 4대강사업 전체 준설량의 78.5%에 달했다. 4대강 16개 보 중에 8개가 낙동강에 몰려 있다. 본류 수질 악화를 막는다면서 영주댐, 보현산댐을 건설했지만, 이곳의 수질도 최악이었다. 결국 낙동강은 4대강사업으로 사실상 거대한 계단형 저수지가 됐다.  
 

강물엔 '녹조 물보라', 그물엔 '조폭물고기' 가득 ⓒ 권우성

 
가을 장마도 어쩌지 못한 낙동강 하굿둑 녹조

매년 4대강 현장을 탐사 보도했던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지난 8월 28일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이 주최하고,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 공대회가 주관하는 낙동강 현장 탐사팀과 함께 낙동강 하굿둑에 갔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금강유역환경회의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이 진행한 '자전거 탄 금강' 행사 동행취재에 이은 낙동강 현장 취재였다.

이날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이하 낙동강 기수협)가 벌이는 어류 모니터링이 있었다. 낙동강 흐름을 막는 상·하류 구조물이 어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라는 게 이 단체 최대현 사무처장의 말이다. 4대강 독립군과 모니터링팀을 태운 0.98톤 고깃배 두 대는 엔진 굉음소리를 내면서 낙동강 하굿둑쪽으로 향했다.

"물보라가 녹색이야!"

배 위에 올라탄 취재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짙은 녹조 사이를 지나면서 일어나는 보트 물보라는 짙은 녹색이었다. 낙동강 양쪽 가장자리로 긴 녹조 띠가 늘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보트 선장 양상준씨는 "4대강사업 하기 전엔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라며 "모래 걷어내니까 강바닥이 썩고, 그 위에 보를 세우니까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현장탐사보도팀을 태운 보트 주변에 선명한 '녹조' 물보라가 일어나고 있다. ⓒ 권우성

 

낙동강 하구를 달리는 보트 주변으로 녹조가 가득하다. ⓒ 권우성

 
늙은 어부의 탄식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강을 살리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강도 죽이고 지역경제도 파탄시켰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을 주도한 한나라당의 후신 자유한국당은 최근에도 낙동강 지역에 와서 "4대강 보 해체 결사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왜 이러는 것일까?

낙동강 어부인 양씨의 말에 따르면 4대강사업 전 이곳에선 잉어, 숭어, 장어 등이 주로 잡혔단다. 말 그대로 '돈이 되는' 물고기였다. 하굿둑이 들어선 이후에도 하루 20~30만 원씩 월 400~5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물고기 잡아 결혼도 하고 자식들 키워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도 보냈다. 그럭저럭 먹고살 만했다고 한다.

"숭어 철엔 장관이었지요. 보트를 몰고 나가기만 해도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숭어 습성 때문에 1관(4kg) 정도를 그냥 배에 쌓았어요. 너무 많이 튀어 올라와서 안전모를 써야 할 정도였습니다."

4대강사업 이전을 회상하는 김해 지역 또 다른 어부의 말이었다. 고깃배 엔진을 잡고 운전을 하던 양씨는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은 4대강사업 하면 고기가 늘어난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물고기가 줄고 어종 자체가 변해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4대강사업 이후 강에서 잡히는 돈 될 수 있는 어류는 kg당 7천 원정도 하는 자가사리(빠가사리) 뿐이었다. 그나마 1주일에 10~15kg 정도에 그쳤다. 월 평균 수입은 50만 원 정도로, 과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4대강사업 전 어부가 밀려들었던 포구가 한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취재팀이 출발했던 감동진 나루엔 20~30대 배들이 어부 없이 녹조 위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낙동강 현장탐사보도팀이 어종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정치망으로 잡은 물고기를 분류하고 있다. ⓒ 권우성

 

녹조 가득한 부산 낙동강 하구 구포(감동진) 나루. ⓒ 권우성

 
어망엔 '조폭 물고기'만 가득

어종 변화는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우안 상류 4km 지점에 모니터링용 정치망이 설치돼 있는데, 이곳에는 3개의 어망이 연결돼 있다. 낙동강 기수협은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어류 모니터링을 해 왔다. 부산대 생물학과 박사 과정인 김정수 연구원도 참여했다.

양씨가 올린 첫 번째 어망에서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두 번째 어망을 끌어올리자 물고기들이 그물 속에서 파닥거렸다. 취재팀이 내는 "와~"하는 탄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 카메라도 양씨 그물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를 비췄다.

세 번째 어망에서도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고깃배를 가득 채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셈을 해보니 이날 채집한 물고기는 모두 543마리였다. 이 물고기 모두를 어시장에 나가 팔 수만 있다면 그럭저럭 벌이는 될듯싶었다.
 

낙동강 현장탐사보도팀이 낙동강 하구둑 우안 상류 4km지점에서 어종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정치망을 끌어올리고 있다. ⓒ 권우성

 

정치망을 끌어올린 곳 주변에 녹조가 가득하다. ⓒ 권우성

 
하지만 어부 입장에서 돈이 되는 물고기는 블루길(9마리), 농어류(4마리), 숭어(2마리) 뿐이었다. 블루길은 유해 외래종으로 지정돼 행정기관에서 별도로 수매한다. 전체 중 94.1%를 차지하는 게 강준치라는 물고기였다. 김정수 연구원에 따르면, 한강, 금강에 살던 강준치가 낙동강에서 발견된 건 2005년경부터라고 한다. 낙동강 이입종이다.

"예전에 잡혔던 강준치는 요만했습니다. 손바닥만 했죠. 그것도 몇 마리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놈 보십시오. 입이 이렇게 크기에 작은 물고기들을 죄다 잡아먹습니다. 이것도 큰 건 아닙니다. 어떤 놈들은 내 목에까지 차오르는 것들도 있어요."


양씨는 고깃배 바닥에 깔린 강준치들을 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감동진 나루터에 올라와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40cm에 달하는 강준치가 대부분이었다. 길이 80cm에 무게가 3kg에 달하는 거대한 강준치도 있었다. 4대강사업 이후 1m가 넘는 강준치도 흔히 볼 수 있다는 게 어부들의 증언이다. 강준치는 정수성 어종으로 포식성이 강해 치어는 물론 블루길이나 배스도 잡아먹는, 그야말로 조폭 같은 존재다.
 

양상준씨가 길이 80cm에 무게가 3kg인 강준치를 들고 있다. ⓒ 권우성

 
강도 죽고 어민 경제도 죽었다

김정수 연구원은 "보통 강에선 최상위 포식층이 가장 적은 피라미드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곳은 역피라미드 형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강준치가 극우점 상태로, 강이 건강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라 분석했다. 낙동강 기수협의 2017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80% 이상이 강준치였다.

낙동강 생태계를 독점하고 있는 강준치는 골칫거리 그 자체다. 맛이 없어 판로가 없다. 일부 어민들은 젓갈로도 팔아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들은 차라리 블루길이나 배스처럼 유해종으로 지정해 정부가 수매해 주길 요구했다.

이날 고깃배 위에 올라탔던 낙동강 네트워크 이준경 공동집행위원장은 "2년 전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대구 위쪽엔 분포율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 이후 녹조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극성을 부리고, 강 속엔 강준치만 가득한 최악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양씨는 "지금 물 상태를 보면 정부가 무슨 물 관리를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어민도 살고 농민도 살려면 하루라도 빨리 보와 하굿둑을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16개 보 수문을 열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강의 흐름을 회복시켜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낙동강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영남권 1200만 명의 생명줄인 낙동강이 썩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문재인 정부는 왜 지금까지 4대강 보의 수문은 물론 하굿둑조차 개방하지 못하는 것일까? 낙동강 하굿둑에는 녹조가 창궐하고 어민들의 그물에는 '조폭 물고기'가 가득했다.
 

낙동강 탐사 공동주최 : 낙동강네트워크, 이상돈 의원실
공동 주관 : 낙동강네트워크, 생명그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영풍제련소공대위

공동 취재 : 김종술, 이철재, 계대욱, 김병기,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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